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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Dec 19. 2018

알고 있는 데이터의 실패

왜 많이 쓰는 데이터로 프로젝트를 하면 실패할까

데이터 활용은 관리직들의 일상 업무입니다. 관리 회계부터 서비스 트래픽까지 관리직들이 실제 비즈니스에 대해 알 수 있는 객관적 증거의 대부분은 결국 데이터, 특히 숫자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래서 관리직들의 업무 성과 향상을 위한 프로젝트는 주로 데이터를 어떻게 가공할 것인가로 주제가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경영 지표를 예측하는 시뮬레이션부터 고객에 대한 예측 모델링에 이르기까지 기업 내부에서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과 개발을 제외한 경영에 속하는 프로젝트는 주제는 달라도 데이터가 원료가 됩니다.



그런데 경험으로 깨달은 아쉬운 점은 데이터를 활용한 경영 의사결정을 위한 프로젝트의 실패 원인도 대부분 데이터와 관련 있다는 것입니다. 데이터, 정확히 말하면 데이터와 데이터를 사용하는 조직과의 관계죠. 데이터와 데이터를 사용하는 조직과의 관계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리 주제가 혁신적이라도 프로젝트의 결말은 실패로 이어집니다. 흔히 말하는 '스테이크 홀더', 이해 관계자들은 비단 돈에만 얽혀있지 않고 데이터 오너십을 갖고 있는 것과도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생산하는 데이터를 남이 가공하는 일은 누구나 유쾌한 경험은 아닙니다. 적게는 내 일하는 프로세스가 다 까발려지는 기분부터 크게는 나와 엮여 있는 다른 조직과의 역학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영업 조직이 만든 영업망 별 매출 실적 데이터를 중앙의 분석 부서에서 가공해 뭔가를 만들었다면 당장 색안경을 끼고 오류가 있는지 하나씩 살펴보려고 하겠죠.



하물며 한 부서의 데이터도 그런데 여러 부서가 공동으로 관여하는 성과 지표를 가공하는 일은 더더욱 반대에 부딪힙니다. 누가 성과 지표에 큰 관여를 했는지 모를 수밖에 없는 '공공재의 비극'에 부딪힐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관련된 조직 전체를 아우른 경영진단급의 분석은 모두의 공격을 받기 딱 좋습니다. 처음에 '우리 편'이 아니거나 공감을 얻고 시작할 수 없다면 아무리 옳은 취지도 곡해되는 게 이해집단의 본성이죠.



그래서 데이터를 가공한 프로젝트를 할 때 모두가 알고 있는 데이터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게 더 속도가 안 나고 비 혁신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소위 '잘 안다'고 생각하는 이해 관계자들, 데이터 생산자들의 관점은 기존에 하지 못한 혁신적 주제를 이 데이터로는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립니다. 상품을 기획하는 사람에게 상품에 대한 정보와 그것의 판매에 관련된 데이터를 이야기하면 소위 '비즈니스 도메인' 지식이 많다는 이유로 데이터 분석한 사람의 이야기는 시작부터 잘 듣지도 않는 일이 허다합니다. 아예 데이터를 자신의 사일로에 가두어 둘 수 있는 능력이 현업에 있다면 아예 내놓으려고도 하지 않죠.



오히려 기존의 데이터 유저들이 잘 모르는 데이터로 그들의 일을 도와주는 프로젝트의 성공 확률이 더 높습니다. 예를 들면 기업 내부의 데이터가 아닌 기업 외부의 데이터로 말이죠. 아니면 다른 부서의 데이터를 통해 이 부서의 일을 돕는 일 말이죠. 다들 알고 싶어 하지만 수집할 능력이 없는 것, 내 실적과 기존 프로세스에서 자유로운 것, 내가 꼭 해도 되는 것이 아닌 나를 도와주는 참고 자료. 이 정도 성격의 데이터가 실제 실무에 적용도 잘 되고 혁신의 실마리를 풀 수도 있습니다.  



결국 데이터로 무엇을 할 것인지 주제를 정하는 것 자체가 프로젝트 성공과 실패를 대부분 결정짓습니다.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관점과 철학이 기저에 있죠. 데이터와 데이터에 얽힌 조직의 본성을 생각하지 않으면 아무리 화려한 데이터라도 적용에는 무용지물입니다. 매번 같은 주제를 다른 버전으로 고도화하면서 여전히 실무가 바뀌지 않는 조직은 여기서부터 다시 출발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 실패했던 데이터 활용 프로젝트의 진정한 실패 원인, 프로젝트의 기술과 내부 이슈가 아닌 프로젝트를 둘러싼 외부 환경과 이해에 대한 피드백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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