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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Jul 03. 2018

전략 기획자의 책 ①

책 '회사 언어 번역기'에 쓰인 서평들


경영 관련 브런치를 2년여간 운영하면서 이메일이나 댓글로 많은 질문들을 받았습니다. 기획자로 준비하고 취업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전략기획을 시작하면서의 고민, 비슷한 연차의 분들께 받는 허심탄회한 공감대 등 개인으로서 분에 넘치는 관심과 소통을 받았습니다. 사실 매번 성실하게 답을 할 겨를은 많이 없었지만 나름 아는 한계 내에서는 열심히 답하고자 했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특히 기획 업무를 시작하면서 준비해야 할 역량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몇 개의 아티클 시리즈로는 부족한 느낌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오늘 잠깐 생각해보다가 문득 작년에 책을 내면서 그동안 읽은 책의 주요한 내용들을 서평으로 정리하여 부록으로 몇 십장 분량으로 담아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 부분이 저에게 문의 온 여러 질문에 대한 좋은 답이 될지는 확신할 수는 없지만 도움은 될 것 같아 일부를 조금씩 나눠보고자 합니다. 



사실  이제부터 소개할 서평의 책들은 전략보다는 경영 전체와 관련된 것들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경영을 떠나 전략은 존재할 수 없기에 아직 아래 책들을 접해보지 않은 분이시라면 일독을 추천드립니다. 물론 제 책 '회사 언어 번역기'도 읽어주시면 더 많은 내용을 나눌 수 있어서 좋겠지만요 :)  책에 실은 내용이라 문체는 아티클과는 다르게 '반말' (;;;) 입니다






『경영의 미래 The future of management』, 게리 해멀 Gary Hamel, 세종서적, 2009



개리 해멀은 피터 드러커 이후 가장 주목받는 경영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기존 경영학의 낡은 이론을 현장에 기반하여 새롭게 고찰해 나가는 노력으로 인정받은 경영학자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핵심역량’ 등 1990년대 이후 경영학의 주요 주제가 된 내용들이다. 



이 책에서 게리 해멀은 기존의 경영이론의 틀 자체를 새롭게 쓰고자 한다. 즉, 리엔지니어링이나 재무적 기법, 브랜딩 등 개별적인 각론 수준의 변화가 아닌 ‘경영적 사고’ 자체의 전복을 이야기한다. 기존에 기업들은 어떤 이론 하나를 가지고 와서 조직 여기저기에 적용해 보고 안 되면 마는 식으로 환자인 기업에게 극약을 돌아가면서 먹여 여기저기 부작용을 낳게 했다. 그런 대증 처방이 아닌 흔히 말하는 ‘소프트 파워’인 조직의 권한과 책임, 의사결정 방법 등에서 기업의 새로운 경영 수준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책에서 사례로 든 구글, 고어, 홀푸드는 모두 직원들에게 자율적인 권한과 책임을 주고 수평적 조직을 넘어선 네트워크 형태의 조직 구조와 문화를 만들어 냈다. 기존에 중앙 집권적인 구조에서 혁신을 강요하는 방식이 아닌, 조직문화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의 관점에서 어떻게 보면 혼란스럽기까지 한 조직구조를 대안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 책은 많은 기업들이 혁신을 강조하고 반복해서 도전하지만 왜 혁신이 되지 않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에 대한 대답이 된다. 거의 대부분의 기업에서 추종하는 현재의 전략은 아무리 최근의 것이라고 해도 30년 전의 경영 이론이기 때문이다. 경영이론은 사후에 정리되는 것이고 정리되기 전에는 다들 정답을 모르는 상태인데 기업은 여전히 알려진 사례만 믿기에 낡은 경영 이론을 들고 와서 진정 조직의 필요는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게리 해멀의 책도 분명 한국의 많은 기업에서 읽혔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문화에 해당하는 이런 영역에 대해 과감하게 변화에 착수할 수 있는 큰 공룡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성과를 향한 도전 effective executive』, 피터 드러커, 간디서원, 2010 (원서 초판 

1967) 



1920년대 테일러 식 경영이론에 그쳐 있던 경영학 흐름을 ‘현대 경영’이라는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킨 피터 드러커의 대표작 중 하나다. 이 책은 개인이 성과를 내기 위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성과라는 것은 천부적인 것이 아닌 습관을 통해 향상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덕목이, 시간을 덩어리로 사용한다, 공헌을 정의한다, 강점에 집중한다, 우선순위를 정해서 한다, 의사결정 능력을 기른다 등이다. 



시간을 덩어리로 사용한다는 것은 회의나 불필요한 업무에 시간을 빼앗기지 말고 정말 필요한 일은 그것만 몇 시간이든 며칠이든 완전히 몰입해서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경영자뿐 아니라 모든 직원들이 자신의 과업에 시간을 자유롭게 몰입할 수 있는지 알고 환경을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공헌을 정의한다는 것은 성과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결과물 중심으로 일에 대해 접근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것은 일의 결과물을 무엇으로 정의하는지 결과물의 효용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정이 아닌 결과를 강조하는 것이지만 돌이켜 보면 과업의 정의와 직무와 조직의 정의 등 기업문화의 근간이 되는 내용에 대한 디테일을 의미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강점에 집중하는 것은 개개인이 잘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게 해서 각자 타고난 차별화된 가치를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두에게 같은 일을 강요하는 게 아닌, 시켜보고 안 되면 잘할 수 있는 일에 기회를 주는 인적자원을 활용하는 근간이 되는 이론을 제시했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제한된 시간에 많은 일을 다 할 수는 없기에 중요한 일 몇 가지는 반드시 끝맺도록 한다는 이야기다. 의사결정을 잘한다는 것은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한 의도적 의견 불일치 및 충분한 검토를 거쳐 결정한다는 것을 말한다. 본문에서 의사결정의 다양성이 실종된 기업의 이야기를 한 이유는 다양성의 부재가 새로운 상상력을 조직 내에 가져올 수 없고 조직이 의사결정자의 포로가 되는 것을 막는 장치가 사라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드러커의 이 책이 나온 지 50년이 넘었지만 유교문화와 군대문화에 찌든 한국 기업에서는 다양성을 포용하는 것이 아직도 어렵다. 개인이 더 나은 커리어를 계발하기 위한 필독서이자 경영자의 효율적 경영을 위한 필독서로서 옆에 두고 정기적으로 읽기를 권한다.






『최고의 전략은 무엇인가 Repeatability』, 크리스 주크 Chris Zook, 청림출판, 2013 



1990년대 이후 ‘핵심역량’이라는 경영 패러다임을 이끈 인물 중 하나인 베인 앤 컴퍼니 컨설턴트 크리스 주크의 책이다. 그는 이 책 이전에 『핵심에 집중하라』, 『핵심을 확장하라』, 『멈추지 않는 기업』 등 기업의 핵심역량을 발굴하고 그것에 온전히 역량을 집중하고 하나 잘된 핵심을 토대로 인접한 산업으로 옮겨 가서 성공 원리를 확산하는 기업 성공 방법을 역설한 바 있다. 



이 책에서는 ‘반복 가능한 성공 공식’을 찾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라고 말한다. 기존의 하향식 집중, 확장, 재정의라는 완벽한 전략 이론에서 중요한 원리를 제시할 뿐 방법은 귀납적으로 맡기는 ‘도구’로서의 전략으로 접근이 달라진 것이다. 변화에 빨리 대응해서 테스트하고 학습, 변화, 적응하는 역량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 복잡성이 줄어드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또한 조직체계 자체가 빠른 실행과 피드백이 가능한 형태로 바뀌어야 함을 함께 말한다. 



이 책은 기존 이론인 핵심과 차별화를 계속 주장하면서도 조직의 일관성과 단순함, 변화와 학습에 빠른 조직 등 2000년 대 이후 부각되고 있는 경영이론을 함께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다. 이 책은 『흔들리지 않는 가치와 신념』이 기업 혁신을 만들어 가는 뿌리라고 말하면서 이것이 없는 기업이 현장 직원의 피드백에 어떤 소프트웨어를 제공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혁신을 강요하면서 무엇이 우리가 갈 방향성이고 우리 자신의 정체성인지 공유하지 않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기업이 원하는 변화의 리더’의 존 코터가 주장한 ‘변화를 성공으 로 이끄는 8단계 과정’과 닮아 있다. 하지만 세부 실행 단계의 빠른 시장 대응과 이것을 뒷받침하는 단순한 일하는 방식에 있어 한층 더 실증적인 적용 방법을 알려준다.






『JAL 회생 전략』, 인도우 마미, 중앙북스, 2014 



일본항공을 파산에서 32개월 만에 재상장시킨 이나모리 가즈오의 기업 혁신 방법론이다. 일본 3대 경영의 신 중 하나라 불리는 교세라그룹의 이나모리 가즈오가 회생 작업을 하면서 기존 거대 기업의 고질적 병폐를 낱낱이 드러내고 하나씩 다듬는 과정이 나와 있다. 경영 정보에 대한 무관심, 경영목표의 단절, 탈 고객주의가 그것인데 이 책에서는 6가지의 문제로 정의했다. ‘조직에 가치관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 ‘현장의 경영 참여 의식이 낮다’, ‘경영과 현장 사이의 거리감이 컸다’, ‘고객 중심의 경영이 부족했다’, ‘현장 리더십이 부재했다’, ‘수평 리더십이 부재했다’이다. 이런 문제들은 당시 일본항공의 문제만이 아닌 지금 한국 기업들 상당수가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경영실적을 확인하는 기간을 단축하고 경영목표를 중앙 부서가 아닌 현장 실무자들이 직접 결정하고 알게 했으며 수익성에 따라 기존 항공 노선을 폐지하고 실익이 되는 노선은 늘리는 등 경영 방법에 변화를 가져왔다. 방법 외에도 리더들을 중심으로 경영관을 함께 나누는 자리를 만들었고 그것을 명문화하고 더 하부 조직까지 전달되도록 하여 전사적으로 같은 경영 비전을 갖고 실행하는 고객 중심의 기업으로 일본항공을 변화시켰다. 이 사례는 기업의 실적 악화에 경영 방법 변화를 통해 반등을 이뤄낸 몇 안 되는 쾌거다. 개리 해멀과 짐 콜린스의 경영 이론에 이나모리 식의 일본적인 경영 가치관이 접목되었다. 조직을 리바운딩하는 실제적인 방법을 알려 준다.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Good to Graet』, 짐 콜린스 Jim Collins, 김영사, 2001



짐 콜린스는 기업의 사례를 치밀하게 연구해 귀납적인 이론에 도달하는 것으로 유명한 경영이론가다. 이 책은 저자가 1994년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을 써서 위대했던 기업의 핵심을 찾아낸 이후 그저 그런 기업이 어떻게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있었는지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한 책이다. 오랜 기간 일반적인 기업보다 높은 수익률을 유지했던 기업으로 한때 반짝하는 기업이 아닌 지속적으로 탁월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기존에 사람들이 알고 있던 편견과 달리 위대한 기업은 거창한 비전 선포나 스타 CEO 영입이나 인수 합병, 기술의 극적 진보, 특별한 전략, 스톡옵션에 의한 동기부여 방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 단지 상호 간의 대화에 의한 이해, 내부에서 적합한 경영진 양성, 너무 높은 크고 담대한 목표가 아닌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돈이 되는 목표, 핵심 비전은 유지하되 방법은 상황에 맞게 변화, 카리스마가 넘치기보다는 오히려 이타적이고 조심스러운 CEO 등이 이런 기업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었다. 



짐 콜린스는 이 책에서 실제적이고 자연스러운 경영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매우 상식적이고 인간적인 결과를 도출해 냈다. 이는 스타 CEO나 카리스마적인 경영 방식, 위대한 경영이론에 기초를 둔 전략 수립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이후 P&G의 글로벌 시장 부진이나 GE의 경영 방식 변화, 강한 위계질서를 기반으로 한 아시아 기업의 부진 등과 겹쳐 이 책의 가치는 상당 기간 높이 평가되었다.






한국 기업 경영의 문제와 기획 부서의 본질에 대한 개인적 고민을 쓴 책이었기에 이에 맞는 책들로 서평이 써 졌습니다. 따라서 전략을 입문하기에는 부족하고 경영 전반과 전략에 대한 사례 및 개론 수준의 내용이 많습니다. 대부분 업계에서 오래된 책이기에 오히려 기준이 되었던 중요한 책이기도 합니다. 시중에 많은 경영과 전략의 트렌드가 뜨고 지지만 대부분은 고전에 기반한 내용이 많습니다. 서평의 책 중에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이 있다면 휴가철 한 번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최근 몇 년간의 베스트셀러보다 더 오래가는 통찰을 줄 거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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