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sons learned
이제는 데이터의 가치가 단순히 활동의 부산물 정도로 취급받지는 않습니다.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활동 속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의 루프를 만들어 활용하는 방법을 알기 시작했습니다. 자금의 흐름이나 서비스의 흐름처럼 데이터의 흐름도 기업 내부에 정리되어 있고 전사적으로 공유할 일상적인 프로세스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전통적인 산업에서는 기존 영업 활동으로 발생하는 실적이 너무 큰 이유 등으로 데이터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절하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치 마케팅처럼 비용을 일으키는 부수적인 것으로 무시되기도 합니다. 월마트(Walmart) 같은 시장의 공룡들이 어떤 혁신을 하고 있는지는 눈을 감은 것처럼 말이죠.
경험상 전통적 산업의 공룡들은 본의 아니게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거래한 시간과 거래량이 기본적 성격의 데이터의 높은 품질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ERP나 CRM 등 알만한 시스템은 오래전부터 도입해서 활용하지 않고 쌓이는 데이터가 많고 매출이 큰 기업은 시장의 상당 부분을 커버하는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IT 컨설팅 회사들이 좋아하는 클라이언트지만 정작 내부적으로는 활용에 대한 적극적 움직임이 부족한 게 사실이죠.
이런 기업에서 인프라를 위한 투자나 인재 영입 등 내용들을 차치하고 데이터를 통한 인사이트 도출, 사업화를 진행할 때 겪을 몇 가지 단계에 대해 오늘은 나눠 보고자 합니다. 뚜렷한 목적 없이 시작해서 오랜 기간 비용만 들이고 성과의 압박에 시달리는 조직이 여전히 많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활용은 영업 활동이 얼마나 데이터 기반으로 이뤄지는 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아예 데이터 플랫폼 위에서 영업 활동이 이뤄지는 것과 일정 부분만 데이터 입력을 하면 되는 수준의 회사는 데이터에 대한 세계관이 아예 다르기 때문이죠. 모든 과정이 로그로 남는 기업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도 많고 인프라도 영업 활동을 위해 구축이 이미 많이 되어 있기에 이런 문화가 어려움이 없습니다. 직원들도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이 어렵지 않고 분석하고 개발하는 데까지의 과정이 비교적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데이터가 해결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도 암묵지로 갖고 있습니다.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고 사람과 데이터가 하는 일의 부분이 철학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기업들의 데이터 활용 사업이 처음에는 많은 시도를 거쳐 나중에는 돈 되는 몇 개만 살아남아 집중하는 것과 같은 모습으로 말이죠.
하지만 이제 데이터로 일해보려는 전통적인 기업은 모든 일을 데이터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과 현재 영업에 영향이 없으니 무시하는 두 부류로 크게 구분될 수 있습니다. 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두 부류가 부딪히는 충돌이 늘 발생합니다. 당장 실적을 내는지에 따라 어느 믿음을 가진 조직이 살아남는지가 결정되는 것이 현실이죠. 사실 이런 기업에서 데이터 활용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그 자체가 역량이 아니기 때문이죠. 중요한 것은 어떤 범위에서 어떤 활용 방법이 있는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입니다.
이미 하고 있는 일입니다. 다만 이슈에 따라 다른 이름과 활용 방법이 포장을 바꿔왔을 뿐이죠. 기존의 많은 관측치를 다 나열해서 볼 수 없어 기본적인 가공 및 집계를 통해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방법입니다. 과거에 일어난 일을 정리해서 두 집단의 차이를 대조하거나 프로세스 상의 병목이나 최종 도달률 등을 정리하는 방식의 일입니다. 산업의 종류와 관련 없이 대부분의 기업은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큐레이션 콘셉트로 많아진 데이터를 어떻게 핵심적인 것만 보여줄 것인가로 초점이 옮겨졌습니다. 경영 정보나 고객 클러스터링 등은 기존 데이터를 추려서 사용자가 한눈에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과거에 하던 일을 더 쪼개고 나열해서 그중 핵심을 정렬하는 방식이죠.
접근이 쉬워 누구나 데이터 활용의 시작 단계로 생각하지만 한계도 명확합니다. 과거에 축적된 내부 데이터로 이뤄진 인사이트이기 때문에 시장의 변화 등 미래에 대한 결과를 가장 늦게 사후적으로 알게 되며 그런 일은 데이터가 없어도 모두 다 피부로 느낄 수준이 된다는 것이죠. 데이터가 보조적인 포지션에 머무는 기업은 이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곳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이 정도도 대부분 시도하는 일입니다. 데이터 확보에 대한 추가 투자가 작아서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일이나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리스크 관리에 기업 내부 데이터를 토대로 예측하는 방식입니다. 사업성 검토나 수요 예측, 고객 이탈, 이상 거래 등 경영 정보부터 SCM, CRM에 이르기까지 보편적인 주제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데이터 양에 따라 작게는 엑셀로도 할 수 있고 커도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를 통한 머신러닝 알고리즘 적용도 장벽이 높지 않습니다. 기존 전문가 시스템이나 현업의 휴리스틱 로직과 부딪히거나 협업하는 방식으로 기업은 의사결정에 도전을 받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시작부터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죠. 기존에 머릿속 나름의 로직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을 어떻게 이 영역에 동참시켜서 계속 이것을 하게 만들 것인지가 전통적 기업의 고민입니다. 그래서 처음은 참고할 정보의 형태로 결과가 나가게 되고 거기서 R&R을 정리하는 방식, 별도의 조직을 구성해서 자연스레 의사결정을 이양하는 방식들이 뒤따르게 됩니다.
예측의 정확성, 적시성에 따라 기존에 불신을 신뢰로 바꿔 나가는 작업이 점진적으로 이뤄집니다. 하지만 한계도 있습니다. 내부 데이터 만으로는 정보의 편향을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기존 비즈니스를 강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조직이 놓치고 있는 수요나 정리되지 않은 사업 모델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없습니다. 데이터 만으로 연역적인 전략의 포지션에 도전할 수 없는 부분이 여기입니다.
조직 외부의 데이터가 내부에 쌓인 많은 양의 데이터와 접점을 갖는다면 앞선 단계들과는 차별화된 임계점을 넘게 됩니다. 시장의 기회가 있는 조직 외부로 눈을 돌린 첫 도전이 될 테니까요. 개별적인 고객, 매장, 지역, 서비스, 상품까지 확인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들의 군집 수준 정도라도 전체 시장, 전체 시간의 흐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안다면 비즈니스 본질에 대한 많은 질문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기존 전략 컨설팅에서 많은 우수 사례를 보유하면서 기업 컨설팅에 활용하던 것처럼 가치 있는 데이터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고객을 이해하는 방식에서는 롱테일 산업에서의 업셀링이나 추천 등을 어렵지 않게 유도할 수 있고 사업의 방향성 등 경영 정보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탐색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데이터를 통한 사업화도 가능합니다. 사실 앞선 단계에서도 대형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면 데이터를 통한 정보 제공 등의 사업을 별도로 할 수 있지만 작은 조직의 경우에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알만한 수준의 내부 데이터는 수요도 적고 자칫 기업 내부 정보만 유출될 수 있는 위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부 데이터와 외부에서 수집된 데이터가 산업에서 이슈성 있는 접점에서 분석된다면 정보 수요가 발생합니다. 내부 데이터의 양과 산업 내의 대표성 등의 필터가 남아 있지만 차별적 인사이트 제공이라는 점에서 데이터 사업은 첫걸음은 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 레벨에서 어려운 것은 외부 데이터의 안정적인 공급입니다. 합법적이면서 끊이지 않고 차별화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기 위해서는 협업과 구매가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원하는 데이터가 있는 기업에 인프라를 제공해주면서 내용을 확보하려는 시도도 생기고 있습니다. 독점 기술만큼이나 독점 분야의 데이터, 대표성을 갖는 많은 트래픽의 플랫폼 데이터의 확보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자체적인 내부 데이터를 갖지 못한 기업도 있습니다. 내부 데이터가 있다고 해도 이제 외부 데이터 종류가 많아 내부 데이터가 전체 데이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은 기업으로 변해가는 회사도 있습니다. 데이터 컨설팅 회사가 그렇습니다. 분석을 통한 인사이트 영역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시장 리서치, 우수사례 적용, 데이터 거래 등 기존 컨설팅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은 활동으로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태동 단계에 있지만 영업 네트워크가 큰 회사를 중심으로 이런 사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사실 컨설팅 회사가 아니라도 데이터 기반이기 때문에 많은 데이터가 모이는 기업, 플랫폼이 특정 분야의 차별성 있는 데이터를 다양하게 모은 기업은 모두 이런 사업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앞선 단계에서 했던 결과물을 포함해 많은 주제를 해 볼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이죠.
차별적인 알고리즘 설계와 성공적인 레퍼런스는 진입장벽이 됩니다. 규모를 선점하는 것이 진입 장벽을 계속 높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플랫폼 대 플랫폼의 대결이라면 사용자 경험의 차별성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변화하는 기업이 결국 이 비즈니스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전략이 필요하고 사업 전략과 함께 가지 않으면 이런 도전과 새로운 수요 창출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업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 역량에 따라 모두 같은 경로로 이 단계들에 도달할 필요도 없습니다. 모방으로 일관된 것 자체가 전략의 실종이니까요. 하지만 이제 데이터의 가치를 알기 시작했거나 후발주자로서 차별화된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활용 방법 프레임을 생각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