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필요한 존재가 되기 위한 몸부림
백오피스 부서에 일하는 사람은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루틴하고 성과가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고 프런트 오피스 부서의 일에 끌려가는 등의 고충이죠. 저는 기획 일을 주로 해왔기 때문에 비슷한 나름의 고충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당장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사업을 살릴 수 있을까... 무엇으로 공헌을 세워야 하나... 그런데 정 반대로 직장에서 편하게 월급 받는 사람들도 백오피스 부서에 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물론 인원 감축의 1순위가 되어 없는 사람으로 돌아가기만한 수준의 백오피스 분들은 제외지만요. 말 그대로 뭘 특별히 하지 않아도 티도 안나는 일이 백오피스에 있습니다. 오퍼레이팅만 루틴하게 해도 단기간에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수 없거든요.
좋은 백오피스 직원과 나쁜 백오피스 직원, 좋은 스탭과 나쁜 스탭은 어떻게 다를까요? "저 사람은 타고난 직장인이야"라고 말하는 많은 사람 중에서 백오피스에서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어떤 게 있을까요? 길지 않은 직장 생활 가운데 나름의 기준으로 좋은 백오피스는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반대 : 대안없이 물어만 보는 사람)
이것은 백오피스든 프런트오피스든 마찬가지인 거 같습니다. 아무 '자기 생각'이 없는 사람과 '대안'을 갖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다릅니다. 특히 프런트오피스에 비해 당장 사안이 시급하지 않고 '사람'이 아닌 '일' 자체와 상대해야 하는 백오피스는 특별히 제안하지 않을 확률이 더 큽니다. 대신 윗 사람에게 물어봅니다. 그냥 시키는 일을 하는 경우죠. 이러면 서로 힘들어집니다. 경영자는 더 아래 직무의 일을 고민해야 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서로가 더 아래 단위의 업무를 하다보면 정말 중요한 일은 아무도 하는 사람이 없거나 현장의 주도권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집니다. 반면, 제안하는 사람은 다릅니다. 원래 일이란 게 보통 정답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 먼저 추진한 사람이 길이 되는 일이 종종 벌어집니다. 제안하는 사람이 백오피스에 있다면 회사의 시스템을 니즈보다 먼저 고치고 경영자가 집중해야 할 일에만 시간을 쓸 수 있습니다.
(반대 : 연결만 하는 '단계'만 되어버린 사람)
'자기 생각'을 이야기 해야 하는 것은 단순한 상하관계나 단독부서 업무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보통 잘못된 회의가 기업 내에 많이 나오는 이유 중의 하나는 각각의 부서가 모여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거나' 먼저 대안을 누군가가 낼 때까지 '기다리거나' 때문입니다. 한 사람이 급여를 받는 입장에 있다면 반드시 고유한 성과, 즉 자기 대안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무능한 백오피스는 듣고 중계만 하고 있죠. 중계한 내용을 바로 윗선, 혹은 경영자에게 보고하면 자신의 일을 다 한 줄 압니다. 반면 유능한 백오피스는 반드시 관계 사이의 이해관계를 파악해 냅니다. 이 부서와 저 부서 사이에 해결할 문제는 이것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를 먼저 그들 혹은 경영진에 제안할 수 있습니다. 만약 아무 가치판단 없이 보고만 한다면 백오피스는 업무의 단계만 되어 시간만 늘어뜨리고 진척이 안되며 의사결정 전달상 왜곡을 낳을 확률이 큽니다.
(반대 : 보고서만 쓰는 사람)
어느 회사든 백오피스나 프런트오피스 모두 보고서를 써야 할 때가 생깁니다. 중요한 것은 보고서를 실행하느냐 아니면 그냥 그때 그때 만들고 넘기느냐의 차이입니다. 특히 백오피스는 업무의 특성상 프런트오피스에 비해 보고서를 실행하지 않아도 별 일이 생기지 않는, 안해도 현 상황이 더 나빠지지는 않는, 클레임이 크게 들어오지 않는 구조가 많습니다. 보고서를 실행하려면 힘이 듭니다. 힘이 들어도 추진하는 사람이 좋은 오피서지만 그렇지 않아도 무능한 리더는 이것을 알아채지 못합니다. 일의 질적 성과를 시스템을 만드는 백오피스도 진척에 대해 측정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무능한 리더는 백오피스를 자신의 비서로 쓰기에 서로 이런 것을 측정하지도 비서로 쓰는 것을 뭐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좋은 백오피스는 보고서를 쓰면 항상 짧은 시간 단위로 일이 얼마까지 진척이 되었는지 스스로 점검하고 차이를 피드백합니다.
(반대 : 현장의 변화에 찬물을 끼얹는 사람)
백오피스는 프런트오피스가 일할 프레임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백오피스의 속도가 프런트오피스의 속도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백오피스는 재무, 전략, 인사, 총무 등 각 분야에서 프런트오피스보다 빠른 속도로 먼저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현장의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오히려 현장의 속도를 지연시키는 과거 프레임에서 점검과 모니터링만 하는 존재로 남을 수 있습니다. 기업이 기업가적 정신에 위기를 맞는 것은 현장과 사무실이 서로 큰 괴리를 내기 시작할 때인데, 백오피스의 중요성은 이것을 시스템화 하는데 있습니다.
굳이 백오피스 이야기를 쓴 것은 대기업병이 심해질수록 백오피스가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냥 시누이가 되어 참견하기에 바쁘고 현장을 괴롭히는 일을 많이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좋은 백오피스는 기업의 시스템을 먼저 잡아나가고 근원적인 경쟁력을 쌓게 판을 만들어 줍니다. 자기 스스로 생각을 정리해서 현장에 필요한 것만 잡아나간다면 좋은 회사가 될 것입니다. 현장이 필요로 하지 않는 일을 하는지 리더와 현장이 모두 백오피스에게 알려주어야 할 것입니다. 반대로 잘할 때는 티나지 않는 백오피스라도 포상과 보상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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