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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Jun 28. 2018

숫자를 틀리는 건 당연하다

오늘도 틀려서 혼나고 위축된 당신에게 작은 위로를

업무 시간에 톡 하나가 왔습니다. 친한 후배가 다니는 회사에서 숫자를 틀려서 힘든 하루를 보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기획 업무를 하고 있는 친구인데 예측을 하다가 중요한 변수 몇 개를 빼먹고 안 넣어서 결과를 발표하는데 그 부분에 대한 지적을 받고 많이 위축되었다고 했죠. 그러면서 애증의 '숫자'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했습니다. 숫자는 정말 애증의 대상이니까요.




첫 회사를 다닐 때 선배들이 모이면 결국 깔때기 같이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걔 부서 옮겼던데. 이번에 다시 경영 기획 파트로 갔다는 거야."

"돌고 돌아 또 거기야?"

"그래... 숫자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든 숫자로 가게 되어 있으니.."




'숫자 하는 사람'


그건 비단 이야기의 당사자가 다닌 재무팀이나 제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기획팀이나 혹은 최근 파생되어 생기고 있는 여러 부서에서 어떤 역량을 가진 사람들을 집합처럼 부르는 말이었습니다. 흔히 센스가 있고 트렌디하면 크레이티브 한 아이디어가 많이 필요한 부서로, 사람 좋아하면 영업 부서로,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와 변형에 대해 자신이 있으면 복잡한 공정을 맡기는 것과 유사한 이야기였죠. 








대부분은 숫자를 다룹니다. 결국 측정하기 위해 일을 하니까요. 특히 관리회계 베이스의 업무들은 이 숫자에 대한 막막한 기준 없음과 엉뚱한 모델링에 대한 빡침을 종종 경험하셨을 것입니다. 사실 톡을 했던 그 후배도 표준화된 관리회계 기준이 사실상 모호하기에 그때 그때 최신 버전의 모델링을 늘 담을 수 없었기에 그런 일이 벌어진지도 모르죠.



그건 숫자 하는 사람의 잘못만은 아닙니다. 늘 새로운 모든 시뮬레이션 방법을 엑셀에 담고 살 수만은 없습니다. 오히려 제각각의 기준과 그와 또 다른 안드로메다를 그리고 있는 경영진 혹은 관리자의 몽상이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죠.



재무회계와 달리 관리회계는 어떤 지점에서 제 각각으로 쓰고 있는 것이 많습니다. 논리 싸움이자 말발 있는 부서나 사람이 하는 게 법이 되는 일이 있죠. 최근 익명 게시판 서비스를 하는 어플에서는 '공통비 배부 기준'에 대한 자신이 다니는 회사마다의 기준으로 댓글이 많이 달린 일이 있었습니다. 사업의 업태와 이해관계에 따라 제각각이었죠. 매출 기반으로 배부하기도 하고 매출에 인원수를 붙이기도 하고 신규 사업에 대해서는 배부를 하지 않는 유예기간을 주는 방법을 쓰는 회사도 있는 등 비슷한 회사들도 있었지만 정말 제 각각이었습니다. 보통은 하나의 흐름은 있기는 하지만 이것 자체가 정해진 룰이 없기에 결국 나름 정하면 될 일입니다.



하물며 회계 종류인 관리회계도 이런데 기획 라인에서 찍어내는 수많은 숫자들은 그런 룰도 없이 논리싸움으로 진행되는 것이 허다합니다. 그러니 숫자가 나온 기준과 로직에 대해서는 늘 깨질 수밖에 없는 위험을 달고 사는 것입니다. 그게 적성에 안 맞을 수도 재능이 없을 수도 있지만, 기업에서 그 자리에 앉혀 놓았다는 것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전체 사회의 샘플 집단에서 당신은 그걸 잘 할 것 같은 성향과 역량을 가졌다고 사인을 보내는 것이니 실제 재능이 없을 일은 많이 없을 것입니다. 실제 이런 일이 그리 어려운 일도 많이 꼼꼼해야 하는 일도 아니기 때문이죠.



그럼 이렇게 당하고만 있어야 할까요? 그건 아닙니다. 뭔가 혼나지 않을 대책을 세워야 됩니다. 평가라도 잘 받기 위해서는 이 논리 덩어리를 더 논리스럽게 만들어 줘야죠.







자신만의 도구를 발전시킨다


모두 엑셀 도구 몇 개씩은 상시로 쓰는 게 있을 겁니다. 매출이나 이익을 분석해 놓은 파일이나 고객이나 업체별 실적에 대해 대시보드처럼 만든 파일, 관리회계에 따른 시뮬레이션을 뭔가를 건드리면 뒤에까지 바뀌는 파일이나 복잡한 배부기준이나 비상 계획 등 잘 생기지 않지만 리스크가 있는 일을 대비한 파일 등 모두 일을 하면서 숫자를 정리하고 예측하는 파일을 갖고 있습니다.


이 파일 하나 잘 만들면 루틴 한 일 상당 부분은 해결할 수 있습니다. 특히 회사에서 중요하게 보는 지표들은 여기 빠지지 않게 늘 추가와 수정을 거치면서 파일의 버전 관리를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값 검증도 필수입니다. 비교적 예측과 실적의 간격이 짧은 도구들은 금방 티가 나고 피드백을 받기에 이런 도구를 스스로 예상과 실적으로 비교하고 차이의 원인을 찾아 고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마추어 같아 보이는 엑셀판도 심플한 이론 안에 넣으면 오히려 관리하는 데는 말하기도 쉽고 관리하기도 편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걸 계속 쓰면 되니까요. 일회성 문서를 만들 시간을 합쳐서 상시 활용할 수 있는 엑셀 도구를 만들어 봅시다. 기존 도구를 현재에 맞게 바꾸는 방법도 있습니다.




자체 검증 절차를 만들어 본다


귀찮은 일이지만 효과는 가장 좋은 방법이 보고 전 스스로 검증하는 절차를 프로세스 상이든 엑셀에서든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추천해드리기로는 엑셀에 아예 값 검증하는 것을 넣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사회생활 신입 시절 당시 초우량 인사 평가를 받던 분이 같은 부서에 있었는데 이 분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가 경영기획 부서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실무를 해오면서 남들이 안 하던 모든 관리 도구를 만들어서 지금의 절차와 디테일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주변 분의 평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분이 많든 파일들은 역시나 변수 몇 개를 바꾸면 전체가 자동으로 로직에 의해 쫘악 바뀌는 엑셀이 대부분이었는데 다른 버전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복잡한 논리적 검증 절차를 수식 여기저기에 심어 두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입력 칸에 넣는 숫자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을 때는 바로 조건부 서식에 의해 잘못된 값이라는 메시지를 크게 출력하게 되어 틀린 값 자체를 많이 줄이고 있었습니다. 전체 수보다 더 큰 숫자나 단위가 너무 차이가 많이 나는 숫자, 그리고 결측인 변수나 수정을 정기적으로 하지 않은 값은 복잡한 숨김 열을 지나 이런 결과를 검증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앞서 말씀드린 예실차이를 누적으로 함께 제공하고 있었죠.


하루는 야근을 하면서 그 분과 파일을 함께 보면서 작업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복잡한 파일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를 설명을 하셨는데 초반에 자동화가 잘 안되어서 입력하고 복사하고 붙여 넣는 값들이 많았는데 이 과정에서 뭔가가 틀어지면 전체가 맞지 않는데 그걸 알기도 어렵고 결과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그걸 찾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해서 혼나면서 만든 거라고 하셨죠.


사실 기획이나 재무나 ERP에 있는 값들을 그대로 쓰는 회사는 별로 없습니다. 물론 그런 회사가 부러운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기초적인 데이터들을 보고 대상의 관점에 맞게 변용하게 되고 결국 엑셀 등을 통해 그것을 하게 됩니다. 그런 과정에서 이런 고민은 늘 동반될 수밖에 없는 게 아직 기업의 현실입니다. 자체 검증 절차를 로직에 심는 것은 그 점에서 스스로에게 보다 덜 리스크 한 선택이 됩니다.




아무리 좋은 것도 피드백과 논리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


숫자를 쓰는 어떤 일은 결국 어떤 철학이 그 속에 숨어 있고 기존 철학은 늘 새로운 경영 철학에 도전받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복잡한 모델링을 만들었다고 해도 그것의 목적과 효과를 그 철학의 틀에서 설명할 수 없고 미주알고주알 다 말해야 한다면 그것은 금방 외면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룰 베이스의 모델링을 하는 사람이라도 자신만의 관점과 논리가 있어야 합니다. 일이 만들어지고 원인이 되는 숫자부터 결과가 되는 숫자까지 왜 그게 중요하고 그게 돈을 버는데 어떤 기여를 하는 것을 알게 되어 그것을 쓰고 그 로직은 어떤 피드백에 의해 기존 것에 수정되었는지 말할 수 있는 게 중요합니다. 분명한 논리와 결과의 효과는 기준이란 것 자체가 없을 것 같은 이런 숫자 싸움에서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사실 보고 받는 사람이라고 기존 방식이 다 맞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늘 변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죠. 대부분은 자신이 실무를 할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가정, 즉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돈을 버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지표, 그것의 계산 방법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데 막연한 답답함이 있으니까요. 기존의 시뮬레이션을 실제 결과와 비교해서 바꾸는 과정이나 통계 모델링을 활용하여 예측력을 올리는 등의 과정은 그래서 먼저 길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보통 이런 일이 보수적이지만 신규로 만들어지고 있는 로직에 대해서는 먼저 길을 만드는 사람이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물론 그전에 신뢰라는 게 서로 간에 있어야 하겠지만요.





저도 실무를 10년 정도 한 지금도 숫자를 틀립니다. 물론 앞으로도 많이 틀릴 거 같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에 대한 자기검열은 제 실수를 스스로만 아는데 많은 도움을 앞으로도 줄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커뮤니케이션이 되기 전에 신뢰를 지켜주는 데 도움이 되겠죠.  가짜 숫자만 만들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더 잘할 일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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