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ter Jun 23. 2018

판매 분석을 판매 데이터로만 할 수 없다

데이터 분석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

회사 내에서 데이터 분석을 하는 직무는 다양합니다. 분석 부서가 따로 있는 경우도 있고 아예 법인이 다른 경우도 있죠. 하지만 어떤 회사는 전략기획실에 있기도 하고 알고리즘 없이 Business Analyst가 분석을 하기도 합니다. 비즈니스 성격에 따라 집계 수준의 니즈에 그칠 수도 있고 예측을 하는 모델링을 많이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 회사든 데이터 분석, 흔히 말하는 빅데이터 분석을 시작하려고 마음먹으면 가장 먼저 접근하는 것이 이미 적재되어 있는 내부 데이터입니다. 사실 가장 비 시장지향적이고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는 데이터 종류이지만 가장 손쉽게 관리회계의 결과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을 간단한 집계들을 통해 할 수 있으니 처음 시도하기에는 성과라고 할 것이 바로 보이는 방식이니 보통 이것을 먼저 시작합니다. 사실 이것은 기존 관리자들의 사고방식에 맞춘 것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가장 궁금한 것은 무엇이 잘 팔렸고 목표한 것 대비 부진한 것이 무엇이며 그것은 이익 변화를 어떻게 야기시키는지에 대한 스토리이기 때문이죠. 흔히 말하는 '관리'를 하기 위해 필요한 수준의 정보면 그들이 일하는 데는 불편함이 없기 때문에 사실 그 이상의 데이터 활용으로 나아가는 데에는 의외로 현업 관리자의 사고방식의 한계가 자리 잡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내부 데이터의 대부분은 회계를 할 때 필요한 매출과 관련된 판매 데이터들입니다. 어떤 아이템으로 언제 어디서 얼마나 팔렸는지, 더 나아간다면 그것의 유입 채널은 어떻고 멤버십이 있다면 고객의 기초적인 신상과 연결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이 정도의 데이터는 대부분의 기업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초적인 기업 활동을 위해 필요한 것이니 아무리 데이터에 대한 이해와 투자가 인색한 기업도 이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기에 이걸로 모든 걸 다 해보자는 생각도 어렵지 않게 갖는 것 같습니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정책이나 인프라 도입은 배제한 채로 이미 있는 수준의 데이터로 요즘 유행하는 분석 모델링을 해보고 싶은 그런 생각들 말입니다.



판매 데이터만을 가지고 가장 먼저 알고 싶고 비즈니스에 반영하고 싶어 하는 대표적인 주제는 보통 '어떤 상품이 더 잘 팔릴까' 혹은 '어떤 고객이 재구매, 신규 구매를 할까' 정도의 질문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이런 주제는 판매 데이터 외에 고객 신상정보와 관련된  데이터, 고객의 활동을 담은 로그 데이터, 고객이 구매 후 평가를 내린 평가 데이터가 입체적으로 있을 때 왜곡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



머신러닝 역시 그렇지만 사람은 갖고 있는 정보를 가지고 생각합니다. 그 이상의 정보가 없다면 그 이상의 생각을 갖기 어렵습니다. 갖고 있는 정보에 맞춰 전체를 조망하는 것이죠. 판매 데이터만으로 판매와 관련된 예측을 하는 것 역시 갖고 있는 정보 자체가 너무 제한적이기에 흔히 말하는 '우물 안 개구리'를 만들기 쉽습니다. 익숙한 성공 패턴의 반복이 진부함과 안일함을 낳는 것이죠.


가령 어떤 상품을 만들어서 그것이 굉장히 잘 팔렸다고 해보죠. 훌륭한 성과를 낸 것은 아주 멋진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이후에도 잘 팔릴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하지만 기업이 갖고 있는 데이터가 판매 데이터뿐이라면 판매 추세가 이전의 견고함마저 못할 때까지 기다리다 많은 재고를 떠안고 있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계속된 성공의 반복 전략을 수정하게 됩니다. 마치 손절매 타이밍을 잃은 주식 투자자 같은 경우죠. 시장 전체의 트렌드 변화와 관련된 정보, 고객이 구매하기 전 탐색 단계에서 어떤 흐름의 변화가 있는지 로그 데이터의 변화, 비교적 최근의 구매한 고객의 평가에 대한 변화 등이 없다면 단순히 판매의 추세만 가지고 더 유통할 것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손에 쥔 카드가 적은 것이죠.


역시 놓친 더 큰 기회를 알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좋은 실적을 거두었다고 자부하나 전체적인 시장 상황의 개선이 이런 실적을 만들었고 경쟁사는 더 높은 실적의 크기를 거두었다면 지금의 성공도 훌륭하나 그것으로 그치기에는 뭔가 아쉽습니다. 적중한 효율도 중요하지만 실적의 크기에 대한 기회비용이나 혹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더 좋은 연관 아이템에 대한 비인지 역시 판매 데이터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과거에 대한 설명, 미래에 대한 침묵



판매 데이터의 장점은 지난 성과를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체 데이터를 어떤 기준에서 나눠버리면 좀 더 구체적인 분석이 되니까요. 하지만 이것이 인과관계를 말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추측인 것이죠. 단순히 지난 일을 부연설명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예측을 하기에는 불완전합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그동안 전혀 구매가 없었던 고객을 신규 구매로 전환시키는 예측을 데이터를 통해 한다고 해보죠. 그런데 갖고 있는 것이 판매 데이터뿐이라면 판매 여부를 맞추기 위해 판매된 기록만 쓰는 다소 답답한 과정을 만나게 됩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고객의 나이나 성별, 혹은 그 이상의 신상 정보와 고객이 지금 무엇을 보고 있고 이탈 속도가 빠른지에 대한 로그 정보, 구매 후 평가가 좋았던 것의 연관 상품을 찾는다면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그런 것 없이 판매한 결과만 보고 이것을 안 샀는데 산 사람과 유사한 구매 결과를 보이는 사람을 찾는 것은 예측력이 더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결과가 되어야 할 것을 원인으로 해석하려는 무리한 시도인지도 모르죠.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인지 데이터를 구분해 보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친다면 현재 부족한 데이터 종류가 어떤 것인지를 알고 투자의 방향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앞서 언급한 안 좋은 기업들은 원인이고 결과고 그런 생각 자체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습니다. 결과가 전부죠.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결과일 뿐이고 결과를 통해 결과를 예측하고 분석하는 일은 데이터 분석과 활용에 극단적인 벽을 경험하게 만들어 줍니다.




편견을 버려야 보이는 입체적인 현장



이런 현상은 기존에 알고 있던 고객 입장에서의 구매, 기업 입장에서의 판매의 접점이 만나는 순간을 중심으로 전후한 패턴에 대한 편견을 버릴 때야 해소되게 됩니다. 고객이 수요가 일어나는 시간적으로 아주 전의 상황부터 찾고 비교하고 구매하는 경로에 과거 경험치 정도로 판단하는 관리자들이 데이터 관련된 큰 소리를 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할 때 어떤 데이터는 쓰지 말아달라든지, 어떤 데이터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맞지는 않습니다. 특히 범주화시킨 기준은 너무나도 주관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설령 기존에 이름을 붙이고 통용해서 쓰는 범주라 할지라도 데이터를 통해 그 집단들의 차이와 유사점이 관념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고객의 생각과 판매자의 생각이 다른 경우죠. 이런데도 과거 범주를 계속 고집하는 것은 스스로 변화를 주저하는 모습입니다.


또 데이터가 얼마나 정확하게 들어가 있는지 기본 데이터에 대한 의심으로 활용에 제약을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검증해서 맞지 않는 부분만 제외하고 활용하면 될 아까운 데이터를 그것은 좀 이상하다는 생각과 다른 사람을 설득할 자신이 없는 눈치보기의 이유로 통째로 버릴 때가 있습니다. 판매 현상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데 방해가 되죠. 특히 이런 접근은 예측 모델링을 진행할 때 중요한 변수를 놓치는 일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물론 판매 분석의 기초는 판매 데이터입니다만



판매 데이터 자체도 중요합니다. 우리는 실제 비즈니스 프로세스상 데이터 이면의 왜곡이 있는 지점을 알고 있습니다. 이상치나 결측이 자주 뜨는 구간들이 여러 변수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알거나 혹은 모르거나 반복적인 이상치 혹은 결측에 대한 현업 프로세스의 정리가 필요합니다. 이런 노력은 판매 분석의 기초가 되는 판매 데이터 자체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분석과 예측에 오류를 잡아줍니다.


이런 노력은 사실 고객의 행동을 파악하는 로그나 구매 후 평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기획하는 작업보다는 훨씬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기초적인 개선 활동조차 등한시하면서 트렌드인 데이터 분석에 대한 열매만 바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분석가나 기획자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첫 단추가 중요합니다. 데이터 활용도 그렇습니다. 기존에 비즈니스를 해 오면서 굳어진 사고를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데이터 분석에 대한 인재나 인프라에 대한 투자만큼이나 의뢰하고 수요가 있는 부서의 사고를 바꾸는 움직임이 중요합니다. 잘 시켜야 잘 합니다. 물론 데이터 과학자가 현업에 대한 이해가 높다면 이런 과정들은 좀 덜 필요하고 알아서 잘하는 그런 모두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런 주도성을 지금까지 만들어온 현업은 잘 주려하지 않습니다. 제가 위에서 말씀드린 이런 사고를 바꾸지 않으면서 말이죠. 더 큰 비극이 시작되지 않기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은 데이터에 대한 모두의 사고를 데이터적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데이터 분석의 기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