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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Mar 03. 2016

비지니스 프로세스의 검증

흔한 전략기획의 실무

요즘 많은 기업에서 PI혹은 BPR이라는 이름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나타내고 바로 잡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전략 쪽 경력자 채용 시장에 과거보다 프로세스를 잡는 인력에 대한 구인이 늘었고, 한다리 건너 아는 외국계 기업 다니시는 분들도 국내 시장의 포화와 기업의 성장 한계를 프로세스 재설계를 통해 풀어나가려는 시도를 많이 보입니다. 프로세스가 제대로 올바로 서 있는 회사는 이하는 것이 좋습니다. 서로 감정 얽힐 일도 없고 빠른 시간에 두 번 일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모든 프로세스 순서도에서 국내 기업들에서 외면되지만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화살표'입니다. 흔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가' 등의 제목에는 관심을 많이 가지지만 제목과 제목 사이를 잇는 화살표에 대해서는 제목을 정하고 서로 부딪히는 것보다 훨씬 덜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서로 얼굴 붉힐 걸 아니까 예전대로 하고 싶다거나, 이것은 정말 실무자의 일이기에 내 알바 아니고 제목만 해내면 된다는 리더의 방조적 피로감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실무를 하는 사람들은 다 압니다. 이 화살표가 중요하다는 것을요.



프로세스에서 화살표는
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까요?
화살표는 어떤 의미를 내포할까요?



1. 사전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선 반드시 선결과제가 필요합니다

일이 되기 위해선 꼭 필요한 게 있습니다. 빵 만드는 데 밀가루가 필요하고, 제품을 만드는데 기초 기술이 필요한 것처럼요('문명'을 해 보신 분이라면 다 알듯합니다..) 대부분 이 자리는 맨 처음에 있어서 급박하게 프로세스를 정리하려하면 항상 한 두개 이상 사전에 필요한 단계를 빠트립니다. 아니면, 프로세스 설계상에서 실무자가 이게 있다고 이야기를 해도 '이런 자질구레한 것까지 나타내야 하나' 식으로 덮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 알죠. 이게 실무자의 사기를 고취시키고 실제 결과로 나오는 중요한 작업이라는 것을요.


2. 누가 함께 해야 할 것인가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선 000부서, XXX부서, ㅁㅁㅁ부서가 있어야 합니다

프로세스를 정리하는 목적은 일을 단순하게 하면서 필요한 정보의 인풋과 아웃풋의 누수가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화살표를 보면 한가지 제목을 위해 누가누가 붙고 각자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함께 해야 하는 조직이 만약에 없거나, 있다해도 이것에 대해 모른다면 프로세스 상에 100%의 결과물을 내리라는 전제가 사라집니다. 있어야 하는데 없는 조직인데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이 조직은 없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거나 리더가 중요하다고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3. 어디까지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가

어떤 일은 M상무, K부장, S과장에게 꼭 알려야 합니다

일의 시작이 있다면 끝도 있겠죠. 완전한 아웃풋은 아니지만, 어떤 긴 과정의 중간 결과물이라도요. 잘 만든 내용을 공유하지 않는만큼 일의 누수를 안타깝게 만드는 것도 드뭅니다. 프로세스 상에 어떤 직무에 있는 사람이 언제 이것을 알아야 하는지 정리하는 것은 필요없는 전 단계를 없애고, 필요한 정보의 누수를 막는데 도움이 됩니다.


4. 단독으로 떨어지는 프로세스가 있는가

어떤 일은 화살표 연결이 되어있지 않습니다

이런 일은 검증하고 없애야 할 일입니다. 괜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외부 고객도, 내부 고객과도 연결되지 않은 일이라면 전혀 할 필요가 없는 일이 많습니다.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감사 업무라도 프로세스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시스템적 오류나 조직을 엉성하게 설계하여 맡을 사람이 애매하거나 왜 하는지 모르겠는데 사수가 했으니까 하는 그런 업무들입니다. 가장 먼저 제거할 수 있습니다.


5. 검증하는 프로세스는 있는가, 있다면 얼마나 짧나

어떤 일은 그냥 진행만 되고 리스크에 대한 연결고리가 없습니다

모든 일을 검증할 수는 없지만,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일에는 반드시 검증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윗 사람의 결제와는 다른 문제입니다. 그야말로 전문적인 사람들이 와서 함께 검증을 하는 것이죠. 검증은 프로세스를 늘어뜨리지 않을 정도로 짧아야 하고 그것 역시 화살표로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6. 이 행동은 무엇으로 평가 받아야 하나

어떤 일의 최종 결과는 따라가다 보면 S급 상품 5개를 1년 내로 시제품 형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앞서 KPI에 대해 이 브런치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KPI를 고민해서 만들면 프로세스 상에 어떤 일이 어디와 결과물이 연결되기 때문에 무엇으로 평가받는 것이 정당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마냥 실무자가 주장하거나 전혀 최종 결과를 못내는 일은 버려야 할 일입니다. 이 검증은 많은 인내가 필요하지만 '결과'에서 '행동' 중심의 실제적인 KPI를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이 나태해지지는 않게 만듭니다.


7. 의사소통이 얼마나 번잡한가

어떤 일은 화살표가 10개가 앞 뒤로 지나갑니다

화살표를 각 제목마다 잘 정리하게 되면 의사소통의 효율에 대해 알게 됩니다. 대동여지도가 그려지거나 아주 심플한 애플의 디자인 같은 프로세스가 그려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게 우리 조직의 상황, 복잡성입니다. 있어야 할 화살표 외에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야 하는 프로세스라면 전체적인 제목 구조, 조직에 대해 다시 큰 관점에서 정리해야 하겠습니다.



프로세스를 정리하면서 조직의 전략이 담겨있는 것은 그래도 '제목'입니다. 하지만, 제목을 잇는 '화살표'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나사 풀린 수레 같이 곧 방향을 잃고 굉장한 기존 프레임의 힘에 헤어나오지 못할 것입니다. 리더가 모든 화살표를 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화살표의 복잡성 정도, 가장 큰 전략에 얽혀 있는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찬찬히 시간을 갖고 보아야겠습니다. 시간이 걸려도 이 문제가 사업의 핵심구조와 연결되기 때문에 버틸만한 자금력이 있다면 너무 많은 시간이 아니라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문제 해결은 실무자가 못하는 것들 투성이고 결국 그 위의 리더가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대부분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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