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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Mar 15. 2016

경영자의 고집 꺾기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기

약점이 있는 부분은 계속 생각이 나게 마련입니다. 특히 비지니스에서 약점이 있는 밸류체인이 있다면 경영자의 머릿 속에는 그 부분이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인 게 있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는 부분이 가장 개선이 안된다는 겁니다. 반대로 말하면, 기업의 가장 약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는 거라고 말해도 되겠죠.


국내 글로벌 모 기업은 회사채를 써가면서 자사에 사활이 걸린 제품을 마케팅 하였습니다. 최고위층부터 어떻게 마케팅을 하라고 구체적인 지침을 주었죠. 예를들면 '숫자를 넣어서 고객 기억에 남는 셀링포인트를 만들자' 이런 것처럼요. 하지만 몇 년째 이 기업의 마케팅은 아무런 메세지를 고객에게 주지 못했습니다. 경쟁사 제품에 비해 무엇이 좋은지도, 아니 이걸 사면 어떤 게 경쟁사와 다르게 좋은지도 명쾌하지 않았죠. 글로벌 마켓쉐어는 몇 년동안 지속적으로 하향세를 그리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가구, 의류 등 국내 소비재 기업은 최근 글로벌 브랜드의 한국 상륙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브랜드에 대한 공룡같은 인지도도 문제였지만, 인지도 있게 만들었던 디자인과 다양한 유형이 기존 포트폴리오로는 제공하지 못하는 수준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최고위층부터 어떻게 디자인해야하는지부터 어떤 유형의 상품을 만들어야하는지까지 엄청난 시간과 사람이 붙어서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일부 성공한 브랜드도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런 경영의 아이러니는 어떻게 생긴 것일까요? 가장 신경쓰고 있는 것이 가장 안될 때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요?



1. 그 분야는 말할 수 없다


경영자의 고민이 깊어질수록 잘못 말하는 건 '역린'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양 극단의 결정이 이루어지기 쉬운 환경이 조성됩니다. 모두 열심히는 하지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경영자가 애매한 상태로 일을 추진할 때 더 그렇습니다. 귀납적이지도 연역적이지도 않을 때 말이죠. 일부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경영자가 어떤 방향을 정해버리면 이후로는 누구도 이것에 대해 반론과 토론의 분위기가 마련되기 힘듭니다. 경영자가 천부적이라면 이런 결정은 항상 바른 결과로 나타나겠지만, 이런 보장은 어디에도 없죠. 귀납적인 것처럼 시작해서 모든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이끌 수는 있지만, 연역적으로 어느 순간 키워드가 정리되면 이후로는 동기부여된 직원들의 불만이 배가될 수 밖에 없습니다. 경영이 팀 플레이고 비싼 인건비를 들여 채용한 인재들이 있다면 경영자의 역할은 무언가를 정하는 것보다는 우수한 팀이 그것을 말하게 하고 전사적으로 해결해주는 쪽으로 롤을 수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느 순간 칼잡이가 되어 나서는 경영자 앞에서 우수한 직원일수록 고민의 상황은 깊어갑니다.



2. 불일치를 복기하지 않는다


'같은 메세지를 세 번 이야기해도 안들으면 의사소통의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맞는 말인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일리있는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완벽한 가정으로 사업 설계를 했는데 반복적으로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가정을 잡고 설계한 것 자체를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특히 1번의 문제처럼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내린 설계와 전략이 번번히 막힐 때 가장 윗단의 전략부터 복기해야 합니다. 아래 층층 구조로 내려갈수록 할 수 있는 피드백은 작고 낮은 수준의 이야기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경영진이 한 이야기, 가자고 한 방향, 돈과 사람을 쓰기로 한 내용을 검토하여 여기서부터 변화가 일어나야 합니다. 물론 뒤늦게 경영자가 전략의 방향을 수정할 때가 있지만 그 때는 대부분 곪을만큼 곪은 뒤 스스로 자포자기해서 방향을 바꾸는 것이지, 중간에 손절매 개념으로 자신의 방법을 돌이키는 사람은 성공했었다는 사람일수록 드문 것 같습니다.



3. 기존 인재로 대체한다


새로운 일에 기존 사람에게 기회를 준다는 식으로 돌려막기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력해야 할 분야고 답답한 성과로 일관했던 분야라면 외부라도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거나, 내부의 기회를 얻지못했던 우수한 역량의 직원들을 발굴하는 게 맞을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겉으로는 성과주의, 인재발굴을 외치지만 실제 의사결정 상황에서는 아주 오래 전 성과를 냈었던 차부장이나 임원들을 돌려막기로 이런 분야에 갖다놓고 씁니다. 새로운 사람을 어떻게 뽑아야 하는지, 어떤 역량이 정말 여기에 필요한지 모르는 인사팀과 최고위층은 새로 뽑는 부담보다는 기존에 이름값으로 안도하고 또 얼마간의 시간과 자원을 버리는 결정을 합니다. 이런 일이 있을까 싶지만 너무 흔한 게 우리나라 기업들의 민낯인 것 같습니다.



고민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고민거리를 '고민이다'하고 받아들이면 해결되는 게 없습니다. 내가 해 보았는데 모르거나 안 나아진다면 과감하게 '모른다'라고 이야기 해야 합니다. 그리고 '불치하문'으로 누구에게나 문호를 열고 물어봐야 합니다. 특히 높을수록 자신의 고집을 잘 꺾지 않습니다. 경영은 팀 플레이인데 왜 패스를 안할까요? 뭐 어차피 자기 돈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하는,, 씁쓸한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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