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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Jul 03. 2020

그래서 안 된 프로젝트

기술이 여기 까지라면 니즈는 맞출 수 없다

최근 회사 업무가 많아 쫓기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뭐 언제는 여유로운 적이 있었나 싶지만 최근 하는 업무는 전에 없던 방법을 찾아서 해야 하는 일이라 최종적으로 결과물이 어떻게 쓰일지부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까지 같이 짜 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회사에서는 니즈를 조율하고 결과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하는데 시간을 많이 쓴다면, 퇴근해서는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코드를 찾아서 짜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신경이 곤두서는 나날입니다.



회사 선배 중에서 맥 빠지는 이야기를 진심 어리게 하는 선배가 있습니다. 하루는 저를 위한답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거 하느라 힘들죠? 그거 몇 년 전에 제가 해 보았는데 그 정도 기술로는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더라고요. 데이터만 복잡해서 정제하는데 시간만 많이 걸리고. 힘들겠어요."



저를 위하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창 신경 써서 길을 찾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 맥이 풀리는 위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지금 프로젝트는 그때와 달리 잘 풀려 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몇 년 전 그 자료도 알고 있고 그때보다 새로운 기술을 찾고 레퍼런스를 적용해서 더 인사이트 있는 결과를 뽑고 업무 프로세스에 붙어서 실무를 바꾸어 가고 있습니다. 






흔히 기술과 결과물은 달걀과 닭처럼 '무엇이 먼저인가'라는 문제 앞에 자주 섭니다. 기술이 없는 데 어떻게 원하는 결과를 뽑을 수 있는가 하는 생각도 있고 원하는 결과를 정의하지 않고 기술만 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다질 수도 있습니다. 



최근 기획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아진 텍스트 분석을 예로 들어 봅시다. 과거에는 흔히 워드 클라우드 같은 단순한 빈도 분석을 하는 것으로 뭔가 보려 했습니다. 고객의 상품평이나 SNS 등의 데이터에서 어떤 제품 관련 가장 많이 나오는 형용사나 명사 등을 카운트해서 많이 나온 빈도를 중심으로 의미를 조립하려고 했습니다. 형태소 분석은 텍스트 마이닝의 출발점입니다. 이것까지는 기술을 알아야 할 수 있습니다. 분석할 단위로 정리되면 나와 있는 결과에 의미를 입혀서 실무에 적용하는 것은 비즈니스 도메인 지식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죠. 많이 나온 단어라고 다 의미 있지는 않고 실무와 맞는 적게 나왔지만 의미 있는 형태소를 보는 게 더 중요할 때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기술 중심적인 사람들은 더 많은 기술, 자동화에 매몰될 때가 있습니다. 그걸 왜 하는가를 생각해 보면 결국 비즈니스에서 기획을 할 때 어떤 인사이트로 기획할 것인지 텍스트를 통해 발견해서 결국 실무를 변화시키는 거니 실무가 알아들을 수 있고 어느 정도 심화된 깊이의 내용이 나와야 하죠. 하지만 기술은 구현한 모델의 정확성이나 더 복잡하고 최근 발견된 이론을 적용하려고 하는 초심자의 실수를 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이 아닌 대부분은 간단한 알고리즘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온 결과를 니즈에 맞게 줄 수 있느냐의 또 다른 능력의 것이죠.



물론 기술을 모르면 뭘 할 수 있는지 모릅니다. 고객의 니즈에 맞는 기술을 미리 알고 고객을 만나는 것과 그냥 만나면 새로운 기법은 세상에 의미 있는 실적으로 나올 수 없습니다. 고객이나 내가 생각하는 수준이 같다면 세상에 새로운 수요는 창출되지 않을 테니까요. 만약 텍스트 분석을 하는데 워드 임베딩이나 간단한 네트워킹 시각화를 할 수 있다고 하면 제시할 수 있는 인사이트가 달라집니다. 계속 같은 기술만 반복해서 빈도에 빈도만 더 보여주는 것은 이제 새로울 게 없다고 고객이 외면해 버리는 결과만 세상에 던지는 셈이죠. 그래서 기술과 비즈니스 도메인 니즈를 채우는 지식은 늘 함께 가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데이터 분석의 세 가지 요소가 비즈니즈 도메인 지식, 통계적 능력, 프로그래밍 스킬인데 사실 실무 대부분은 이것과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주제를 해도
몇 년 전과 지금이 같을 수 없고
그러니까 쉽게 포기해서도
안된다는 것이죠. 



고객의 니즈는 대부분 바뀌지 않습니다. 다만 기술의 발전이 그 니즈를 어떻게 더 잘 풀어 주느냐를 만들어 줄 뿐이죠. 상품을 만드는 사람의 니즈는 언제나 '어떻게 트렌드를 먼저 맞추는 상품을 찾을까' 혹은 '더 싸게 제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였습니다. 이런 니즈는 시간이 변해도 바뀌기 어렵습니다. 구매가 일어나는 니즈는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비슷한 심리를 바탕으로 하는 게 있기 때문이죠. 다만 기술은 시대에 맞는 디바이스 환경에 따라 늘 바뀌어져 왔습니다. 결국 니즈를 늘 염두에 두고 니즈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론을 미리 찾아야 하는 것이죠.



기획이나 데이터 분석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영업도 새로운 기술, 방법론을 늘 찾아야죠. 그냥 '갑'의 사무실 앞에만 있다고 자주 저녁을 먹는다고 영업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설득할 수 있는 카드를 늘 먼저 만들고 있어야죠. 이 과정에서 어느 때보다 바뀌고 있는 영업 환경의 변화를 알아야 합니다. 고객이 어디로 이동하고 만족한 고객은 왜 무엇에 만족했는지 사례를 미리 찾아 우리 고객에게 먼저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죠. '영업은 원래 이래야 해' 같은 라떼 시리즈는 정말 고객 니즈를 맞추어 줄 수 없습니다.



회사에서 예전에 했는데 안되었고 지금 다시 하는 프로젝트는 언젠가는 또 하게 될 프로젝트입니다. '무덤 같은 프로젝트', '퇴사하는 프로젝트'는 그걸 뛰어넘을 기술이나 방법론을 누가 알려줄 수 있거나 그걸 할 시간과 투자가 없었기 때문이겠죠. 그렇지만 꼭 넘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물론 갑자기 다음 달까지 우주에서 영업하자는 수준의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전제 하에서 말이죠. 물이 끓을 수 있을 때까지 어떤 에너지를 더 가해야 하는지 생각해 봅시다. 변칙으로 당장 버즈량이 많은 단어를 골라 위기를 모면하는 듯 보여도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오히려 시간만 흘려보낸 경우가 더 많죠. 근원적인 문제에 필요한 기술을 니즈에 맞게 다시 조율해서 돌아봅시다. 결국 그 문제는 내가 혹은 후배가 다시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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