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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May 13. 2016

'비지니스'라는 이름의 엄숙주의

의지의 문제

신입 사원 연수기간은 흡사 군대를 방불케합니다. 첫 회식은 단단히 각오하고 나가야 하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첫 계약, 첫 영업은 전장에 처음 나온 학도병 같은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상황에서 도움이 된 것은 선배들입니다. 미리 해 본 사람, 선배. 이중적이게도 선배는 가장 도움을 많이 주는 존재이자 성장에 가장 방해가 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선배들이 이루어 놓은 만큼은 근면함으로 따라갈수도 있지만 그 이상을 할 수 있는지는 선배가 만들어 놓은 판에 좌우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자신보다 더 나은 후배가 나올 수 있을 수 있는 환경을 용인하는지,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것을 의도하는지는 영속적인 기업까지도 나가지 않아도 현재 기업의 생존과 연결된 내용입니다.



선배가 그런 존재 정도라면 기업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기업은 더 나은 후진들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느냐가 지금 당장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창의적인 대안을 내 놓을 수 있는가는 현재의 프레임을 끊임없이 분쇄할 때 나올 수 있는 가능성입니다. 물론 이것은 권한을 포함한 내용입니다.



가장 답답한 선배가 기존의 룰을 100% 지키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상당한 부분까지는 기본적으로 동일하게 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똑같이 해야만한다면 고용은 그 사람의 머리가 아닌 손발에만 한정된 개념일 것입니다. 사례와 이론, 경험 스토리들이 도움이 되겠지만 긴장이 느슨해지거나 지나치게 딱딱해진 선배들의 관점으로는 현장의 틈을 무너뜨릴 차이를 발견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기존의 것을 이야기 한다면 어느 순간 후배들이 대충 인사하고 빨리 헤어지길 원하는 선배로 남을 것입니다.



기업은 어떻습니까? 교조화된 이론이 문제를 만드는 원인입니다. 이론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일종의 '신앙'이 됩니다. 하지만 이론은 환경의 변화에 맞는 진리 수준이 아니기에 곧 바뀌는 추세에 따라 작동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점이 간과되는 부분입니다. 조직의 혁신을 위해 주창한 좋은 이론이 곧 조직을 역설적으로 가라앉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이것은 리더의 지나친 전횡에 있습니다. 자신의 의견도 하나의 '의견'이라는 의식 없이 교조화되는 것을 즐길 때 문제가 생깁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을 실행하는 사람들의 가치관이 과거 세대와 달리 보다 합리적이고 납득이 되어야 움직이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 번 수긍이 된 직원은 이전보다 더 큰 창의성으로 성과를 자기 동기부여로 이끌어 낼 수 있는 모든 도구의 작동법을 다 알고 있는 세대입니다.



모든 종교가 교리와 관계없는 광신도, 맹신도가 있듯이 이런 리더십도 엄숙주의를 내세운 중간관리자의 정치에 놀아납니다. 이른바 '비지니스교'이죠. 이 종교는 과거의 경험과 영광, 그리고 컨설턴트에게 들어봄직한 이론으로 묶여서 '인사조치'라는 강력한 현실 능력으로 신자들을 모으고 이도교들을 지목하여 무자비하게 날려버립니다. '비지니스'라는 이름으로 일단 모든 신자들과의 만남시간을 엄숙하게 만들고 신탁 수준의 메세지를 매일 필요 이상으로 설파합니다. 항상 모든 기업 활동에 내부적으로 강렬한 훈계나 책망 같은 정서로 시작한다면 이런 종교의 아우라가 가득하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많은 실리콘밸리의 캠퍼스 문화를 부러워하고 이것을 국내 기업에 적용했다고 하는 많은 회사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캠퍼스같이 일과 노는 것의 구분이 없이 일을 시키고 정작 일하는 모양 자체는 복학생이 가득한 캠퍼스 동아리 방 같은 느낌이 나는 기업이 많습니다. 신입이 마음대로 이야기 할 수 없고 일부 정신 교육이 잔존하는 한국식 캠퍼스 문화가 기업까지도 적용된다면 문제가 있습니다. 승진을 하면 신입과 더 이야기할 기회가 적어지는, 어려워지는, 그냥 웃어주는 기업이라면 분명 지금의 문화는 문제가 있습니다. 거창한 리더의 연설 철폐, 의례 절차의 간소화, 이론의 토론과 변경이 가능한 문화, 직원을 인적 자원으로 생각하는 개인사에 대한 기업의 따뜻한 지원, 기회의 발견과 격려는 이제 여기저기서 너무 많이 이야기해서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의 문제만 남은 것 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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