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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Aug 28. 2016

첨단 산업이란 무엇인가

최신 제품도 최신 프로세스도 아니다

'첨단 산업'은 모두가 지향하고 취업하고 이직하고 싶어하는 대명사와 같이 남아있습니다. '사양 산업'의 반대말이죠. '첨단 산업'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반도체 공장? 드론이 택배를 나르는 모습? 컴퓨터가 진행하는 투자? 이슈의 뜨거움으로만 따진다면 이것들은 모두 첨단 산업입니다.


첨단 산업은 아이템?

이런 이미지 덕분에 취직을 하고 나면은 사업 아이템에 따라 내가 첨단 산업에 취직을 했는지 아니면 몇 년 지나면 내일을 기약하기 어려운 사양 산업에 취직을 했는지 우리는 곧 정의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O2O서비스를 토대로 스타트업을 만든 친구들은 첨단 산업에 있으며 몇 년간 산업의 볼륨 자체는 걱정하지 않는가하면, 인쇄나 패션, 소매유통, 출판사 등에 일하는 사람들 중에는 일부 '내가 지금 사양 산업에서 뭐하고 있나'라는 걱정을 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연탄이나 성냥이나 이런 아이템 단위로만 본다면 사양 산업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첨단 산업은 시스템?

첨단 산업에 대한 또 다른 정의도 있습니다. 업무 프로세스와 디바이스의 첨단화로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아이템에 따른 첨단 산업 구분보다 나은 점은 같은 산업이라도 기업의 시스템에 따라 첨단 기업과 후진적인 사양의 길로 가는 기업이 있을 수 있다는 보다 덜 예정론적인 접근입니다. 새로운 모바일 솔루션을 사용하는 것이나 직원들이 원하는 빠르고 유동적인 기반의 커뮤니케이션은 이게 첨단 산업의 정의에 가장 부합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사업이라는 것의 본질을 생각해본다면 첨단의 정의는 의외로 다른 곳에서 이루어져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업을 간단히 정의한다면 무엇입니까? 제조업의 경우라면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많이 팔아내는 것, 허튼 재고나 투자를 양산하지 않는 것 아닌가요?


사업의 성과 = 투하 자본 * 판매율 - 판매관리비용 - 재고비용 + 투자손익


대충 생각해보면 위 등식을 극대화하기 위해 세부 항목에 그렇게 바쁘게도 매달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런 접근의 수식은 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무튼 산업의 형태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보편적으로 본다면 사업의 성과를 규정짓는 세부 인수들은 아래와 같이 생각할 수 있습니다.


투하자본 = 총알. 월급쟁이에겐 부여받은 것. 사업가에겐 과도한 채무로 얻지 않는 것.

판매율 = 사업의 실력. 기술력이든 디자인이든 품질이든 시장의 크기를 창출하는 차별성.

판매관리비용 = 투하자본*판매율의 규모를 운영하기 위해 만든 구조

재고비용 = 이전에 잘못 만든 것들의 물류, 보관, 브랜딩에 관한 모든 사슬들

투자손익 = 늘 확답할 수 없는 비 중요 분야


정말 대충 쓴 내용이지만 사업 기획 일을 하면 할수록 모든 기업의 활동은 오히려 단순화 되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주어진 자원, 한계가 명확한 인수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것입니다. 투하자본은 당장 크게 바뀌는 것이 아니고 투자손익은 아주 망할 기업이 아니라면 소소한 수준이므로 후순위로 논의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제조업에서 남는 것은 판매율과 판매관리비용, 그리고 재고비용입니다. 재고비용의 성격상 앞의 두 지표에 비해 파급력이 작다고 생각한다면(물론 재고는 제조업의 전부입니다만..) 중요한 것은 판매율의 극대화, 판매관리비용의 최소화입니다.


이 두 가지를 최적화 한다는 것은 모순과 같을 수 있습니다. 비용을 부으면 초반에는 판매율이 올라가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한계가 있겠죠. 사람을 많이 쓰고 비싼 유통망을 뚫고 호화로운 사무실에 최고의 복리후생을 약속한다고 해도 판매율이 비례해서 상승하는 것은 어느 순간까지입니다.


반대도 있을 수 있겠죠. 판매율이 영원불변할 거 같은 안정적인 매출 구조의 사업이라고 판단해서 막 그냥 판매관리비를 절감한다고 사람 줄이고 연봉 안 올리고 복리후생 조금씩 거두고 뭐 그런 식으로요.




이 두 가지 케이스가 설명하는 사업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사업의 핵심인 판매를 극대화할 수 있는 원천을 만드는, 행여 안정적인 아이템이라고 해도 한 순간 무너질 수도 있는 핵심이 되는...'사람'. 사람입니다. 동기부여가 되어야 자발적으로 찾아서 일하고 인정받으면 인정 안 받는 것보다 무형의 몇 배는 더 에너지가 있는 사람. 그냥 놔두면 우수한 인재라도 한 없이 게을러지고 무기력해지지만 반대로 마냥 툭탁거리면 곧 나가 떨어지는 사람. 문제는 기업주들이나 중간관리자들이 이런 관점으로 직원을 대한다는 데 있습니다.


첨단 산업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

첨단 산업은 이런 '사람'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입니다. 인간이라는 동물의 본성을 잘 알고 창의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조직구조, 보상체계 등을 만들고 비용이나 자산의 하나가 아닌 그 자체가 기업이라고 생각하고 대우하는 마음가짐. 그 자체죠.


인사가 경영의 한 분야로서 발전할수록 우스운 부분은 인재에 대해 모든 것을 비용 관점으로 손익을 따져보려하는 계량적인 태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시도는 단면을 잘랐을 때는 맞을 수도 있지만 이런 관점 자체가 기업에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결과를 만든다는 데 문제가 있죠.


어떤 산업이 첨단 산업입니까? 인재의 주도성과 창의성을 훼손하지 않는 산업과 조직입니다. 앞서 말한 드론이 어떻고 O2O가 어떻고 등이 첨단 산업으로 생각되는 것은 최근에 발생한 아이템이라는 호기심과 이것의 파급력일 수 있지만 생각해보면 이 산업에서 인재를 대하는 태도가 인근의 '꼰대 산업 (=꼰대 방식으로 일하는 기업이 대부분인 산업)'보다 구성원의 주도성과 창의성을 보전한다는 데 있는 거 아닐까요? 돈도 얼마 못 받고 지금 당장 미래가 딱히 보이지 않는 스타트업을 대기업 대리 이하급에서 줄지어 가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거 아닐까요?


그래서 사양 산업에서 첨단 기업이 나오기도 한다!

왜 사양산업은 사양산업이라는 말을 들을까요? 대부분이 뭔가 획일화 되고 평균치를 존중하고 마음을 쓸어내리며 경직 이상의 무기력에 빠진 강한 하이어라키를 갖고 있기에 사양 산업이 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사양산업이 모두 사양 기업으로 연결되는 게 아닙니다. 책이나 언론에서는 안 될 거 같은 산업에서 대성한 기업이 나오면 '개천에서 용 나듯' 이 기업들을 다루지만, 정말 주목할 것은 이 기업이 시도한 새로운 상품도 아니고 알만한 사람에게 이미 알려진 브랜딩도 아닙니다. 이 기업이 시도한 같은 사양 산업 기업들과 다른 '인재를 대하는 태도'에 있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는 게 뭔가 시도해 본다는 게 더 일하는 게 손해가 아닌 게 보이는 정치로 만족하지 않는 게 상식인 회사. 그래서 사양산업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석탄 회사가 '우린 석탄 회사지 에너지 기업이 아니야', 연필 회사가 '우린 흑연으로 뭔가 만드는 회사지 팬시 솔루션 기업이 아니야' 정도로 생각하고 이런 생각이 조직을 감싸고 있다면 우리가 익히 아는 사양 산업, 사양 회사가 되는 것입니다.


취직, 이직할 때 먼저 볼 것은

그래서 취직할 때 이직할 때 볼 건 돈도 아니고 지금 신제품의 시장 반응도 아니고 인재에 대한 태도입니다. 그래서 취직과 이직의 성공이 어렵고 같은 고민이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여기 저기서 공통적으로 반복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경영'이란 결국 '사람'이라는 '뻔한' 결론

경영은 또 어떻습니까? 경영이 물건 만들고 현금으로 치환하는 단순한 작업이 아닌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과 어울려 사는 방법을 고민하는 활동, 인간의 본성에 가장 적합한 시너비를 내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라면 이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입니다. 단순히 술 잘 마신다고 말 잘한다고 글 잘쓴다고 사람 정하는 일이 아닌 겁니다. 경영에 대한 이런 관점을 말로만 한다면 손으로 태양을 가리듯 한다면 사양 산업이라는 자조섞인 결과와 환경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일시적인 성공 이후에는 그것의 부작용이 오랜 기간 조직에 만연할 것입니다.


첨단 산업, 첨단 기업 부러워할 거 없습니다. 국내 모 전자에서는 회의 시간마다 우린 왜 GE, 3M처럼 기업 문화를 못 만들까,  국내 모 이커머스 기업에서는 관리자들이 모일 때마다 아마존이 이미 된듯 말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구성원이 생각하는 사람을 대하는 철학의 첨단화가 이루어졌느냐, 그것이 현장에 발현이 되었느냐인 것이죠. 그게 중요한 것입니다. 인사가 인사행정, 인사시늉으로 전략이나 기획부서가 무의미 도식화, 좋은 말 짜집기만 해서는 이것은 먼 이야기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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