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셰(Cliche)를 붙여서 클리셰를 파괴하다
클리셰 (프랑스어: cliché, 발음: [klɪ'ʃe])는 남용의 결과, 의도된 힘·새로움이 없어진 구 (상투구, 상투어)·표현·개념을 가리키며, 또 상황, 줄거리의 기법, 주제, 성격 묘사, 수사 기법 등, 흔히 있던 것이 되어 버린 대상 (요약하면, 기호학의 사인)에도 적용된다. 부정적인 문맥으로 사용되는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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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영화나 문학에 대해 깊이가 없는 사람입니다. 다만 소비자로서 감정의 동요에 따라 웃고 울고 즐기는 편입니다. 최근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을 즐겨보고 있습니다.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를 보는 것도 즐거움이지만 신들린 연기여야만 할 수 있는 시나리오 전개를 보는 게 더 흥미롭습니다. 상황에 맞지만 관용적인 장르적 특성에 맞지 않는 대사들과 상황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재미있는 혼란을 느끼게 합니다. 남녀 간의 삼각관계 줄거리의 로맨틱 코메디에 작가의 이전 작품 오마주가 카메오로 들어오고 예전에 개콘에서 한 '생활의 발견' 코너처럼 맥락과 현상이 따로 노는 장면도 많이 나옵니다. 어제는 세 남녀가 애정을 갈구하는 장면에서 상황적으로는 남자 주인공이 '바바리맨'이 되어버리면서 시청자에게 묘한 재미를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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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가 뻔한 삼각관계 로맨스나 썸 타는 연애물이었으면 이 정도의 인기는 없었을 것입니다. 적당히 일탈을 하다가 어느 순간 정통 연애물이 되어도 연속되는 관심은 적었을 것입니다. 물론 시청율 10% 초반대가 대단히 열광적인 인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맨눈으로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말이 되게 푸는 능력을 보고 작가의 내공에 환호를 보내는 팬들이 많습니다.
전형적인 방법을 '클리셰'라고 합니다. 히어로 물 만화에서 히어로가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잘 안 죽는 다든지 최종 보스가 나오고 그가 죽으면 세상이 갑자기 평화로워 진다든지 하는 내용 같은 것입니다. 물론 클리셰의 종류는 문명의 발전이 축적되면서 어마어마하게 많이 쌓였습니다. 상투적이라는 것의 뜻이 가장 보편적이고 많이 알려진, 그래서 상상이 어렵지 않은 것이기도 하니까요. 클리셰를 깨는 클리셰도 이제는 많습니다. 음악적 장르에서도 한 가지 장르로 시작해서 끝나지 않고 여러 장르적 구성을 한 곡 안에 섞어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뻔한 예측을 깨트리지만 이런 곡도 이제는 하나의 클리셰가 될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비전문가로서 감히 말하자면 '질투의 화신'도 기존의 뻔한 클리셰들을 깨고 새로운 표현 방법으로 시청자의 인기를 얻었다고 생각됩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복합적인 상황이 주는 재미가 일관된 톤 안에서 흥미롭게 풀어 나가는 것 같습니다.
경영에서도 클리셰를 깨는 것을 '융합'이라는 이름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사업 아이템을 복합적으로 엮어서 출시하는 상품적인 결합도 있고 전략적 모티브를 다른 장르에서 가져오는 융합도 있습니다. 특히 '지식 경영'으로 알려진 방법은 컨설팅 회사를 중심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방법입니다. 산업군의 구분을 넘어서서 성공의 핵심 방법들을 정리해서 동종 산업이나 다른 산업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지식 경영은 크게 '현상에서 성공지식을 원리로 요약'해서 '지식을 카테고리로 분류하여 도서관 형태'로 만들고 '지식을 열람하여 새로운 프로젝트에 활용'하는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식 관리 시스템(knowledge management system)은 조직구성원의 지식자산에 대한 자세, 조직의 지식 평가/보상 체계, 지식공유 문화 등 조직차원의 인프라와 통신 네트워크, 하드웨어, 각종 소프트웨어 및 도구 등 정보기술 차원의 인프라를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지식관리시스템은 지식베이스, 지식스키마, 지식맵의 3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지식베이스가 원시데이터를 저장하는 데이터베이스에 비유된다면 지식스키마는 원시데이터에 대한 메타데이터를 담고 있는 데이터사전 또는 데이터베이스 스키마에 비유될 수 있다. 지식스키마 내에는 개별 지식의 유형, 중요도, 동의어, 주요 인덱스, 보안단계, 생성-조회-갱신-관리 부서 정보등과 전사적인 지식분류체계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집을 지을 때 설계가 중요하듯이 지식관리시스템을 구축할 때에도 먼저 지식스키마가 잘 구축되어야만 향후 저장된 지식을 활용하거나 유지-보수하는 작업이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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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회사는 프로젝트를 착수할 때 사례 중심으로 기존에 성공한 내용을 먼저 스터디 한 이후 새로운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진행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프로젝트에 적합한 지식을 어떻게 찾느냐의 문제입니다.
모든 작가가 삼각관계 로맨스에 코메디 프로그램의 클리셰를 활용해 시나리오를 쓰면 '질투의 화신'같이 되지는 않습니다. 적용하는 것이 서로 매칭하는 것이 적합한지, 그보다 매칭한 이질적인 클리셰를 연결하는 방법이 중요합니다. 작가도 시나리오를 쓰면서 한 번에 원고를 작품화 시키지는 않았을 겁니다. 자체적으로 몇 번 수정을 하고 잘 아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팀으로 시나리오를 쓴다면 서로 의견을 구해서 가다듬어 나갔을 것입니다.
기업 경영에서 지식 경영이 어려운 점은 대부분 '새로운 클리셰'를 많이 확보하지 못했다기 보다는 우리의 전략(클리셰)과 접목되는 전략(클리셰) 간에 이것이 이질감은 있지만 거부감이 없는 것인지 임상실험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새로운 전략적 포인트를 외부에서 도입하자는 사람은 보통 기업 고위층이며 이것에 대한 반대나 검토는 항명으로 인식되는 기업 문화가 만연해있기 때문입니다.
경영 비전이나 철학이 없는 경우 새로운 지식의 도입은 브랜딩 자체를 위협합니다. 예를 들어 생산 공정 단계에서 원가 절감적 방법과 신규 기술을 창출하는 투자가 혼재될 때 이것은 '사공이 많은 배'로 귀결될까요, 아니면 이것도 저것도 다 하는 '양수겸장'의 미덕으로 귀결될까요? 도입하는 기업 스스로 전략적 우선 순위를 정하지 못하면 실무자들은 혼재된 철학 속에서 비용과 시간 어느 하나도 잡지 못합니다. 사회적 트렌드가 어느 방향으로 바뀌고 있음을 파악하면 전략적 우선순위도 명확해 집니다. 비록 내부 프로세스에서 상반된 가치를 가진 프로세스가 부분적으로 도입될 수 있지만 그것은 큰 그림 안에서 서로를 보완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큰 그림에 대한 이해가 임원부터 말단 실무자까지 이해되지 않는다면 펼치는 방법에서 서로를 잡아먹는 결과로 마무리 됩니다.
지식 경영 과정에서 임상 실험 같은 테스트가 필요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명절 신규 예능 프로그램이 텔레비전에서 하는 것처럼 기업도 나름의 임상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팝업 스토어를 오픈 해서 반응을 본다든지 미리 티저를 뿌리고 주제에 대한 고객 반응을 봅니다. 재무적 위험이 예상되면 아예 분사해서 진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테스트 결과가 무조건 'YES'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런 과정은 요식행위일 뿐입니다. 애널리스트가 '사자'는 보고서만 쓰는 게 거짓말인 걸 알듯이 기업도 새로운 클리셰의 도입이 테스트를 거쳐 무조건 '해야 한다'로 나오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몇 자 보고로 임원진을 속이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직접 현장의 리액션을 경험하지 않기에 이런 말에 잘도 속습니다.
기업의 전략은 이제 산업과 산업, 컨텐츠와 플랫폼 간의 전략적 클리셰가 결합되어 기존 소비를 깨버리는 새로운 시장을 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식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테스트에 대한 방법에서 양적인 만족과 단기 결과에 대한 성과 인정 문화가 없어져야 제대로 된 지식 경영이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결합에서는 '질투의 화신'의 경우처럼 세부적인 디스플레이의 방법의 한 끗 차이로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이 구분되는 민감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질적인 조직을 하나로 모으는 게 소프트한 매니징이 필요한 것처럼 이질적 결합에 대한 전략적 신규 포인트 도출은 '대의명분'이 아닌 세부적인 행동 방법의 수정과 모색으로 이루어져야 완성될 수 있습니다. 테스트의 피드백 결과가 지식과 지식 간의 결합 방법의 작은 부분을 신경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 동안 브런치에서 이야기 한 실무 전문가에 대한 대우가 중요한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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