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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Dec 21. 2016

전문성은 관점에서 나온다

업에 대한 이해


'전문가'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흔히 산업 내에서 전문성에 대한 회의를 안고 살아갑니다. '이 일을 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 '지금 하는 일이 전문가가 되는 데 도움이 될까' 이런 회의를 늘 안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나름대로의 대안을 가지고 움직입니다.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커뮤니티를 다니거나 기타 교육기관에서 강의를 듣고 책을 사서 읽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이 근본적으로 어떤 일인가에 대해 알게 되면 '전문성'이라는 것에 대한 정의가 조금 달라집니다. 회사에는 전문가들이 분명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전문가라고 부르는 사람들 말이죠. 이런 사람들은 해당 분야의 지식이 많습니다. 영업 전문가는 영업망 관리부터 영업에 관련된 법률 지식과 기초적인 수준 이상의 점포개발 능력 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갖고 있지 못한 전문성입니다. 재무 전문가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자금을 끌어오는 능력부터 재무 성과를 평가하는 방법, 세무적 지식까지 다른 영역에서는 쉽게 알 수 없는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적인 바보도 있습니다. 재무 이론은 빠삭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산업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나 영업 경력은 오래 되었으나 전혀 다른 아이템으로 넘어와서 이게 어떻게 팔리는지 모르는 경우 말입니다. 해당 분야의 지식이 머리 속에는 있지만 써 먹을 수는 없는 상태가 되는 것. 이게 전문적인 바보입니다. 이론적인 것에 대해 말은 많이 하지만 쓸 수 있는 게 없고 실정에 맞지도 않습니다. 이런 사람을 해당 분야의 인재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결국 인정받는 인재는 직무의 전문성은 물론이고 이것이 해당 산업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있어야 하고 회사 안 밖으로 어떤 조직과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직능이 부족하거나 업에 대한 이해가 약하면 최종적인 성과를 극대화 하기 어렵습니다.




기획자로서 '업(業)'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업을 안다는 것은 해당 시장을 잘 안다는 것입니다. 시장을 잘 안다는 것은 서비스나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팔리는지를 잘 아는지를 아는 것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이 시장을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로 귀결됩니다. 시장을 바라보는 프레임, 고객을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미혼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대책을 세워야 하는 전문가는 인구 사회학적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업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는 것일까요? 사회학적 조사 기법을 잘 알고 있고 통계에 밝은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직능은 어느 정도 있기에 아는 방법대로 조사를 해서 문제를 찾고 대안을 제시하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업에 대한 이해, 시장을 바라보는 눈이 없다면 겉돌 수 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기계적으로 접근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인구를 연령대로 구분하고 연령대별로 미혼율을 측정할 것입니다. 그럼 뭐가 되든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분명 과거에 비해 어떤 연령대에서 미혼율이 급증하는 구간이 나올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름의 프레임으로 구분한 타겟층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대안은요? 단순히 연령으로만 접근해서는 대안까지는 나오기 어렵습니다. 규제만 만들 뿐이죠.


하나의 가설을 더 넣어서 조사를 합니다. 연소득을 조사합니다. 연령대별 조사에 소득 구간에 대한 조사가 입체적으로 더해집니다. 그럼 어떤 연령대에 어떤 소득 이하에서 미혼율이 높다는 것이 나올 것입니다. 그러면 처음으로 대안이 나올 수 있습니다. 결혼을 할 수 있도록 소득에 대한 지원이나 결혼 지출에 대한 대책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게 최선의 대안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회학적 문제는 원인이 그렇게 간단치 않기 때문입니다. 나중에는 학력별 분포나 지역별 분포 등 거시적 데이터는 죄다 나옵니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겉돌 뿐입니다. 사람들은 결혼이 다가 아니라 결혼 이후의 생활까지 걱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학적 조사가 이 영역까지 볼 수 있는 눈이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조사의 대상, 방법이 달라지므로 대안도 당연히 달라집니다. 그러므로 하나의 문제에 대해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정확한 눈이 사전에 필요합니다. 사회학적 조사 방법을 정밀하게 잘하는 사람을 마냥 찾는 게 아니라 이 현상을 관점 있게 지켜본 사람을 함께 찾거나 그런 감각을 겸비한 사람을 찾아서 진행하는 것이 실제적으로 문제를 푸는 데 더 도움이 됩니다.


또한 이런 프레임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경하는 유연함을 갖춘 사람이 필요합니다. 사람이 하나의 선택을 하게 되는 데 따르는 외적 변수는 자주 바뀝니다. 특히 정보/교통 등의 인프라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고객에게 영향을 미치는 외적 변수의 변화는 가속화 되고 있습니다. 기존에 맞는 것은 결국 폐기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변화의 양상을 파악하고 프레임을 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계적인 접근



그런데 회사에서는 이런 상식적인 수준의 내용이 잘 안될 때가 많습니다. 경영진의 일방적인 시장 프레임의 강요나 막무가내식의 인사이트 던지기는 말할 필요도 없는 문제입니다. 더욱 문제는 기계적인 프레임만 갖고 있는 전문가가 설치는 것입니다. 고학력, 좋은 출신으로 들어온 인재는 스펙 만능주의의 경영진에 의해 중용 받습니다. 시장에 대해 잘 모르고 몇 가지 툴(Tool)만 갖고 잇는 상태의 전문가에게 회사의 중요한 조사를 맡깁니다. 그렇게 나온 결과는 때로 실무진들이 의아해 하는 방향을 제시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결과에 접근하는 프레임이 지나치게 기계적일 때 다들 어려워하게 됩니다. 사회학적인 접근이 결여된 채로 일반적인 물리적 데이터를 갖고 시장과 고객을 접근하려 합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만 권위있는 단체에서 구한 것으로 조사의 권위를 내세웁니다. 경영진은 또 한 번 그 열정과 자료의 출처만 보고 속습니다. 물론 살 길 찾는 실무진은 떠나죠.


억지로 짜 맞춘 단기적인 조사가 능사가 아닙니다. 사회에서 고객은 자주 변하고 프레임은 늘 자주 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진정한 전문가는 그 프레임이 맞는 사람입니다. 계속해 보니까 성과가 나오는 프레임을 가진 사람입니다. 하지만 실적에 대한 평가까지 회사는 잘 바라보지 않습니다. 그 때쯤이면 다들 없거나 이미 누가 했는지 잊게 됩니다. 우리 사회에 전문가가 참 적은 까닭이기도 합니다.


다만 경력만 쌓입니다. 무슨 조사를 했다,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래서 뭘 출시했다. 이런 식으로 경력은 행위로 포장됩니다. 결과는 검증할 수도 검증하지도 않습니다. 이름을 들어본 것이냐 아니냐에 따라 사람들은 그것을 평가합니다. 그래서 또 무너집니다.


고객을 어떤 프레임으로, 시장을 어떤 프레임으로 바라보는지 대화해 보십시오. 밑천이 없으면 금방 드러납니다. 평소의 고민이 있어야만 말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획자는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획자의 밑천은 업에 대한 이해, 업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기 때문입니다. 관점이 다르면 물론 접근법도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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