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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Jul 04. 2018

전략 기획자의 책 ②

책 '회사언어 번역기'에 쓰인 서평들


어제 올린 글에 이어서 오늘도 기획자가 읽으면 도움이 될 책들에 대한 저의 서평을 올립니다. 제 책 '회사언어 번역기' 를 쓰면서 그동안 읽었던 경영/전략에 대한 책들을 한 번 정리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내용들을 책 말미에 부록의 형태로 담았습니다. 평소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질문 받은 기획자의 역량을 위한 추천 컨텐츠에 대한 답의 일부라고 보시면 됩니다. 어제는 5편의 책에 대한 서평을 아래 링크에 올렸었고 오늘도 5편의 서평을 올립니다. 물론 서평보다 직접 읽어야 오래 제대로 남습니다. 많은 차이가 있죠! 오늘도 책에 실었던 문체라 반말입니다. (...)








『레고 어떻게 무너진 블록을 다시 쌓았나 Brick by Brick』, 데이비드 로버트슨 David C. Robertson, 해냄출판사, 2016



혁신의 본질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극적으로 설명한 책이다. 레고의 탄생과 성장, 위기와 혁신에 대해 시간 순서대로 풀어 나가고 있다. 제조업에서 업의 본질은 무엇이고 정체성이 무엇인지 물어보게 만든다. 레고는 원래 나무 블록을 만드는 기업이었으나 최고의 제품을 만들자는 비전 하에 상당한 액수의 플라스틱 사출기를 도입해 플라스틱 블록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된다. 미니피그를 활용한 다양한 시리즈를 통해 레고는 아이들에게 놀이를 통한 성취와 사회성을 학습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하지만 레고는 비디오 게임 등 대안 놀이의 성장으로 위기를 맞게 되고 양적 생산 확대와 컨설턴트의 의견을 따라 레고랜드 등의 놀이 시설 및 여러 콘텐츠와 콜라보레이션으로 시리즈 확대 등의 길을 걷게 된다. 이런 방법은 오히려 더 큰 적자를 가져 오게 된다.



레고의 새로운 혁신은 기본에 충실하는 것으로 다시 돌아갔다. 특히 레고의 경영방식의 기반이 된 덴마크 시골지역의 공동체 정신을 통한 실무자 우선의 경영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영업 직원과 디자이너의 의견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유통 전략과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꽃을 피우게 된다. 컨설턴트의 전략적 사업 다각화가 아닌 내부 경영방식에서 답을 찾은 것이다. 이 책이 업의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업의 본질을 누가 살리냐는 것이다. 혁신의 좋은 주제들이 누구를 통해 나와야 하는지, 실적을 만들어내는 조직은 정말 누구인지, 협동심과 이타심은 조직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기에 좋은 책이다.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 Work Rules!』, 라즐로 복 Laszlo Bock, RHK, 2015



구글의 인사 책임자로 10년 이상 재직한 라즐로 복이 구글의 일하는 기준에 대해 쓴 책이다. 이 책이 주목받은 것은 아무래도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평가 받는 구글에서 실제적으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본격적으로 내부자가 다룬 책이기 때문이다. 구글 인사의 핵심은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이 긍정적이며 직원에게 권한을 위임하면서 자율성을 주는 데 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모든 것이 공유되는 인트라넷부터 질문이 자유로운 금요일 미팅, 4단계의 단순한 직급 구조 등 조직 구조를 심플하고 수평적으로 만들고 정보를 흐르게 하는 게 중요한 토대가 된다. 이런 기반 위에 채용과 평가, 하위 직원에 대한 교육과 상위 직원에 대한 파격적인 보상, 관리자에 대한 상향식 설문조사, ‘넛지’를 활용한 방법 등을 진행해 나간다. 현장에 권한과 책임이 모두 있다는 점에서 개인은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게 된다.



많은 스타트업이 구글의 방식처럼 나가고 있는데 반해 중견 규모 이상의 기업에서는 이런 방법론을 일부 도입하고 있으나 본래 취지는 도입해 오고 있지 않아 제대로 된 구글 방식이 실현되지는 못하고 있다. 직원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관점 말이다. 불신이 전제된 관리자와 실무자의 관계는 일 자체에만 몰입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든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도 새로운 인사 제도 자체가 아니라 직원과 회사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지에 대한 시각이다. 관점을 바꾸면 더 좋은 방법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리더십 파이프라인 leadership pipeline』, 램 차란 Charan, Ram, 스테픈 드로터 Stephen Drotter, 제임스 노엘 James Noel, 미래의창, 2008



이 책은 GE의 인재 양성 사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핵심은 경영 관리자가 각 단계에 걸쳐 올라갈 동안 자신의 레벨에 맞는 일을 해야 하며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각 관리자 레벨에 맞는 일을 학습할 수 있도록 미리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위 관리자가 되고 나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아래 직원의 일에 개입해서 자신이 해버리고 정말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지 알지 못해 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에서 제대로 된 인재교육에 대한 투자가 없기에 이런 현상은 한국 기업에서 많이 나타난다. 자신이 과거에 잘하던 실무를 놓지 않고 실무자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일의 창의성을 막아버려서 같은 방식의 일을 고수하게 만든다. 



인재교육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 의미가 오용되는 일이 잦다. 대표적인 게 미리 경영자 후보를 선발하여 키우는 것이다. 교육이 적시에 되어야 하는 게 맞지만 처음부터 경영자가 될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전사적 인재 활용에 제한과 부작용을 가져오기 쉽다. 스펙이나 초기 적응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기에 사람마다 성과를 내는 방법이 다르고 강점이 다른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실무를 잘 아는 인재가 기회를 부여 받지 못해 회사를 떠나는 일을 야기할 수 있다. 저자의 다른 책인 『1% 인재에 집중하라』는 여기에 대해 자세히 다룬다. 도제 모델로 인재를 기르되 미리 경영자의 역량이 보이는 인재의 후보군을 정하고 실전에 따라 추가하고 제외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이 후보군에 들어가면 성과가 나올 자리에 배치를 받고 더 좋은 지원이 약속되는 게 현실이다. 이것은 회사 내에 하나의 라인을 만드는 계기가 된다. 인사 조직이 기득권 문화에 감염되었는지 경영자가 공정하게 살펴봐야 할 이유다.






『파킨슨의 법칙 Parkinson’s Law』, 노스코트 파킨슨 C. Northcote Parkinson, 21세기북스, 2003



파킨슨의 법칙이 나온 것은 1955년이다. 파킨슨은 영국 해군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의 구성원 수가 일의 목적과 상관없이 비효율적으로 증가됨을 주장한다. 조직에서 업무량이 늘어날 때 과업의 재분배 등으로 업무량을 조정하는 대신 신입을 뽑아 일을 나눠주면서 기존 구성원의 업무량이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관리해야 할 대상이 줄어들어도 구성원이 증가되는 상태를 말한다. 증가한 구성원은 내부적으로 보고와 관리를 하면서 조직 내부의 일을 증가시키고 조직은 정말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게 됨을 풍자를 통해 말하고 있다. 파킨슨은 영국 해군의 함정과 장병 수가 줄어들 때에도 해군의 행정 인력은 같은 기간 증가했던 것을 관찰하며 이를 토대로 이론을 정리했다. 지금처럼 채용이 경직된 시대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기는 어렵겠지만 보통 조직이 계속 비대해지고 내부 관리를 위한 업무량이 계속 증가하는 데 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관점을 주는 책이다. 다소 거친 논리지만 내용이 주목하는 주제는 새겨들을 만하다.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Built to last』, 짐 콜린스 Jim Collins, 김영사, 2002



사례 조사를 통해 성공하는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화를 정리한 책 이다. 1990년대 이후 주목받은 경영 주제인 ‘핵심역량’에 대한 실증적 사례를 다룬 책 중에서 오랜 기간 사랑받은 책이다. 기존 경영전략의 방법론은 마이클 포터처럼 외부 경쟁 상태에서 어떤 우위와 차별화 전략을 추구해야 하는지 ‘경쟁전략’이 주류였다면 1990년대 핵심역량은 장기적으로 종합적인 혁신 이 지속적으로 가능하기 위한 조건을 중심으로 삼았다. 그 중에서 이 책이 가치가 있는 것은 당시 고정관념을 부순 사례를 기반으로 한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성공하는 기업은 크고 담대한 목표, 사교화된 기업문화, 내부에서 성장한 경영진, 많은 시도와 우연한 성공에 집중, 핵심가치 정리 등을 지니고 있었다. 이 책의 초반에 기존 고정관념을 하나씩 들면서 실제 성공 원리와 어떻게 다른지 하나씩 비교한 것은 이 책의 백미다. 



하지만 이 이론서도 역시 오용되어 쓰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크고 담대한 목표’이다. 할 만한 목표가 아닌 정말 크고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비약적인 성장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꼭 그것을 반드시 달성하지 않아도 그 모색을 통해 기업이 발전할 수 있음을 말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문화에서 이 목표는 반드시 달성해야만 하는 것으로 쓰이고 현실적인 자산이나 기술적 상황을 고려하지 말고 무리수를 두는 것이 이상적인 것이라는 부작용을 만들었다. 저자 짐 콜린스는 이후 출간한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이 크고 담대한 목표가 기업 내부에 시나브로 스며들어야 한다고 했지만 지금 우리 실태에서는 급진적으로 해야 하고 달성 못하면 많은 보고서가 뒤에 따르게 되는, 실무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래 의도를 제대로 실행하기 위한 시간이 부족했던 것일까?






책 안 읽기 좋은 계절은 없습니다. 필요하고 중요한 책은 보다 젊을 때 읽는 게 두고두고 써 먹을 수 있습니다. 미리 학습된 책은 이후 경험과 만나면서 자신만의 생각과 철학으로 변주되게 되고 그것으로 살아가는 힘을 만듭니다. 저를 포함한 모두의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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