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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Jul 05. 2016

후임자를 미리 정한다?

세자가 왕재가 아니라면

인재 양성은 인사 평가와 함께 HR분야의 주요 이슈로 최근 몇 십년간 기업에서 다루어져 왔습니다. 인재 양성에 대한 다양한 실험과 사례들이 파생되었지만, '자질이 있는 자원을 미리 선정해서 직무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와 '경영진이든 전문직이든 인재 파이프라인을 갖춘다' 등은 대부분의 기업에서 진행하고 있는 금과옥조처럼 지금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모든 주요 요직은 다음에 누가 이것을 할 것인가에 대해 인재관리 최고 부서에서 주요 경영주제로 붙잡고 하고 있습니다. 될만한 사람을 모으고 조용히 면담을 하고 비싼 비용으로 가르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누가 다음에 이것을 할지에 대해 현재 이 일을 맡고 있는 사람에게 의견을 묻고 정하라는 일이 심심치 않게 경영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뭐 좋습니다. 주요 요직에 공백이 갑자기 생겨서 업무 중단이 나는 것보다는 다음 사람이 있는 것은 좋은 것일 겁니다. 특히 같은 레벨의 다른 컨텐츠를 다뤄본 사람, 예를 들면 인도 사업부를 맡은 사람이 중국 사업부를 똑같은 영업 총괄책임자로 맡는다든지, 샴푸 마케팅을 맡은 사람이 비슷한 소비재인 세안 마케팅을 같은 책임자급으로 맡는 것은 역량에 하자가 없다면 대대적으로 알려지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의 업무 공백을 막는 좋은 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 부서의 상부 관리자의 다음 사람이 하부 조직의 관리자 중에서 선정되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이것이 미리 정해지면 업무 수업을 받는 것 이상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흡사 어린 세자를 세우고 제왕학을 가르치는 것과 같은 일들이 벌어집니다.



1. 경영의 팔이 안으로 굽는다

봐준다, 자원배분이 왜곡된다

빙과회사에서 빙과 영업 책임자 자리에 마트 총판, 편의점/슈퍼 총판, 제휴 영업 총판 담당자 중 마트 총판을 내부적으로 차기 인사로 정했다고 합시다. 물론 이 회사의 인사팀에서 현재 빙과 영업 책임자에게 물어본 것이겠죠. 인사팀은 스스로 뭔가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요.(물론 적극적이라고 좋지만은 않습니다;) 당장 인사이동이 이뤄진다면은 이것은 인수인계를 위한 공백없는 좋은 조치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인재양성을 위해 교육이라는 이름하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마트 총판이 빙과 영업 책임자로 가는 데는 적어도 반 년 이상의 시간, 혹은 기약할 수 없는 무기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이 와중에 회사 차원에서 마트 총판에게 많은 교육의 기회를 주겠죠. 마트 총판과 빙과 영업 책임자가 자주 밥 먹고 대화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마트 총판이나 다른 영업망 총판의 능력이 엇비슷하다고 할 때 이 다음부터는 다소 이상한 분위기가 회사 내부에 흐릅니다. 마트 총판이 어지간히 잘못하지 않으면 영업 전략이 마트 중심으로 이뤄지고 마트가 조금 잘못한 일은 아예 언급되지 않고 회의 때 넘어가는 이상한 분위기가 만들어지죠. 빙과 영업 책임자와 마트 총판 사이에 신뢰 관계가 확보되면서 현재 빙과 영업 책임자의 눈에 색안경이 씌워진 것이죠. 영업 활동비도 마트에 보다 더 가게 되고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마트는 명확함 없는 인재 배치와 자본 배치의 힘을 입어 회사 내 어리고 일 잘하는 사람들을 다 가져가면서 마피아가 됩니다. 조직이 서서히 활기를 잃고 연공서열화 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라인이 만들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중국 공산당 파벌 다툼처럼 다음 리더를 위해 더 어린쪽부터 이런 정치가 벌어질 것입니다.



2.  다른 하부 관리자들의 동기부여를 잃게 만든다

경쟁과 도전이 사라진 문화, 지레 포기

차기 리더가 정해진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 모두가 알게 됩니다. 인사팀과 현재 리더가 조용히 정한다고 해도 조직은 소문이 빠릅니다. 어디서든 말이 새어 나가죠. 소리가 새어 나가든지 메일 계정이 유출되면 쉽게 알려집니다. 나중에는 거래처도 알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오직 관리자, 상부 조직 책임자가 되어야 생존하는 기업 문화의 폐혜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은 다음을 기약하면서 자조 혹은 불만의 술자리를 하든지 아니면 다른 회사로 안테나를 세우게 되죠. 필연적인 일입니다. 더 어린 상사가 오면 대부분은 나가야되는, 그렇게 등을 떠미는 기업 문화는 실무를 잘하는 우수한 직원을 놓치게 되는 대표적인 원인이 됩니다. 경영진의 눈에는 들지 못했지만 현장에서는 누구보다 상세히 알고 헌신적인 사람은 조직이 여러 사람을 필요로 하는 것같이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자원입니다. 하지만 경영진은 이런 하부 관리자, 실무자에 대한 니즈가 별로 없죠. 현장을 잘 이해하려 하지 않기에요. 그러기에 하부 조직의 인재들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혹은 관리자는 관리자의 길, 실무자는 실무자의 길로 세분화된 커리어 패스를 내부적으로 재정비 함이 필요합니다. 호칭부터 조직의 리더로 성장하는 방법에 대해 예전의 제왕적 조직 구조가 아닌 실험실 같은 구조로 바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3. 쉽게 바꾸지도 못한다

관심사는 자연히 이 다음입니다

후임자를 정하면 나중에 취소하기도 어렵습니다. 고른 사람의 명예 같은 것이 걸려 있기에 상부 관리자가 왠만한 일에는 양성 대상을 바꾸지도 못합니다. 혹은 대대적으로 알려진 인사를 뒤집는 것은 조직 전반적인 신뢰 관계에 문제를 일으키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이것을 대대적으로 알리는 것이나 내정하고 눈에 띄게 정리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또 대부분의 경영 수업은 이렇게 수업의 형태로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밀어주는 사람이 딱히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도 않습니다. 성과를 낼 자리에 배치를 해도 해당 사업의 혁신이 부재한 상황이라면 그 사람이 가서 성과가 안 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사람을 쉽게 바꾸면 자신의 선택에 문제가 발생하는 인사팀과 경영진은 이 사람을 두둔하고 사업을 더욱 쇠락해 가는 길로 유예시키는 일만 할 뿐입니다. 많은 기업에서 소위 '능력'이라고 말하는 것은 특수한 기술의 개발이 아닌 다음에야 경영의 본질인 사람의 마음을 얻고 지금 무엇을 할지에 대해 전체에 대해 동기부여 시키는 것 외엔 마땅치도 않기 때문입니다. 혼자 슈퍼맨이 되어서 '관리'를 한다고 실제 '관리'가 되지 않기 때문이죠.



인사는 무엇이든 다음 요직에 대해 오랜 시간 전에 조직에 알리는 것이 득이 더 클지 실이 더 클지 기업의 문화에 따라서 결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요지부동의 딱딱한 관리형 조직이라면은 상위 조직 관리자를 먼저 선정하고 양성하는 방법에 대해 위와 같은 내용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회사에서 매일매일 벌어지는 자원의 왜곡, 시스템의 인위적인 통제로 일어나는 비경제적 선택에 해당되는 내용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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