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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ep 03. 2018

기업 데이터 과제는 왜 부러지는가

현업과 IT의 사람, 역할, 권력관계

제도는 문화에 후행합니다. 문화보다 앞선 제도는 늘 저항의 대상이었죠. 그게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직원들의 공감대가 생길 때 그것에 맞는 제도를 회사에 도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앞선 것이고 옳은 일이라도 조직원들이 공감하지 못하면 그걸 실행시키지도 완성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에서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해서 뭔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그 점에서 쉽지 않은 일입니다. 대부분 조직원들은 데이터에 대한 이해가 극히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중간관리자 이상급의 조직원들이 학부를 다닐 때는 심지어 데이터와 관련된 과목조차 컴퓨터 공학이나 통계, 일부 계량 경제학 등이 아니면 접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죠. 젊은 직원들이라고 해도 통계는 스포츠 통계 정도로 감을 잡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토양에서 데이터로 과제를 발굴하고 프로젝트를 하는 씨앗을 뿌리는 사람은 눈물로 시작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가트너(Gartner) 등에서 데이터를 활용하는 발달 과정을 흔히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각 운영 조직별로 쌓이는 데이터를 각각 자신의 저장탑(Silo)에 담아두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저장탑 - 사일로에 매몰되어 전사적인 데이터 활용이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해 지적하며 전사적 데이터 통합 및 체계에 대해 항상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 사일로, 그것은 책에서는 너무 쉽고 당연히 피해서 그 다음 단계로 가야 하는 것으로 당위성 있게 들립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떻습니까? 대부분의 비 데이터 기반 기업이 데이터를 통해 뭔가 4차 산업혁명이든 해 보려고 할 때 이 사일로의 데이터 조차 활용하기 힘든 현실이 더 많습니다. 그게 문화적으로 준비가 덜 된 회사의 모습입니다.



사일로의 데이터는 항상 그 전의 데이터 활용 방식의 저항을 받습니다. 이것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매우 기초적인 단계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책에서는 다루지 않는 내용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데이터 이전의 직관 혹은 비즈니스 애널리스트가 분석해 둔, 혹은 현장의 기획자가 예전에 한 번 분석해 본 적이 있는 사실상의 암묵지와 싸우기도 버거운 상황이죠. 언뜻 이해가 안 갑니다. 회사는 데이터 기반으로 뭔가를 해 보려고 하는데 실제 조직은 데이터에 저항하여 기존의 생각을 고수하며 하던 대로 하려고 한다? 이 불가능해 보이는 명제가 가능케, 그것도 일하려는 사람들의 의욕을 무너뜨리며 횡행하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1.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사람은?



한동안 세미나만 가면 나왔던 단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디지털로 변화하자는 이야기죠. 기존에 사람이 하던 것을 시스템에 넣고 데이터가 쌓이고 이것을 활용하는 IT 기반 혹은 도움을 받아 사업의 모습을 변화하자는 이야기. 이 이야기의 대부분은 경영학자 혹은 이것의 솔루션을 판매하는 글로벌 IT 회사, 컨설팅 기업에서 들고 나왔습니다. 그래서 기업에서 IT 기반의 기획을 하는 사람이나 전략 기획자를 중심으로 인프라부터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뭐라도 있어야 하니까요. 지금은 오픈소스도 AWS도 있지만 대부분 기업이 처음 이런 것을 도입했던 시기에는 시작부터 돈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활용하는 카운터 파트너가 이것을 모른다면 소용없습니다. 이 비싼 장비들을 왜 도입해야 하는지 실무자들, 일선 영업 기획자, 분석이 필요한 마케터, 과거와 같이 기획하지 않으려는 MD들이 없다면 이것은 그저 도입한 사람의 성과 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채 방치됩니다. 아무리 우수한 데이터 환경이 마련되어 있어도 컨설팅 회사가 아닌 다음에야 그것을 활용해야 하는 현업이 시큰둥한다면 그저 '신기한 것' 이상의 의미를 현실 세계에서 낳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의욕에 찬 데이터 관련 직무들도 결국 몇 번의 제안과 시도 중간에 어그러지는 숱한 과제 속에서 곧 새 길을 찾아 나서겠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밸류체인 전체 사람의 의식 변화,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지금은 비록 성과가 없을지라도 그것마저 계속해서 테스트를 거치고 작은 성공에 주목해서 그것을 살려나가려는 의지를 보일 때에 시간의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부의 노력과 투자로는 어려운 일입니다. 의사결정 구조가 평등하지 않은 조직 구조에서는 더더욱 그렇죠.





2. 사람의 역할, 데이터의 역할



https://brunch.co.kr/@lunarshore/220


전에도 한 번 다룬 적이 있는 이 주제는 사실 IT 외적인 문제입니다. 전사적인 문제이며 경영에 대한 고민이죠.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프로그램의 도입의 목적이 무엇이라면 그 무엇이 지금까지 이뤄진 과정을 보고 그것을 하고 있는 조직과 사람의 과업 조정 및 성과 평가 기준을 다르게 바꾸어야 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함께 고민되지 않는다면 누구도 지금 자신이 하던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내놓지 않을 것입니다. 데이터를 통한 예측이나 분석이 기존에 사람이 그 수준에 따라 편차가 큰 일을 최고 수준으로 균질하게 바꾸는 성격이거나 반복적인 불필요 작업을 SI처럼 대신 자동화해 주는 성격이 있다면 도입 과정에서 사람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습니다. 단순히 뭔가를 도입하고 어딘가에서 새롭게 뭔가를 시작한다고 성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런데 전사적으로 이것을 조정하는 조직  - 성과 및 과업의 기준, 직무의 기술을 규정하는 조직 - 이 이런 역할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방관한다면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게 기획이든 전략이든 인사든 조직 전체에 영향을 주는 백오피스 조직은 이런 변화를 알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3. 알고 싶어도 알 수 없는 현업 실무자



https://brunch.co.kr/@lunarshore/106


사일로에 있는 개별 조직의 데이터가 아직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데이터 엔지니어와 분석가가 현업 조직과 분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다른 공간에 혹은 다른 기업으로 존재하기에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사실 실무자 입장에서는 하던 일만 계속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방법으로 이왕이면 요즘 기술의 척도가 되는 방법으로 자신이 하는 일을 바꾸고 싶어 하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요. 



이런 현업 실무자가 데이터를 허가된 영역 안에서 마음껏 볼 수 있느냐 없느냐는 실무자가 데이터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느냐에 대해 큰 차이를 만들어 줍니다. 자신이 보고 싶어도 데이터 전체가 IT 관련 부서만 볼 수 있다든지 자신이 보려면 별도의 허가나 조직 간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무래도 데이터에 대해 알 수 없고 이것을 활용한 일에 시큰둥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인데 사실 내 일의 일부인데 다른 사람이 데이터를 모두 보고 뭔가를 하자고 하면은 기분 좋게 같이 하자고 하면서 자신의 성과일 수도 있는 일을 흔쾌히 내어 줄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죠. 



마냥 이런 협업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사일로가 현업과 IT가 떨어져 있는 것부터 한 데 넣어서 하나의 조직으로 데이터를 활용한 과제를 만들고 서로 수행하며 두 직무 사이에 섞이는(Blended) 새로운 프로세스와 직무를 기대해 봐야 합니다. 일부 시작부터 잘못된 조직도를 갖고 있는 기업들은 두 조직이 서로 반목하고 작은 걸음도 떼기 어렵게 만들어 기업의 데이터 자산을 활용도 할 수 없게 만듭니다. 이것은 결국 조직 전체를 기획하는 부서나 경영진이 아직도 IT를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 조직으로 보는 경향에도 기인합니다. 아직 의식 전환이 되지 않은 것이죠. 



최근에는 오프라인 기반의 기업 중에서도 데이터 조직을 현업과 합쳐서 운영하는 곳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기존 현업이 마냥 위에 있고 데이터 관련 직무가 하청이나 을의 입장에만 놓이게 된다면 헛수고입니다. 조직만 합쳤지 결국 현업이 아는 수준에서만 데이터 관련 과제는 돌아갈 테니까요. 진정한 데이터 기반(Data-driven) 사업은 두 조직이 같은 발언권과 역학 관계 속에서 말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인사에서 각 직무의 내부 커리어 패스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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