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된다고 말해야 인정을 받는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실적의 압박을 받지 않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영업이나 상품을 기획하는 일을 하면 당장 매출 등 실적이 어떤 상황인지 부담감을 하루하루 이겨내면서 직장생활을 할 것이고, 보다 백오피스에 있다면 조직 전체의 실적으로 간접적인 정량 평가를 받고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이미 선배들이 하고 있던 일을 하는 경우에는 측정하는 '실적'이라고 하는 게 고정되어 있고 매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도 갖추어져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늘 하던 일만 할 수 없는 게 직장 생활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사회생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겪지 못한 변화와 신규 사업 등에 대한 피로는 연차가 쌓여가며 항상 새로운 요구로 다가옵니다.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일을 어떻게 사업화시킬 것인가는 B2C나 B2B에 상관없이 고민거리입니다. 특히 제안적 성격의 일이 많은 기획자 역할에서는 '이게 얼만큼 왜 돈이 되는가'를 설명하는 게 중요한 과정이자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유롭게 TFT를 하는 분위기로 풀어두는 경우도 있지만 조직의 생리상 결국 성과를 요구하고 성과는 '돈'으로 표현되는 직관적인 방식을 관리자들은 요구합니다. 모든 일이 돈으로 직접적인 설명이 되지 않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돈 이야기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프로세스형 인재가 이런 조직에서 중용되지 못하는 일도 허다합니다. 기업 실적이 출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시스템이 없고 이것을 만드는 프로세서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지 못해 떠나는 데 원인이 있는 게 보통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가장 몰아세우는 것 또한 '돈이 얼마나 된다는 거야?'라는 질문이죠.
결국 돈이 되어야 한다는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다소 공리와 같은 명제는
기업 입장에서나 개인 입장에서
골칫거리가 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재무, 물류, IT 등
백오피스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기준을 두고
아직도 돈 이야기만 하는 데
문제의식만 갖고 있으며,
개인 입장에서는 새로 추진하는 것을
어떻게 돈이 되느냐 시나리오를 짜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드는 점이죠.
먼저 기업 입장에 정량적인 평가는 체계적이지 못한 기획 조직과 안일하게 오퍼레이팅을 하는 인사 조직에서 문제를 찾을 수 있습니다. 기획에서 프로세스 업무에 대해 정량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체계화된 사고가 없으면 모든 성과 검증은 프로세스 역할을 하는 사람 스스로가 해내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람은 자기 일하기에도 바쁜데 새로운 KPI를 스스로 짜내야 하는 번거로움도 함께 가져가는 것이죠. 프로세스의 방향성은 SOC를 설치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지금의 결과가 지금 평가받는 것보다 중장기 전략 안에서 미래에 평가받는 것이 의도에 더 맞는 일이 대부분이죠. 흔히 하는 인사 평가로만 본다면 이 사람은 최신 프로세스를 연구해서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높은 효율이 나는 구조를 만들었음에도 당장 비용 대비 편익이 적다는 이유로 늘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높은 인센티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입니다. 단기 성과에 연연하는 기업들의 현실이죠. 잠재적인 성장을 이끄는 자산은 기업 내부에 남을 수 없습니다.
사업 조직의 한 밸류체인을 이렇게 평가해서는 곤란합니다. 인사 조직은 기존의 직급과 평가 체계에 수동적으로 반응합니다. 직무에 따른 커스터마이징을 하는 사례는 찾기도 어렵죠. 그만큼 직원 입장이 되기도 어렵고 변화의 동력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복리후생이나 탕비실을 두둑이 채우는 것은 부수적인 문제인데 말이죠. 직무에 맞는 평가와 보상, 조직 구조는 정량적인 성과만을 추구하는 기업 문화에서 늘 마이너 의견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죠. 인사 제도에서부터 먼저 제안하는 일이 없다면 그저 몇 직원들의 불만에 불과할 것입니다.
개인 입장에서는 돈이 된다고 설명하는 일이 생존의 문제입니다. 신기술을 도입하는 데 들인 시간과 투자를 언제까지 어떻게 회수하겠다는 내용이 없으면 자리가 위태롭기 때문이죠. 그래서 소위 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떻게 돈이 되는지를 잘 설명합니다. 돈이 되는 이유를 이미 돈이 된 사례를 가지고 보증하는 형식이죠. 돈이 되고 있는 시장에 돈 쓸 여력이 있는 고객의 취향이 존재하는데 채워주지 못한 공급을 우리가 어떻게 해 보겠다는 게 맥락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말을 하기 위해 돈이 되는 시장을 찾는 능력이 필요하고, 고객을 세분화시켜 지불 의사가 어느 정도 있는지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기획의 기본적인 관점입니다. 철저히 검증된 근거를 가지고 지금 추진하는 일도 돈이 된다는 것을 담보하는 것이죠. 물론 이렇게 시나리오를 튼튼히 짠다고 정말 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경험상 별개의 문제이며, 액션 이후의 반응이 기업 경영 능력의 본질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일단 시작이라도 하려면 개인은 돈이 되는 이유와 계획을 튼튼히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평소에 돈이 되고 있는 정보를 스크랩해두면 편입니다. 산업과 국적을 가리지 않고 돈이 되고 있다는 것은 모아둡니다. 귀납적으로 접근하죠. 돈이 되고 있는 것의 공통점을 찾습니다. 고객의 생활이 변화했거나 시장의 기술이 바뀐 점은 좋은 공통점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해외 사례라면 국내에 적용하면 어떨까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산업이 다르면 고객의 어떤 생활의 변화가 이런 결과를 낳았으며 그런 관점에서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일을 변형해야 할까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이 하는 일은 돈이 되는 작은 부분을 하는 것이 보통이기에 나와 상관없는 영역까지 부풀려 생각해야 이게 얼마짜리라는 게 나오는 게 보통입니다. 지금 하는 일로 세부적인 KPI가 얼마 개선된 수준에서 그친다면 투자 의사결정을 하는 관리자들은 쉽게 돈이 된다고 납득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게 매출을 발생시키는 지점까지 연결된 밸류체인의 상태를 모두 나타내 줘야 숫자가 되는 것이죠. 효율을 높이는 일을 하는 거라면 투입량이 얼마인지까지 설명이 확장되어야 돈을 얼마나 더 벌 것인지 숫자가 나올 것이고, 양을 늘리는 일을 한다면 비용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까지 알아야 대략적인 숫자로 돈이 되는지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하는 일이 고객에게 닿는 데까지의 큰 숫자의 대략은 늘 알아두는 편이 좋습니다. 돈이 나오는 나름의 로직을 만들어두면 누가 그게 아니라고 말해도 논리적으로 설명하면서 다시 납득시키거나, 로직의 일부만 변경해서 쉽게 숫자를 조정해서 말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일을 처음 시작할 때 돈이 얼마나 되는지 이런 나름의 로직을 짜고 시작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윤곽이 잡히는 대로 이 로직을 만들지 않으면 나중에 성과 검증이 어렵고 성과를 목표로 해서 일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빨리 만들어내서 설득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처음 부분에 말씀드린 프로세스 역할의 직무를 하고 있으면 역시 최종 매출을 발생시키는 파이프라인의 숫자로 시나리오를 만드는 게 개인이 조직에서 인정받기에 좋습니다. 비록 이걸 개인이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효율적이지 못한 일일 수도 있지만 결국 하지 않으면 개인이 손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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