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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Dec 03. 2016

내 소리를 알아 주는 사람을 만나라

현실적인 직장 생활 조언

브런치의 아티클을 통해 잘못된 기업 문화와 기획자로서의 삶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이상적인 내용도 있고 밖에서는 잘 알수 없는 기업의 바닥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나 쓰고 나면 언젠가는 어디선가 존재할 세상을 위해 저축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지금 당장 디딘 땅은 진흙 투성이의 안개 속이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좀 현실적이고 꼰대스러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처세 중의 처세, 인간 관계입니다.



지음(知音)


'지음(知音)'이라는 고사를 아실 겁니다. 중국 춘추 전국시대 백아와 종자기를 두고 일컫는 말인데요, 거문고의 달인 백아의 소리를 알아주는 사람은 종자기였는데 종자기가 죽고 나서 백아도 거문고 줄을 뜯어 그만 두었다는 고사는 '절친한 친구'를 두고 흔히 하는 말입니다. 거문고 소리만 들어도 이 사람의 속내를 이해할 정도면 아주 막역한 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생 살면서 이런 친구를 만나는 것은 큰 복입니다. 특히 정글과 같은 직장 생활에서 나의 뜻을 알고 같은 방향으로 마음이 맞는 동료를 만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앞에 이상적이라고 했던 기업문화보다 더 이상적인 만남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직장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지음을 찾고 만나고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일입니다. 이것이 마치 '라인'이나 '그룹'이나 어떤 형태의 그릇된 파벌로 보일 수 있지만 엄밀하게 말해서 부정만 하지 않는다면 직장 생활에 지음만큼 힘이 되는 것도 없습니다.



측정과 평가가 분리된 기업


이전에 다룬대로 현재 기업의 개인에 대한 평가는 사실상 출신과 고정관념으로 이루어집니다. 성과제 연봉 체계를 만들고 마치 성과 기반으로 KPI를 정하고 측정하는 것 같지만 이것이 승진과 보상 등으로 이어진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측정은 측정대로 평가는 평가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곳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하지 말자고 이전에 아티클을 썼지만 그건 당장 변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 일입니다. 하루하루 생존이 고달픈 직장인에게 너무 먼 이야기죠. 그래서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차피 고정관념으로 이루어지는 평가라면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자신을 평가해 주는 것 만큼 현실에 적응된 정답도 없을 것입니다.


성공한 대기업에서 한 팀이 나가서 신생 기업을 차리거나 타 회사로 이직하는 것을 봅니다. 왜 따라 나갈까요? 단순히 빌붙어서 함께 이익을 노릴 수도 있지만 이 회사 내에서 나를 알아주고 그 뜻에 동의하는 것이 이 사람이라면 함께 일하는 게 성과도 나고 일하기도 편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앞뒤 보지도 않는 순진한 관계는 존재하지 않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유익이 있는지 따져보는 지음의 관계는 존재합니다.


'미생'에서 오과장에게 손을 내민 최전무는 오과장을 자신의 라인으로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라인으로 만들려고 준 프로젝트는 성과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최전무가 바른 사람이고 회사에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를 오과장에게 주었다면 오과장도 기쁜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해냈을 것입니다. 가장 현실적인 이용해 먹는 관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맞는 사람과 오과장은 밖에 나가서 독립을 합니다. 직장 생활에 이런 경우는 부지기수지만 정말 나의 능력과 기업 문화와 동조하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일하고 따라 나서야 합니다. 물론 부정하거나 끝이 뻔히 보이는 최전무 같은 사람은 판단해서 피해야겠죠. 쉽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요.



같은 성향과 비전, 다른 업무 지식


'지음'은 나와 성향이 같으면서도 업무 지식이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 낫습니다. 성향이 다른 사람이 맞추고 지낼 수도 있지만 성격이나 보고 받는 방식, 일의 디테일에 대한 이해 등이 다르면 어지간히 맞추기 어렵습니다. 그 때를 잠시 견디는 것 뿐이지 오래 가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업무 지식은 서로 보완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성공한 실리콘벨리의 창업 파트너들이 서로 비슷할 때 기업이 커지면서 전혀 다른 성향의 지식을 가진 사람을 채용해서 보조를 맞춥니다. 아예 처음부터 업무 영역을 나누어서 출발하기도 합니다. 개발자만으로 이루어진 집단이나 기획자만으로 이루어지는 집단이 사이즈가 어느 정도를 넘으면 한계를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구글도 에릭 슈미트를 경영을 위해 영입했고 애플도 스티브 잡스만으로 운영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향점이 같다는 것입니다. 서로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사업 모델과 기업 문화가 같으면 맞춰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화하지 않는 조직에서 지음을 찾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일만 하고 헤어지고 서로에 대해 관심이 없는 조직에서 이 사람이 어떤 기업을 꿈꾸는지 어떤 뜻이 마음에 있는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보고서만으로 서로 대화하고 메일로만 할 말 다하는 조직에서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다 모이면 이런 이야기는 또 잘 하지 않습니다. 부끄럽기 때문이죠. 가십 거리나 새로 나온 아이폰에 대한 사용 후기, 가족과 보낸 이야기, 어제 본 영화나 주말에 먹은 음식, 지난 여름에 간 휴양지는 술술 나오지만 서로의 뜻은 뭔가 포스트 모던적인 사무실에서 어색하고 진지하게 보이는 게 싫기 때문에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대화하는 '진지충'으로 가득한 회사


그러나 서로의 비전에 대해 이야기 해야 합니다. 회사는 조직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구성원이 결국 회사를 만들어 갑니다. 조직원의 꿈을 모르는 회사가 비전을 걸어 봤자 그것은 실현되기 어려운 한 사람의 꿈일 뿐입니다. 회사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개인을 위해서도 비전은 나누어야 합니다. 서로의 지음을 찾아 배울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찾아가서 각자 잘하는 것을 나누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지나면 같이 일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혼자는 나가서 차리기 어려운 회사가 마음 맞는 사람과 팀을 이루면 가능합니다. 일이 힘들 때 우리가 흔히 '마음 맞는 사람들 하고 나가서 사업하고 싶다'고 하는 것도 정말 직장 생활레서 필요 한 게 전체적으로 마음이 맞는 것에 대한 욕구이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같을 수 없어서 매력적인 게 회사지만 같은 것 하나는 있어야 합니다. 비전입니다. 같은 철학을 공유하는 조직은 같은 점을 향해 크레이티브한 생각들이 포용됩니다. 지음을 찾든 회사에서 거문고를 모두 배우든 뜻을 향한 추구는 예전이든 오늘날 '진지충'이라 손가락질 받는 지금이든 멈추어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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