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에 매몰되는 패러다임을 처음부터 겪지 않아야 한다
몇 년 전 골드만삭스의 임원이 탐욕스러운 내부 기업 문화를 폭로한 적이 있었습니다. 고객을 돈 갖다 바치는 수단 정도로 생각하는 방식을 폭로한 것이죠. 골드만삭스뿐 아니라 월가의 이런 패러다임은 한 때 논란이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대부분 기업들은 초기에 미션을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합니다. 기성 기업들이 해결해주지 못하거나 오히려 더 불편하게 만들어버린 부분에 침투하는 것으로 말이죠. 하나의 생각은 사업으로 이어지고 미션을 보고 투자는 이어집니다. 고객 중심적이지 않으면 시작할 수도 없는 아이디어를 검증해 보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기업들도 시간이 지나면 '고객'보다는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미션만으로는 돈이 안되거나 누리고 있는 시장 지위로 이제 좀 기성 기업 같이 더 많은 이익액을 챙기고 싶은 생각이 들죠. 고객에게 추천하는 상품에 순수 고객 취향보다는 돈을 많이 낸 상품을 먼저 제안하기도 하고 고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들어주지도 않습니다. 돈을 내지 않으면 더 많은 제약을 걸기도 하고 기준이 고객 지향이 아닌 '시장의 경쟁자' 보다 조금만 나으면 되는 수준이 되곤 하죠. 창의적인 생각을 했던 기업이 방어, 수성이라는 말로 미션을 바꾸기도 합니다.
기업 내부적으로는
어떻게 변해가고 있을까요?
고객 중심적인 기업에서는 고객의 이야기를 합니다. 누가 무엇이 불편하다고 한다, 이걸 해 주면 어떨까, 이렇게 바꾸어 보자 같은 말 말이죠. 혁신의 격언이 된 "바보 같은 질문은 없다"가 통합니다. 회의 시간에 전체적인 결과 다른 시각의 질문에 귀를 기울이고 검토해 봅니다. 앞에서 자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익을 내는 방법은 많지 않죠. 고객 지향적인 생각보다는 보통 적습니다. 모두의 시각이 비슷해집니다. 가장 높은 비용, 당장 티 안나는 비용을 줄입니다. 이런 미팅에서는 새로운 제안은 '바보 같은 질문' 취급을 받습니다. 잠깐의 정적, 급한 마무리 말이죠.
돈 앞에서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사람들이 생각합니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라고 되뇌면서 이 말에 반박하지 않습니다. 쫒기고 시야가 좁아지면서 고객 지향적인 생각은 멀어집니다.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이 바뀐 셈이죠. 우리가 물고 늘어져야 하는 대상이 고객의 삶이 아닌 재무제표, 숫자들로 굳어지면서 유연했던 토론은 단절된 보고서로 바뀌어 버립니다. 돈은 비용, 인건비를 포함한 내용까지 다루는 것이기에 여기에 반박하는 것은 곧 평가절하에 반영되는 것이라 개선보다는 퇴사와 잔류 두 가지 옵션만 남게 됩니다. 그렇게 돈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회사를 죽여가죠.
이 장대한 이야기는
불과 몇 년 안에 이뤄질 수 있습니다
급격합니다. 마치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낀 것처럼 한 번 나빠지는 이익 중심의 패러다임은 쉽게 돌아오지 않습니다. 나가려고 발버둥 쳐도 나가 지지 않습니다. 이익만 생각하는 것이 너무나 논리적으로 말이 되기 때문이고 역설적으로 이익을 생각하는 게 고객을 생각하는 것보다 몸이 더 편하기 때문이죠. 전부 다 몰락할 때까지 버틸 수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이익 중심의 사고에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고객 지향적인 에너지를 쉼 없이 불어넣어줘야 이익 중심의 사고에 빠지지 않습니다. 서비스 로직에서 돈이 걸린 부분을 제거해보자, 돈이 더 들더라도 테스트해 볼 고객 경험을 시도해 보자, 안 갖고 있는 데이터로 알 수 없는 새로운 시도를 해 보자는 공격적이고 무모한 도전들이 이뤄지지 않으면 또 하나의 고착화가 어느 순간 일어나고 맙니다. 어떤 도구도 고객 경험에 우선할 수 없습니다. 데이터 역시 그렇습니다.
최근 성장한 스타트업 중에서 이런 부침을 겪고 있는 사례를 주변을 통해 들었습니다. 투자자의 마음이 바뀌었을까요, 새로운 관리자의 철학이 다른 걸까요. 이제는 탄력을 회복할 수 없는 블랙기업은 이런 것조차 기대하지 않지만 고객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든 기업 조차 선배였던 블랙기업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습니다. 바보 같은 질문이 느껴진다면 이미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