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회사언어 번역기'에 쓰인 서평들
경영/전략 서평 세번째 시간입니다. 네번째를 마지막으로 이 연작을 마감할까 합니다. 오늘은 평소 접하기 어려웠을 법한 책들을 주로 다룹니다. 책 '회사언어 번역기'를 쓰는데 이론적 토대가 되어 주었던 소중한 책들입니다. 주로 인사와 조직문화와 관련된 책이지만 경영과 전략이 어떤 밑바탕 위에 그려지는지를 알아야 상황에 맞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구하기 어려운 책이 많아서 제 서평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작가인 스콧 아담스가 자신의 직장생활 경험과 독자들의 사례로 만든 만화다. 딜버트의 법칙은 조직에서 가장 일하지 않는 사람, 과거 방식 그대로 일하는 것을 고수하는 사람이 의외로 잘 승진한다는 내용이다. 변화와 혁신을 내세우는 아래 직원은 조직에서 중용받지 못하고 오히려 성가신 존재 정도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부정적 선택의 사례에 해당된다. 그런데 변화를 두려워하는 조직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난다. 가장 무능해 보이는 직원이 상사에게 잘 맞춰주는 것만으로 실력과 상관없이 먼저 승진해서 높은 자리에서 조직에 타격을 입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런 직원은 실무에 계속 두면 실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어서 경영관리 부서에 보내지기도 한다. 경영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에 이런 직원을 경영 관리 쪽에 보내 조직에 해를 입히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직원은 변화를 주장하는 기존의 조직문화와 조금 다른 직원을 이단으로 생각하고 철저히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한다. 만화의 원작이 90년대에 그려진 것을 감안해 볼 때 딜버트는 미국의 90년대 기업문화를 다루었는데,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국내기업들에서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다.
변화를 갈망하지만 계속 실패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내놓은 해법이다. 존 코터 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로 최연소 종신교수, 가장 우수한 논문의 저자에게 수여하는 매킨지상 수상에 빛나는 학자이자 경영자이다. 이 책은 저자가 경영 혁신을 현장에서 기업들과 함께 해나가면서 얻은 실패의 원인과 혁신의 방법을 담았다. 기업의 변화가 안 되는 이유로 직원들의 위기의식 결여, 핵심 인사가 빠진 나약한 팀, 바로 말할 수 없는 비전, 사장과 간부만이 심취한 비전, 닫힌 사고의 개혁 주체, 단기적인 성과를 외면한 큰 꿈, 조직 내 개혁 반대 세력에 대한 망각, 기업문화와 동떨어진 제도를 꼽고 있다. 존 코터는 기존 경영이론 중 각광받은 ‘리엔지니어링’이 회사에 왜 계속적인 혁신을 가져다 주지 않는지 언급하며 변화를 망치는 실수를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기준으 로 설명한다.
경영 혁신의 실패 원인을 바탕으로 저자는 혁신을 성공으로 이끄는 과정도 제시한다. 위기감을 조성하고 강력한 팀을 구성한 후 비전과 전략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새로운 비전을 조직 내부에 알리고 부하직원의 권한을 확장시킨다. 이후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새로운 제도를 정착시켜 나간다. 이 8가지 단계를 거치면서 기존에 ‘관리’에 매몰되어 있던 조직에 변화를 가져오는 새로운 모델이 정착된다. 본문에서는 이 중 부하 직원의 권한을 확장시키는 과정에서 허울만 확장하는 것을 꼬집었다. 하지만 존 코터의 책을 자세히 읽다 보면 비단 직원의 권한 확대에서뿐만 아니라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나 단기적인 성과를 도모하는 것에서조차 허울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짐 콜린스의 이론서를 읽다가 이 책을 읽으면 현실적인 적용 방법에 대해 좀 더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앙리 파욜은 광산 회사의 사장이었고 지질학과 금속공학 분야 발전에 기여한 프랑스 경영학자다. 1841년생으로 이 책은 그의 말년에 쓰여진 작품이다. 동 시대에 활동했던 미국의 테일러가 공장 노동자의 작업을 과학적으로 측정함으로써 경영학의 시작을 한 쪽에서 열었다면 파욜은 경영자, 관리자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정의하는 것으로 경영학의 반대쪽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경영관리의 일반 원칙과 경영관리의 요소 두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경영관리의 일반 원칙은 14개의 경영 원칙으로 되어 있다. 아주 체계적이지는 않지만 오늘날에도 생각해 보게 만드는 경영의 정수가 많이 들어 있다. 특히 관료제가 극심해지고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불협화음이 빈번한 현대 기업에서 20세기 초반에 나온 이 책의 질문이 아직 유효하다는 게 책의 가치를 말해준다. 경영관리의 요소는 기획, 조직화, 지휘명령, 조정, 통제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의 일이 시작해서 실행되고 정리되는 과정을 하나의 체계로 기술한 이 책의 핵심 챕터다. 경영자의 역할은 무엇인지 조직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런 내용은 이후 이어지는 현대 경영학에 깊은 영향을 미치며 경영자의 역할과 기획 프로세스를 정립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관리와 경영의 개념을 분명히 구분해 설명함으로써 이후 경영학 발전의 이론적 기초를 마련했다.
세계적 리서치 기업인 ‘갤럽’의 CEO가 쓴 책이다. 갤럽의 직무만족도 조사 등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저자는 향후 도래할 위기는 좋은 일자리의 부족이며, 좋은 일자리의 정의로 직원들이 몰입해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꼽는다. 몰입할 수 있는 일자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목표가 명확히 합의되어 있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충분히 제공받으며 목표를 달성하는 기간 동안 충분한 격려와 인정을 받는 환경을 갖춘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이 핵심 3가지 요소는 기타 다른 요소들 보다 최우선으로 갖추어야 할 것으로 말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 3가지 핵심적인 요소가 잘 해결되지 않는다. 성과 합의는 일방적이고 그조차도 실제로 이루어지는 곳이 많지 않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는 직무도 허다하다. 목표는 높지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공받는 기초적인 수단도 적다. 기본적인 자금이나 기술, 사람은 늘 부족하다. 격려와 인정은 진실한 커뮤니케이션 위에 기반을 두고 있어야 하지만 이것 역시 드물다. 이런 상태에서 직원들이 몰입하길 바라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다. 정신력만을 강조하기에는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책은 이 3가지 요소가 가능한 직장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한 번 정한 것을 자주 바꾸지 않는 것만 해도 직원들의 몰입은 보통 수준은 유지할 수 있다.
가레스 모건은 조직 이론 분야에서 독보적이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교수이자 컨설턴트다. 국내에 소개된 책은 『조직의 8가지 이미지 Images of Organization』나 『창조 경영 Imaginization : New Mindsets for Seeing, Organizing, and Managing』 등이 있다. 가장 먼저 쓰여진 『조직의 8가지 이미지』에서는 조직을 기계, 유기체, 두뇌, 문화, 정치, 심리적 감옥, 흐름과 변화, 지배 수단으로 비유하며 설명한다. 조직을 하나의 관점이 아니라 늘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조직에 대한 새로운 탐구는 전통적인 관점에 머물러 있던 조직을 현대 경영에서 혁신을 만드는 틀 그 자체로 격상시켜 놓았다.
뒤를 이어 출판된 『상상력 : 창의적 경영의 예술』은 조직의 형태가 어떻게 분화되는지 7가지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처음에 엄격한 상하관계를 보이던 조직에서 상하 간의 소통과 의사결정 참여, 프로젝트형, 매트릭스형, 팀 단위, 나중에는 컴퓨터에 의해 연결된 거미나무 조직Spider Plant Principle까지 점점 자율성과 계약에 의한 조직의 전문화와 분화의 단계로 옮겨가게 된다. 조직 모델의 이러한 변화는 한국 기업의 7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변화 양상에 대해서도 잘 설명해준다. 엄격한 수직 구조의 명령 체계만 있던 기업에서 오늘날의 자유롭고 다소 느슨한 구조의 조직까지 기업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 지 말해준다. 하지만 경계해야 할 것은 마치 겉모습만 그 다음 단계의 모델로 조직의 형태가 갖추어지는 것이다. 내부 문화는 엄격한 상하 관계와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는 구조, 특정한 수직 구조가 조직 내부의 평가에 끝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인데 직함과 조직 편제만 자유분방한 위임 구조를 보이는 기업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와 제도가 보완해 주지 못해 내부적으로 혼란만 가중된다. 인사 제도와 조직에 대해 큰그림이 필요할 때 먼저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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