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포터 #산업구조분석 #협업
“기업 내에는 불협 화음이 있을 수 있다. 경영자는 이를 하나의 화음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나 너무 화음을 만들려고 하지 마라. 기업을 생동력 있게 유지하는 힘을 빼앗아 버릴 수 있다”
- 다케오 후지사와, 혼다 공동 창업자
(...)
“오랜만입니다, 팀장님. 얼굴이 좋아지셨네요.”
오십대로 보이는 흰 머리가 성성한 인테리어 업체 팀장은 처음부터 우리 팀장과 나에게 친절했다. 하지만 회의실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할 때쯤엔 얼굴에 가득했던 미소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전체적인 단가를 230만원으로 맞춰달라는 말씀이신 거 같은데… 그게 그렇게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뭐 저희가 그냥 밑도 끝도 없이 가격 후려치는 건 아닙니다. 다른 업체에 견적을 내 보니까 이런 수준의 공사는 200만 원에도 하는 곳이 많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사정 들으셨겠지만 저희가 요즘 좀 힘들어서 이번만 넘기면 공사할 곳은 또 많아지는 거니까요. 이번만 좀 같이 사는 걸로 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인테리어 업체 팀장은 이마의 주름을 밀어올리면서 어렵다고 말했다.
“팀장님. 작년에도 공사물량이 줄어서 저희도 회사 유지하느라 힘들었습니다. 저희가 그냥 공사하는 것도 아니고 브랜드의 컨셉을 가장 잘 알고 그에 맞춰서 공사 하느라 비용이 조금 더 드는 건데…. 다른 데들은 없던 공사 생기면 더 싼 가격으로 일단 말하고 나중에는 이거 저거 더해가면서 실제로는 공사비가 더 붙습니다. 이번에는저희 사정도 좀 생각해 주시고 (…)”
이야기는 서로 어렵다는 이야기만 이어지다가 소득 없이 끝났다.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두 팀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밝은 표정으로 문을 나섰다.
“팀장님. 멀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팀장님하고 같이 같은 건물에서 일한 적도 있었는데 앞으로는 자주 뵈어야겠습니다.”
“제가 찾아뵈어야죠. 이번 건은 저희 사정도 있고 그래서 좀 어렵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인테리어 업체 팀장은 돌아갔고 팀장은 고민에 빠졌다.
“피터 씨, 이거 어려워. 꼭 경제 논리로만 할 수 없는 게 있거든.”
언젠가 제퍼슨 씨가 우리 회사 인테리어에 관해 말해준 적이 있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변화하지 않고 머물러 있어서 낡아 보일 정도라고. 새로운 점포가 낡은 느낌이 나는 인테리어를 해서 영업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말이 생각났다.
“저, 팀장님. 그래도 이번 기회에 회사 브랜드 인테리어를 새롭게 바꿔보는 것도 좋을 거 같은데요. 일전에 영업 부서를 만나보니까 품질 수준에 대해 불만이 없지 않은 거 같던데….”
“알지. 나도 그 이야기는 몇 년 전부터 들었지. 그런데 이거 우리 회사하고 지분도 얽혀 있고 좀 어렵네. 여기하고 같이 가야 하는데 여기도 어려운 상황이고….”
제인이 지난 번에 같이 재무제표를 보다가 이 인테리어 업체가 요즘 신입사원도 계속 채용하고 사세를 늘려간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아까 인테리어 팀장의 말은 그냥 앓는 소리 같은데.
“피터 씨, 나도 이거 바꿔야 하는 거는 알겠는데 다른 걸로 비용 줄이는 거 생각해 봅시다. 이거 건드렸다가는 더 피곤해지기만 할 거 같아. 우리가 갑이긴 한데 어떻게 보면 갑이 아닌 것도 같고….”
관계사와 함께 일하는 실무자들은 품질에 불만이 많았다. 독점적으로 수주를 받아서 하니까 열심히 안 한다는 말부터 별로 싼 게 아니라는 말까지. 하지만 관계사를 만나면 언제나 실제로는 싼 거다, 업무의 연속성을 생각해 볼 때 합리적인 선택이다라고 말한다. 대표를 설득하는 문제, 복잡한 지분 관계 때문에 업체를 유지시켜야 하는 문제 등 여러 이해관계가 여기에 얽혀 있다.
“피터 씨, 지난 번에 얘기한 유기농 캠페인 하는 거 그거 예산 줄일 수 있나?”
우리는 다시 유기농 캠페인 비용에 손을 댔고 비용은 어느만큼은 더 줄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