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Peter Mar 24. 2018

샌안토니오는 어떻게 20년간 강팀일 수 있을까

NBA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통해 본 '리툴링(re-tooling)'

탱킹(tanking)이란 말을 아시나요? 아마 아신다면 스포츠에 관심이 많으신 분일 겁니다. 프로 스포츠에서 신인을 추첨하는 드래프트를 성적의 역순으로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을 이용한 일종의 '패배를 늘려서 우수한 신인을 뽑으려는 전략'입니다. 지금 NBA(미 프로농구)의 최고의 팀이라고 불리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GSW)' 등 대부분의 강팀은 그 해 최고의 유망주를 뽑기 위해 일부러 암담하게 패배를 늘리는 시즌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승률 30% 대의 처참한 성적을 미래를 위해 몇 년간 감수한 팀들도 많습니다. 신인 한 명을 중심으로 팀을 새롭게 조직하고 다시 우승권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당연한(?) 환경 속에서 시대를 역행하면서 계속 우수한 성적으로 NBA에서 강팀으로 불리는 팀이 있습니다. 바로 '샌안토니오 스퍼스(SAS)'죠. 스퍼스는 작년까지 20년째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있으며 정규 시즌 승률 50% 이상인 시즌을 이번 시즌까지 연속으로 21년째 만들고 있습니다. 이는 선수 수명이 상대적으로 야구, 아이스하키에 비해 짧은 농구라는 스포츠로 미국 4대 스포츠 중 6위의 기록이며, NBA에서는 최다 연속 승률 50% 이상 시즌 기록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가 조던이 있는 시대와 없던 시대의 승률 차이가 확연했던 것을 보면, 또 한 시대를 풍미한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의 LA 레이커스의 전성기 수명을 보면 상당히 이채로운 장기간의 우수한 성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분명한 철학, 환경에 따른 철학의 변증


물론 스퍼스의 성공에는 다들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장수 감독인 '그렉 포포비치(Gregg Popovich)'의 전략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철학을 갖고 있는 감독이죠. 모션 오펜스(Motion-offense)라 불리는 공간 창출의 득점과 느린 흐름(low-tempo)을 유지하면서 골 밑에 강점을 중심으로 수비 지향적인 전술을 벌이는 특징을 중심으로 포포비치는 시대의 전술 변화에 맞추어 자신의 철학을 적절히 변주하는 명장입니다. 또한 선수를 혹사시키지 않기로 유명합니다. 연일 경기가 있는 일정이 종종 있는 스케줄에도 선수들의 출전 시간을 조정하며 모두가 플레이에 유기적으로 참여하는 등 선수의 강점을 찾아 고른 활동량을 중요시하는 감독입니다. 이를 '시스템 농구'라고 흔히 부릅니다. 또한 상대적으로 쉬어가는 시간인 벤치 선수들이 활동하는 시간에도 우수한 벤치 경기력으로 승부를 뒤집는, 48분간 그침 없는 경기력을 유지하려는 전술을 고수하죠. 너무 칭찬만 한 것 같지만 NBA 올해의 감독상 3번 수상과 22년간 한 팀의 감독으로 북미 4대 스포츠 현역 최장수 감독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과찬은 아닐 것입니다.




성공을 연속하여 준비하는 기술


오늘 주목하여 볼 것은 그중에서도 리툴링(re-tooling)입니다. 앞서 언급한 탱킹이라는 다소 과격한 방법으로 몇 시즌 간 지역 팬들을 괴롭게 만들지 않으면서 계속 높은 수준의 선수단을 운영하는 방법이죠. 리툴링은 서서히 하나씩 바꾸어 감을 의미합니다. 주전 선수를 모두 팔아버리고 그 돈으로 유망주를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수한 코어(core) 선수를 중심으로 약점을 하나씩 보완하는 것이죠. 인사이드가 강력한 현재 선수단에서 상대적으로 노쇠한 가드를 신인 선수로 교체하는 것이나 반대로 자유계약 선수(FA)가 된 쓸만한 포워드를 영입해서 곧 은퇴할 포워드 구성을 메우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이 계속 성공하려면 한 가지 숙제가 있습니다. 가성비가 좋은 선수를 끊임없이 발굴해서 선수의 역량(potential)을 극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죠. 리툴링은 거의 매 시즌마다 이뤄져야 수준을 유지할 수 있기에 계속 새로운 선수가 몇 명씩은 필요합니다. 그때마다 비싼 선수를 사서 앉히는 것은 재정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어쩌다 '대어'라고 불리는 선수를 영입하여 경기력을 단번에 도모할 수도 있지만 이는 정말 몇 년에 한 번 정도입니다. 여기에 계속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 때문에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한 선수를 선발할 순서가 뒤로 밀리는 상황이 연속됩니다. 한계가 있는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면 지금 선수단에서 장기적으로 빈자리를 미리 파악하고 그것에 장점이 있는 선수를 영입하고 훈련시키는 정보력과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물론 이 성공은 코어(core)가 부상 없이 건재해야 가능합니다. 비유하자면 선수단의 80%는 성공을 연속했던 자원들이고 나머지 20%는 계속 리툴링을 통해 들어온 선수들인데 아직 수준이 낮은 20%의 선수의 비중이 늘어나는 일이 벌어지면 경기력을 계속 담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번 시즌 중반에 스퍼스는 걸출한 에이스 선수의 부상으로 벤치 선수의 출장 시간 비중이 늘어나면서 어려운 시간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경기 철학이 있는 감독이 철학에 맞는 선수를 계속 리툴링하면서 얻은 경험은 최근 이런 위기를 이겨내게 만들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리툴링, 기업의 영속


브랜드에서도 리툴링은 필수입니다. 이미 어느 정도의 인지도와 매출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에서 항상 대박을 칠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신상품은 소비자가 알지 못하는 선에서 끝이 납니다. 여담으로 저도 최근에 쓴 책이 많이 몰라서 많이 팔리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결코 신제품을 통한 리툴링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브랜드 리툴링 핵심은 핵심(core) 제품이 출시된 지 몇 년 혹은 몇 달 안에 새로운 제품을 계속 실패해 보는 것입니다. 성공의 경험을 맛 본 브랜드는 그 제품 하나를 더 팔기 위해 보통 모든 역량을 쏟아붓습니다. 일전에 제 아티클에서 다룬 P&G도 혁신이 그치자 곧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단지 지금 잘 팔리는 제품을 더 넓은 영업망에 팔려고 하고 지금 신제품의 유사 상품(variation)을 등장시켜 신제품에 관심이 있는 고객이 여러 개를 구매하도록 양적 성장을 지향합니다. 제품을 기획하는 조직도 영업하는 조직도 모두 지금 우수한 제품에 몰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한 기술, 디자인의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이 성공은 시장의 경쟁자들의 등장으로 쉽게 줄어들면서 사라집니다. 시장에는 이미 대기업과 투자자들이 넘쳐나고 경쟁사는 어렵지 않게 진입장벽을 뚫고 들어옵니다. 기업은 항상 지금의 핵심 제품을 팔면서 동시에 실패하더라도 신제품을 계속 출시해야 합니다. 더 다르고 더 특이하게 말이죠.


https://brunch.co.kr/@lunarshore/179




시도를 막는 기업 내부의 시선


10개의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면 경험상 정말 성공하는 제품은 1개라도 있으면 다행입니다. 아무리 시스템을 강조하는 대기업이라고 해도 우수한 제품을 항상 만드는 시스템은 보장할 수 없습니다. 특히 기업 내부에 성과를 측정하는 KPI가 새로운 시도를 막는다면 이런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브랜드는 진부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단지 지금 사업군에서 매출의 성장률과 이익액 정도로 성과를 측정하면 현재 잘된 것을 놓지 않으려 할 것이고 새로운 사업에 우수한 인재보다는 갈 곳 없는 직원을 앉힐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러니 한 현상이죠. 다만 최근 0년간 출시한 신제품의 매출 비중이나 보조적인 지표로 출시한 신제품의 수를 목표로 만들면 이런 방어적인 태도는 많이 완화될 수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실패를 장려하고 뭔가 하려다 실패한 직원을 아무것도 안 하고 유지만 하는 직원보다 높게 평가하는 문화가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기업가 정신이 없다고 말하면서 고전적인 KPI를 벗어나지 못하는 무감각한 경영진은 새로운 시도보다는 집권 기간 동안 이전의 성공을 더 짜내고 싶을 것입니다. 실제 누군가가 눈물로 뿌린 씨앗을 뒤에 오는 사람이 열매만 취하는 경우는 기업에서 비일비재합니다. 선구자는 퇴사하는 일이 대부분이죠. 성공을 위해 버티는 기간에 받는 매출과 이익에 대한 압박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리툴링은 지금의 핵심 상품의 비율을 적절히 맞추어야 가능합니다. 경영을 진단하면서 상품의 출시 기간과 매출의 비중을 같이 놓고 보는 것이 중요하지만 대부분은 이런 프레임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특히 소비재를 비롯한 B2C 분야는 이런 비율을 보면서 아직 리툴링이 되는 중인데 핵심 상품의 비중이 떨어지면 영업력으로, 혹시 과도한 핵심 상품의 비중이 나타난다면 신상품을 개발하는 역량에 중점을 두는 등 프레임을 활용하면서 경영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표면적인 숫자와 몇 개의 잘 나가는 상품의 지표만 따라가면 브랜드의 활동성 전체를 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혁신을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물론 이런 리툴링에 몸서리를 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리툴링은 소소한 개선과는 분명히 다른 개념이며 늘 혁신을 드라마틱하게 할 수 없는 현실적인 여건을 생각한 시스템입니다. 이미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리툴링도 투자를 해야 가능합니다. 포포비치 감독의 제자라 할 수 있는 NBA의 애틀랜타 호크스의 감독인 '마이크 부덴홀저(Mike Budenholzer)'는 한 때 올해의 감독상을 받을 만큼 팀에 시스템 농구를 심었지만 핵심 선수들의 기량 저하와 구단의 소극적인 투자로 결국 실패하고 리툴링 대신 소극적인 탱킹을 시작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좋은 전략도 자원의 뒷받침이 역량 내에서 적절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것이죠.



또한 과도하게 경영 이론에 매몰되어 일종의 모멘텀적인 이벤트가 생겨 기록적인 반전이 이뤄질 거라 믿는 분들도 이를 싫어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철학을 믿는 기업일수록 어렵고 높은 목표만 구호처럼 떠돌 뿐이며 점점 직원들은 지쳐 나가떨어지고 이사회의 신경질적인 반응은 거세지기만 한 경우가 많습니다. 혁신은 보고서로 포장이 되고 실체는 없는 시스템이 회사에 전설처럼 나뒹굴 뿐입니다. 실체를 두고 이야기하면 마치 혁신적인 사고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실제 최근에 뭔가를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는 잔소리꾼이 대부분이죠. 반드시 새로운 제품, 서비스 하나를 두고 실체에서 해답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이론은 실체를 도와줄 수는 있지만 실체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새삼 스퍼스의 끈기와 신뢰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물론 성공의 방법이 하나만 있지 않습니다. 첫 부분에서 말씀드린 현재의 강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사례에 대해 몇 년 전에 쓴 내용을 아래에 함께 붙입니다. 



  https://brunch.co.kr/@lunarshore/71


 


매거진의 이전글 온라인 매출 비중을 높이자고?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