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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Nov 08. 2016

기획은 감시자가 아니다

비전 없이 실행만 관리되는 기업


경영관리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기업마다 이런 성격의 일을 하는 부서가 있습니다. 경영관리팀, 경영기획팀, 기획조정실, 전략기획실 등 여러 이름으로 기업 내에서 잘은 모르지만 브레인(Brain) 역할을 생각한다고 다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거기 일하는 사람들 이야기는 높은 사람들 시키는 일 하고 보고서 만들고 아래 조직들 제대로 하는지 감시하는 일을 한다고 합니다. 저도 이런 부서에서만 적지 않은 시간을 보냈어도 이런 일 말고 다른 일을 한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많은 청년들이 ‘있어 보이는’ 일에 집착합니다. 이름만 대면 아는 대학에서 이름만 대면 아는 기업으로 넘어갈 준비를 하면서 이미지가 똑똑해 보이는 기획 일을 선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허울 뿐인 부서 이름 덕분에 막상 들어와서는 후회하고 그만두는 일이 더 많습니다. 똑똑한 그들이 단지 끈기가 없고 불평이 많은 사람이라서 회사를 그만두는 것일까요? 아니면 원래 일하는 것을 바탕으로 부서 이름을 바꾸어서 취업 시장의 정보 불균형을 깨트려야 할까요? 예를 들면, ‘보고서 제작 팀’, ‘경영진 수발부’, ‘감시팀’ 이런 식으로 말이죠.



헤드쿼터(Headquarter)의 역할은 세분화된 하위 조직이 하지 못하는 통합과 비전에 대한 큰 결정을 제시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기업이 단순히 세부 하위 조직들의 합에 불과하면 개인 사업자들의 연맹과 다를 게 없을 테니말이죠. 단기적인 목표보다는 하위 조직이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회사의 발전 방향을 그리고 이에 맞춰서 큰 투자가 필요한 역량을 확보하는 쪽으로 주 과업을 하는 게 본래 취지를 달성하는 일 입니다.



하지만 기획 조직이 변질되면 단순히 경영자와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회사의 주요 정보를 쥐고 고유한 일보다는 쉽게 자신의 포지션을 회사 내에서 지키려고 합니다. 바로 하위 조직을 감시하는 일을 주업으로 하는 것이죠. 어디가 매출이 많이 나오는지 빠지는지, 어디에 사람이 줄었는지 늘었는지, 신상품의 반응이 좋은지 나쁜지 그런 거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누가 잘했어요’, ‘누구는 빼야 할 거같아요’ 이런 식으로 경영자에게 고자질 하는 일로 주업이 변합니다. 어차피 기획팀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은 경영자가 기획의 본업을 망각한 채 경영자 본인이 편한대로 부려먹기 때문에 가능한것입니다.



관리가 기획 조직의 본업이 되면 컨텐츠(Contents)는 사라지고 툴(Tool)만 무성하게 자랍니다. 관리만 하는 사람들이 회사가 하는 사업의 기술적인 부분이나 시장에서 일어나는 영업적인 변화를 대부분 알지 못하기에 본인이 잘하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죠. 보고서의 빈도와 양식을 정리해서 ‘보고 체계를 잡는다’고 말한다든지, 하부조직의 재무 상태를 분석해서 등급을 나누고 못 살게 굴죠. 사실 등급은 누가 어떻게 나누기 나름이고 모든 경영이 칼 같이 이루어지지는 않죠. 그럴 거면 기계가 경영을 하는 게 더 낫겠죠. 하지만 관리로만 먹고 사는 기획 조직은 자신이 아는 것만 줄창 합니다. 보고서는 많아지고 조직은 엄한 잣대에 정기적으로 평가받으면서 사업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 당합니다. 일을 하려고 하면 참견도 잦죠. 지난 번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서 이거 했는지, 저거는 하고 있는지 참견이 많습니다. 갑자기 이런 것을 확인하기 위해 같이 출장을 가자고 하든가, 컨퍼런스 콜(Conference Call)을 수시로 부릅니다.



이러는 사이 회사는 큰 방향과 준비를 잃게 됩니다. 변질된 기획 부서는 모든 큰 방향과 준비를 자기들이 생각하기 귀찮으니 사업을 가장 잘 아는 하위 부서에서 하라고 말하지만 그들은 힘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산량에 대한 재량, 인재 선발 및 보충과 배치에 대한 권한, 비용집행 및 투자에 대한 결정권을 보통 중앙에서 쥐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이 중 어느 것 하나라도 하부 조직에서 갖고 있지 않으면 설령 뭔가 사업의 단서를 찾았다고 해도 그것은 실제 준비와 매우 괴리되어 있습니다. 기획부서는 자신들이 원래 해야 할 시장의 중장기적인 흐름과 방향, 우리가해야 할 포지셔닝에 대해 둔감하죠. 그 사이 모든 방향과 역량을 준비한 경쟁자들은 이 비대하고 둔한조직을 앞서 나갑니다. 기획실은 왜 뒤쳐지냐고 실무진을 압박하고 괴롭히기만 하겠죠.



관리는 만능 도구도 아닙니다. 사람을 관리의 도구에 집어 넣는다고 해서 사람이 달라지리라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사람은 동기부여를 시켜주고 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명확하게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낫지 정기적으로 못 살게 괴롭힌다고 뭔가를 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하지만 관리에 찌든 회사는 온갖 시말서와 보고서로 사람을 괴롭힙니다. 준비하고 피드백 한다고 본래 할 일을 못하는 우스운 일이 회사 내에서 벌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획으로 기득권을 잡은 세력은 이런 일을 오히려 더 강화하면서 회사 내에 자신의 입지를 굳히려고 합니다. 관리의 칼이 조직 이곳 저곳을 흠집내면서 관리하는 사람과 관리 받는 사람은 서로 남이 됩니다.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할 기업에서 서로가 남이 되는 ‘타자화’가 벌어집니다. 대화가 막히고 인재가 분류 됩니다. 팀워크는 경영자의 꿈에 불과하고 모두 죽은 숫자들만 분석하기에 바쁩니다.



전략 프로세스는 조직에서 고유한 일을 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성과나 이미 끝난 재무적 결과만 뒤쫓고 정교하게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어쩌면 스티브 잡스 (Steve Jobs)가 말한 ‘인문학적 소양’이 가장 필요한 직무가 기획 쪽 일일 것입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흐름이 다가올 것인가를 미리 생각하면서 우리가 무엇을 구체적으로 준비하면 좋을지 밑 그림을 그려보는 것입니다. 실무를 하는 하부조직은 지금 일을 처리하느라 이런 데 시간을 많이 가지지 못하니 서로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경영자 한 명만 자기 고집대로 사업의 밑 그림을 그리고 위험한 도박을 합니다. 기획을 비롯한 본부 부서들은 모두 관리에만 열중하고 있죠. 전략과 기획 부서의 고유한 역할은 조직에서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고 아는 사람도 없어지게 됩니다. 브레인(Brain) 없는 기업의 탄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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