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 8년차에 대학생 때를 돌아보면
언젠가 매체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영시로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뽑힌 적이 있습니다. 지나간 시간을 다시 되돌리면 지금보다 더 나은 현실을 만들 수 있지 않았겠냐는 아쉬움이 있어서였을까요? '시그널'이나 '어바웃 타임', 멀리 가보면 '백 투 더 퓨처' 같이 장르는 다르지만 이런 타임슬립은 항상 지지자들을 만들어냈습니다. 타임슬립을 경험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지혜는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선배를 만나거나 지식을 통해서죠. 하지만 이런 여건과 이것을 좋아하는 성향은 개인 취향의 문제이기에 모두에게 적용될 수는 없겠네요.
대학생 때로 돌아가고 싶은 분들이 많을 겁니다. 신입생 때 말이죠. 우리나라의 입시제도 하에서는 대학 신입생이 '자유'를 손에 쥔 첫 순간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자유는 곧 방종과 현실의 차가운 환경과 마주합니다. 오늘 할 이야기는 이것입니다. 지금 옆에 대학생들이 중간고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 때의 제 모습을 돌아보면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처럼 하고 싶은 것과 이제는 알게 되어서 하지 않을 것이 조금은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어학연수나 자격증이 후회되지는 않습니다. 시험 준비를 하는 어린 친구들을 보니까 생각나는 게 조금 있는 것 뿐이니까요.
그렇습니다. 학점을 따려고 했던 것이 개인적으로는 후회됩니다. 썩 좋은 학점도 아니지만 학점만을 추구한 행위는 후회가 됩니다. 학점이 아닌 실력을 올리려 했어야 했는데요. 수학의 증명을 모르면서 외우는 거 같이 의미는 모른 채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단기 기억에 저장했다가 휘발된 지식의 파편이 많습니다. 몇 개 못 외우더라도 하나라도 제대로 이해하려고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학문을 토익 시험처럼 찍는 원리로 점수를 올리는 데 매진한다면 사회 생활 이맘쯤 때가 되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습니다. 학점은 요즘은 대부분 커트라인에 불과합니다. 꿈이 아카데미컬한 일을 할 게 아니면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시간을 썼을 것 같습니다.
방금 학점을 따려고 노력한 것과 모순됩니다. 하지만 사실입니다. 이성보다는 감성적인 부분이 그나마 더 남아있었던 젊음은 모순된 부분이 있습니다. 좀이 쑤시는 몸은 늘 놀길 원했습니다. 봄에는 심지어 교수님이 벚꽃 보러 가지 왜 강의실에 들어왔냐면서 우스개 소리로 일탈을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그 때의 아름다움이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맥락을 잃어버리면서까지 강의에 불참한 것은 지금 생각하면 안타깝습니다. 적어도 다음 공부할 의욕마저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었으니까요. 한 번 놓친 학문의 흐름은 그 다음 퀴즈, 시험, 과제에 의욕을 떨어뜨립니다. 지금 옆에서 대학생들이 안 들어간 수업의 필기를 외우고 있습니다. 물론 무슨 이야기냐면서 서로 쳐다 봅니다. 낭만도 좋지만 감당할 수 없다면 실력을 만들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시험 나온다고 한 거 외우고, 대학생 때도... 그랬네요. 그러다 보니 순진하게 세상에는 시험에 나올 거 같은 룰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회사에 가서도 경영이란 게 경영학 시간에 배운 것 처럼 있고 경영진은 이것을 다 알고 있고 회사는 그런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룰이란 것은 없었습니다. 살면서 느낀 것은 룰은 대부분 내가 정하면 되더라는 것입니다. 드라마에 가끔 나오는 열혈 신입은 없지만 '미생'에 나오는 장그래의 요르단 사업 같은 일은 그래도 가끔 있다는 것입니다. 경력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경력 관련 도서들이 참고는 됩니다. 실제로 아직 기업 인사팀에서 생각하는 관념들이 잘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비범한 길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는 대학교 중퇴자들입니다. 마윈은 일반적인 길을 걷지 않았습니다. 창업자가 아니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IT 기업의 수장들이나 글로벌 소비재의 리더는 다양한 출신들이 많습니다. 자기가 인생을 걸어서 남기고 싶은 것을 알았더라면 하는 요즘입니다.
가는 길의 결과가 무엇인지 모른 채 방황했던 것은 청춘의 낭만이라기 보다는 공허함과 불안감의 연속이었습니다. 요즘은 경력자와의 세미나 같은 게 많아졌습니다. 미리 결과를 생각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과 백지에서 붓만 들고 있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사회 생활하는 선배들을 많이 만나서 실제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사는지 알았더라면 더 다양한 준비와 주도적인 사고를 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뭐 없던 답이 자판기처럼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옆에 있는 대학생들을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실력이 후광효과를 지우고 있는 시대에 왔습니다. 세부적인 하이엔드 기술과 끝까지 내려간 커스터마이징과 융합. 기존의 간판따기나 이력서 한 줄 채우기가 무색한 시간입니다. 만약 10년도 전인 대학생 때로 돌아간다면 이런 생각으로 조금은 다르게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지금은 과거의 최선일까요? 지금부터라도 잘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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