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조사는 멘토를 찾는 행위
A브랜드는 몇 년째 고객조사를 상품 개발 전 해오고 있습니다. 주로 국내에서 지금 핫한 상품을 보고 아주 싼 원가구조에서 대량으로 찍는 식으로 상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 '핫한' 상품을 찾는 게 지상 과제인데, 지난 몇 년간 얼리어답터들이 찾는 뜨는 샵을 부지런히 다녀서 참고하여 열심히 만들었는데 실적은 시원치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고객 조사 방법을 바꾸어서 전에 가던 곳이 아닌 고객이 즐겨 찾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조사한 것을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다시 매출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소비재 산업에서 고객 조사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고객 조사는 전문적인 것입니다. 신입사원이 아무리 똑똑한 친구라고 해도 인사이트가 있는 고객 조사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MBA를 나온 신입(?) 사원들도 고객 조사 결과의 디테일과 실효성에서 의문을 받는 원인은 무엇에 있을까요? 아니면, 기존에 오랫동안 고객조사를 하기는 하는데 왜 상품이 안 팔리는지 고민만 하는 분들은 어디서 차이가 나는지 모르고 있을까요?
무엇을 조사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표 세팅이 명확하지 않고, 정기적이고 누적화된 데이터로 의미 있는 변화를 찾는 것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단지 몇 개 요즘 많이 팔리는 유형 찾는다고 이것을 하면 고객 조사는 늘 고객 취향을 뒤따라다니기에만 바쁠 것이고, 이것의 속도도 너무 느릴 수 밖에 없습니다. 반박자 빠른 트렌드를 잡기 위해서는 미리 가설을 세우고 진행해야죠. 야구 경기에서 실제 강속구 투수의 투수자리에서 홈 플레이트까지 공이 도달하는 시간과 타자의 판단 및 타구의 시간이 비슷한 수준이라, 타자와 투수는 미리 '수싸움'을 하고 시작하죠. 자기가 치고자 하는 공이 없다면 쳐도 내야를 벗어나기 힘들고, 끌려다녀서 불리한 볼 카운트로 몰릴 수 밖에 없습니다. 고객조사도 '수싸움' 정도로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사업의 기회가 오는 속도와 이에 대응하는 경영의 시간싸움이죠.
그럼 고객 조사는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게 좋을까요?
정답은 없겠지만, 경험상으로 말씀드리면...
고객 조사를 잘 하기 위해서는 '누가 우리 고객인가'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이것에 엄청난 에너지와 정교한 가설들이 필요합니다. 전체 시장에서 고객군을 나누는 기준이 단순히 뉴스에 나오는 수준 정도로 그쳐서 자의적으로 이런 고객은 어떻게 하고 어디에 있을 것이다로 그쳐서는 안되고, 실제 고객들을 모집하는 것 자체를 다양성 있게 한 다음, 고객의 생활 양식에 따라 일정 그룹으로 묶을 수 있어야 합니다. '베이비부머', '20대 초반 미혼 여성' 이정도 수준으로는 처음 타겟이 되는 고객을 찾을 수 없습니다. 고객이 생활하는 양식에 따라 고유명사로 고객의 특징을 댈 수 없다면 아직 고객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모르는 것입니다. 뇌관이 어디 있는지 정확히 모르는 것이죠. 고객이 시간을 보내는 방식과 우리 컨텐츠 구매와의 연계성을 일련의 상관관계로 정리하고, 우리의 다음 가망 고객은 누구인지 정리하는 것이 기회를 발견하는 방법입니다.
우리 기존 고객과 1차 가망 고객에 대한 정의가 마치면, 그 고객들이 정보를 어디서 얻고 누구를 통해 구매 의사결정을 하는지 아는 게 중요합니다. 이것은 전체적으로 일련의 정보 흐름에 대한 화살표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고객을 많이 만나다보면 이 화살표는 수직과 수평으로 많은 양이 쌓이고, 고객이 어디까지 얼리어답터이고 어디서부터 매스 고객인지 정리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고유명사로 정리가 되어 상품에 대한 발굴을 직접적으로 도울 수 있는 단서가 됩니다. 이것은 역으로 우리가 어디에, 누구에게 마케팅을 해야 하는지도 보여줍니다. 애꿎은 불특정다수에게 비용을 쓰는 것보다 정보의 흐름 중 우리 고객과 1차 가망고객에 해당되는 채널이 정확히 어디인지 알고 마케터는 전략을 그들의 특징에 따라 정리할 수 있습니다.
우리 고객도 정리되고 정보의 습득 원천도 알았다면, 지금 그 집단이 사용하는, 혹은 구매를 희망하는 것의 잔존 기간이 얼마인지 알아야 합니다. 우리 고객이 유행 수용성이 아주 느리다면 지금 그들이 말하는 것이 내년에는 시장 전체적으로 매출의 규모가 많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또 얼리어답터를 상대하는 브랜드라면 내년에는 그들이 선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컨텐츠가 언제 시장에 나왔고 얼마나 지속될지, 엄청나게 짧은 생산공정의 수단이 없다면, 이미 선도된 선진국이나 앞선 정보의 흐름에 있는 집단들에서 존속한 길이를 알아야 합니다. 이것은 누적된 데이터로 정확히 알 수 있고, 그 외에는 감에 가깝습니다. 이 부분은 지금 우리에게 말하는 고객도 정확하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내년에도 시장에서 통하는 컨텐츠를 찾았다면, 이것을 일회성에만 그치지 말고 계속 사용하고 피드백 받을 수 있는 고객 집단으로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합니다. 아무 사람이나 온라인에서 고객 체험단, 주부 체험단 등등의 이름으로 고객을 받지 말고 앞서 어렵게 정리한 이런 고객을 계속 정보의 원천으로 교류하여 사업의 기회를 계속 찾아야 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이런 고객의 유형을 사회학적으로 해석하여 지금 이 분이 아니더라도 저기 저 분이면 우리 고객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정리된 고객의 모습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주기적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지만(그래서 주기적으로 앞선 고객 조사 단계를 계속하는 게 좋습니다) 산업의 성격에 따라 다음 상품 개발 기간에도 추가적인 에너지를 들이지 않고 도움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객 조사는 고객 몇 명, 혹은 엄청나게 많지만 구분이 안된 고객에게 물어보는 게 아닙니다. 프레임이 중요하고 피드백 주기가 짧아야 하는 게 기업의 안테나와 같은 고객조사입니다. 위 플로우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모르고 있는 문제의 멘토를 주변에서 찾는 행위와 순서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이 작업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몰랐던 시장의 다양한 고객 니즈를 알 수 있고 기존에 회사에서 '도시전설'과 같이 더돌던 고객의 모습이 허상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교조화된 고객조사가 발 붙일 수 없는 것이죠. 모든 경영의 핵심인 단기 성과에 연연하여 장기적 기업의 비교우위를 잃어버리면 안되듯, 고객 조사도 제발 단순히 결과물을 취하지 않고 결과물이 나오게 된 기계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피드백의 초점은 이 기계에 있어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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