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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Nov 03. 2017

육아휴직 못하는 아동 용품 회사

브랜딩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육아휴직 못하는 아동 용품 회사가 있습니다. 유아 매트, 장난감, 세척제, 옷, 장신구 등 아이가 쓰는 물건을 만드는 회사 말이죠. 아동에 대한 관찰과 부모의 생각에 대해 관심이 많은 회사여야 사업에 성공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이 회사에서 육아휴직이 눈치가 보이고 출산을 하는 게 눈치 받는 일이라면 어떨까요? 퇴근은 늦어 아이가 뭘 하는지는 내가 아닌 돌봐주시는 분이 더 잘 알고 아이는 주말에야 한 번 볼 수 있는 환경 이라면요? 이 회사에서 만드는 물건은 정말 제대로 기획되고 만들어지고 있는 걸까요?



극단적인 사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 국내 아동 용품 회사에서 많이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잡 플래닛'이나 '블라인드' 같은 회사 평판 애플리케이션을 보면 상당 수의 회사들이 이런 상황임을 알 수 있습니다. 늦은 퇴근과 자유롭지 못한 출산과 육아 휴가에 대한 분위기는 만드는 콘텐츠와 조직 문화가 상당히 괴리된 사례가 되었습니다.



혹자는 이게 무슨 대수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키를 타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스키복을 만들고 보드를 안 타본 사람이 보드화를 디자인하는 것까지 들으면 뭔가 잘못된 거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브랜딩은 제품과 서비스로 드러나지만 그것을 만드는 과정 또한 브랜딩이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단지 뭔가를 좋아하는 게 아닌, 일을 하는 방법이나 육아 휴직에 대한 의식 같이 문화 전반이 브랜딩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쉬운 일이 아닌 까닭은 많은 회사들과는 다르게 브랜딩에는 포기해야 하는 눈앞의 이익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출산이 모두의 축하받을 일이고 육아 휴직이 아무 거리낌이 없는 회사라면 필연적으로 누군가는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할 것입니다. 그게 자연스럽지 않으면 당연히 눈치를 주고받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겠죠. 사람이 당장 더 필요하든지 뭔가 만드는 과정에서 손해를 입는 과정을 거쳐야 출산과 육아가 자연스러운 아동 용품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등산 용품을 만드는 회사가 업무 시간에 등산을 하는 게 아니라 휴일에 직원들을 끌고 등반을 한다면 가정이 있는 직원들에겐 때로는 말 못 할 고역일 것입니다. 등반이 업무에 중요한 부분이라면 다연히 업무 시간에 등반을 하는 게 맞겠죠. 역시 다른 회사와는 다른 포기가 시간에서 발생합니다. 남들과 다른 브랜딩은 결국 업무 영역 - 시간이나 금전을 포함한 - 에서 뭔가 특이한 게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보드화로 유명한 VANS가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시기에도 지속적으로 보드 대회와 보더들을 후원한 것도 궤를 같이 합니다. 당장 이익이 안되고 뭔가 손해 보는 것 같지만 그런 조각들이 모여서 하나의 브랜드를 완전히 만드는 것입니다.



국내 한 유명 회사의 경영자가 SNS에 회사 일하는 방법을 간단하게 바꾸고 있다는 글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보고를 간결히 하고 다만 속도를 중요하게 바꾸었다는 것이죠. 합리적이고 심플한 제품으로 고객에게 차별화된 감성과 혜택을 주는 제품의 특징이 회사 문화에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땅에는 그런 식물이 잘 자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기업 집단의 다음 성장을 위해 혁신을 하자고 하고서는 주말에 부르고 합숙을 시키는 회사가 아직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렇게 해 온 회사가 또 그렇게 해서 전에 없던 뭔가를 만들어 보자고 외치고 있습니다. 결과는 굳이 말 안 해도 아실 것 같습니다. 기업의 모토가 이런 행동과는 정 반대의 상식적이고 따뜻한 이미지인 것에 비해 직원들의 사고와 마음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기우이길 바랍니다.



회사는 비전 수립이란 제목 하에 인류의 보편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가치를 식상하게 정리합니다. 아주 비싼 비용을 들여서 말이죠. 하지만 이것이 제품의 메시지와 조직 문화의 일치를 반영한 것인지는 의문스럽습니다. 일부만 그렇게 해서 고객들에게 각인되고 미담을 만들어내고 있을 뿐이죠. 조직 문화가 무엇입니까? 브랜딩은 다른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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