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는 일하는 사람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
기업에서 데이터로 일하는 기업 문화가 시작되었는지 아는 방법 중 하나는 데이터를 활용한 방향이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를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험상 데이터를 아직 활용할 줄 모르는 기업은 데이터를 통한 결과물이 관리자에게 맞춰 있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실무자를 향해 맞춰져 있습니다. 쉽게 예를 들면, 소위 데이터 드리븐(Data-driven)이라고 말하면서 기업 내외부 데이터를 통해 경영지표만 시스템으로 구축하거나 실무자 KPI 달성 여부만을 확인하는 툴을 만들면서 정작 실무자가 원하는 대로는 아무런 데이터 프로덕트(Data Product)를 구축하지 않는 기업은 진정한 데이터로 일하는 기업 문화가 시작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의외로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통적인 기업에서 이런 일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전통적 규범을 가진 사람들이 와서 만든 스타트업도 그런 경우가 있죠.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 결과를 알게 됩니다. 데이터 프로덕트가 관리자를 향해 만들어진 기업은 빅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고 분석 솔루션에 투자한 가치를 아무데서도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들은 그냥 전통적인 대시보드를 더 비싼 가격에 만들었을 뿐이니까요. 새로운 솔루션 업체의 말을 듣고 이전에 보던 것을 더 예쁜 판에 만들었을 뿐이지 그것으로 기업의 생산성은 무관한 결과를 얻게 됩니다. 소위 경영이라는 것을 관리로 배운 숫자 놀음을 더 열심히 할 뿐이죠.
실제 이런 기업의 현장 실무자를 만나본 적이 있습니다. 자신은 얼마나 많은 고객이 하루에 사이트를 방문해서 얼마나 사 가는지 실제적으로 잡히는 숫자를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기업이 경영 정보를 위해 그동안 쓴 돈이 적지 않다는 것을 들었는데 정작 실무자들이 일을 더 잘해보기 위해서는 투자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죠.
빅데이터 활용을 가장한 관리 도구도 있습니다. 누가누가 잘하나 한 번 전체적으로 보자는 것이죠. 결국 사람과 실적을 놓고 본다는 사고는 많이 보면 더 잘할 수 있다는 육체노동의 감시자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실제 쓸 연장을 갈고닦는 데는 큰 관심이 없이 결과로 결과를 쪼는 일을 할 뿐이죠. 이런 노력은 빅데이터를 가장한 관리자의 권위 지키기, 실무자를 타자화 시키는 논리일 뿐이죠.
거창한 프레임 없이도 데이터는 실무자를 향한 프로덕트로 나아가야 합니다. 숫자를 더 본다고 숫자가 좋아지지 않으니까요. 데이터를 통한 더 나은 프로덕트를 실무자에게 제안할 수는 있어도 거부하는 툴을 억지로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어차피 실행되지도 않을 우리에게 맞지 않는 혁신이라는 가짜 이름이니까요. 동의되지 않는 혁신은 결코 실현될 수 없는 좋은 의도에 불과합니다. 동의하지 않은 사람이 많다고 느끼겠지만 정말 길을 찾지 못한 것은 그걸 강요하는 관리자입니다. 한국에서 십수 년간 CRM, 빅데이터가 실제적 성과로 연결되지 못한 이유 중 현장에서 말하는 방향보다는 글로벌 솔루션들의 강요와 경영진의 관리 도구로써의 전락도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그것을 구축하자고 말한 사람이 사라지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일이 많으니까요.
데이터 프로덕트가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이 기초적인 질문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만의 관리 도구가 아닌 액션과 연결된 툴로써 데이터가 나가고 있는지 보는 게 기획자의 역할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