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에 따른 전사적 자원 분배 시스템
기술이 뛰어나지만 마케팅 역량이 약한 기업은 B2C보다는 B2B산업을 선호합니다. 그럴 수 밖에 없죠. 일본의 파나소닉이나 국내의 LG도 B2B 쪽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상관없죠. 기업이 갖고 있는 역량에 따라 향후 전략을 바꾸어 나가는 것은 큰 관점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의사결정입니다. 무엇이 되었든지 전략은 실행 과정에서 달성을 위해 자금이 투여되니까요. 그런데 자금을 비롯한 인재 등의 자원 분배가 전략에 맞추어 사용되고 있을까요? 시장 내에서 어떤 전략을 쓰는지가 자원 분배와 명확하게 이어지지 않는다면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닌, 단기성 비용에 그칠 확률이 큽니다. 물론 회계학 상의 비용과 투자의 인정범위를 다루는 아티클은 아닙니다.
어디에 돈을 써야 잘 쓰는 걸까요
예를 들어,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시장에 먼저 등장한 선도자가 놓치고 있는 저가 마진의 시장을 기회로 니치마켓에서 상당한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무엇이 핵심 역량이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어디에 돈이 쓰여지는 게 맞을까요? 물론 저가로 마진 구조가 나오는 생산 방법에 있습니다. 구매와 생산이 선도자보다 경쟁력이 있어서 하나의 기본 원재료를 중심으로 한 파생되는 소비재는 모두 저가에 내 놓을 수 있어야 영속되는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 회사에서 잘 하는 것이 아닌, 하고 싶은 것을 어느 날부터 하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미 시장에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탁월한 생산량으로 저가 시장의 지분을 앗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글로벌 브랜딩에 비견할만한 브랜딩을 세우리라 맘을 먹고 미디어를 통해 홍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면 말이죠. 이런 전략 자체가 해당 기업을 선도적 기업의 차별화 우위 전략도, 글로벌 브랜드의 가격 우위도 아닌 중간에 끼인 - 특별히 고객 입장에서는 구매해야 할 셀링 포인트가 부재한 - 포지셔닝으로 만들게 됩니다. 선택을 받을 영역이 줄어들게 되죠. 만약 이 기업이 글로벌 주자들이 자신이 점유한 시장에 들어오기 전에 둘 중 하나의 우위를 취했다면, 아니면 아예 사회학적 변화에 따라 게임의 룰을 재설정하는 시장을 만들었다면 어땠을까요?
중요한 것은 비교우위에 있는 역량을 확보/강화하는 것입니다
크게 기업의 핵심 역량을 말할 때, 밸류체인 상의 핵심 기술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기업의 전략적 요충지가 어디에 있으며, 당분간 어느 수준에 올라오기까지 어디에 인재와 자금을 집중할지가 결정되게 됩니다. 눈에 보이는 제품은 그 핵심 기술을 변용한 것에 불과하죠. 단지 제품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따라하다보니 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핵심 기술에 도달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아무 역량이 뚜렷하지 않은 기업일수록 핵심 기술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브랜드 포지셔닝이나 제품만을 취하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뚜렷한 강점 없이 돈을 낭비하게 됩니다.
경쟁 우위에 있는 역량이 경쟁사 대비 얼마나 앞서 있는 걸까요
CJ의 강점은 미디어와 컨텐츠의 결합에 의한 탁월한 마케팅 능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만드는 상품에 대해 미디어로 알리고, 보다 근원적으로 그런 문화를 보급하여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롯데는 미디어가 CJ에 비해서는 없다시피 합니다. 다만 저변에 강력한 생산과 카피(?)하는 시스템이 있죠. 롯데가 미디어를 만들고 기존 제품을 알릴 수도 있지만 그것은 왠만한 자본의 모멘텀이 형성되거나 CJ의 마케팅이 놓치고 있는 사회학적 변화가 없는 한 부분집합에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비교 우위에 없다는 거죠. 잘 하는 것을 해야 합니다. 만약 '로하스' 분야에서 고객 인지가 탁월한 브랜드가 있다면 먼저 해당 생산지를 잘 유지하고 경쟁자보다 탁월하게 '안방을 지키는' 것이 확실해야 합니다. 대기업의 장기인 마케팅에 비용을 붓다가 대기업이 같은 농산물의 산지를 사들이고 고객에게 품질로 알릴 수준이 된다면 작은 기업은 이도저도 아닌 포지션에 몰리게 됩니다.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그래서 이 분야에서는 얼마나의 자금을 덜 써도 어디까지는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지, 차이가 나면 지금 우리가 약한 부분을 그 자금과 인재를 바탕으로 어떻게 끌어올려 다음 포석을 마련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찰이 전략기획실에서 혹은 연구기획실에서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러므로 흔하디 흔한 'SWOT 분석'은 단순히 경쟁자와의 차이를 중심으로 항목만 기술될 것이 아니라, 격차를 시간과 자금으로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책임 경영은 성과 이전에 역량을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원 사용에 대한 전략을 세부적인 브랜드나 부서에 일임하는 기업은 기본적으로 핵심역량에 대한 투자 의지가 약한 기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예산 계획을 대강한다면 이것 또한 보고서에 지나지 않으니 걱정할 일은 없지만 말입니다. 계열사간 자원 사용에 대해 경제 성장 단계에서 견인했던 그룹 기획 조정실이나 전략기획본부, 구조조정본부가 더 이상 산업의 복잡성으로 존재하지 않는 이상 각 계열사는 밸류체인 상의 경쟁사와의 경쟁 우위를 명확히 알고 이것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자원 분배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단순히 아랫 부서의 사용 희망 금액을 로직상으로 검토하고 취합하는 데에 그친다면 계열사 책임 경영은 전체적인 성장 속도를 늦추고 모멘텀을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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