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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Feb 23. 2016

계열사가 적이 되어 버렸다

Porter's five forces analysis

우리 나라에는 1개 이상의 법인을 가진 기업 집단이 많습니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사업구조가 복합적으로 필요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회사는 재료의 안정적이고 싼 수급을 위해 농산물을 구매하고 저장하고 도매하는 회사를 가질 수 있고, 통조림을 파는 기업이 선단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복잡한 기업의 이해 구조는 단일 법인의 밸류체인을 넘어 계열사간 이해관계로 번져가고 그룹 내에서 복잡성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가만히 보면, 기업 이름만 시작이 같지 서로 영향을 주지 못하거나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계열사 관계도 있습니다. '독점적인 공급', '독점적인 수요' 관계가 될 경우 당장에는 효율이 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 서로가 시장 내에서 경쟁력을 가지면 그 때는 규모의 경제, 지식의 보안이 가능하리라는 판단에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이 문제죠. 지금 대기업이나 중견 기업 이상의 복잡성을 내부 법인끼리 가진 기업은 당장 생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난 다소 의외의 선택을 합니다. 오히려 남이 친척보다 나은 일도 있죠.


http://www.viva100.com/main/view.php?key=20150830010006268

- 플랫폼 업체와 컨텐츠 업체의 한 지붕 아래 공생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 하지만, 대기업간 몰아주기, 싸게 주기 문제는 여전히 벌어지고 있습니다


넓어지는 조직구조의 기업들의 관계에서 가치 충돌이 발생합니다. 더욱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비지니스 환경 변화에 따라 한 때 잘나갔던 우리 편 모두의 처지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유통과 컨텐츠를 함께 끼고 있거나, 원료 생산과 제품 생산을 함께 맡고 있는 계열사 간에서 최근 붉어지고 있는 내용입니다. 내부에 있는 甲이 甲 중의 甲인 것이죠. 계약을 끊을 수도, 항변하기도 어려운 관계. 우리의 수익이 저기로 새고 있는 게 눈에 보이지만 말할 수 없는 관계. 비극은 왜 벌어지게 된 걸까요?




마이클 포터의 Porter's five forces analysis를 통해 계열사 간 갈등은 어느 정도 설명 됩니다. 이론을 간단하게 요약해보면, 기업을 감싸고 있는 산업군에서 수요자, 공급자, 잠재적 진입자, 대체재, 산업 내 경쟁력의 관계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이 결정된다는 내용입니다. 핵심은 수요자/공급자와의 교섭력이 너무 독점적으로 진행되어 주도권을 잃지 않고, 진입은 어렵고 대체제가 적은, 산업 내 유사 업체가 적은 모델을 만드는 것입니다. 아주 이상적인 내용인데요, 그 중 수요자와 공급자와의 교섭력에서 너무 끌려가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Porter's five forces analysis, 출처는 위키디피아

그런데, 시장 논리로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에서 이런 이론은 '이론'에 머물게 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 그룹 계열사가 만든 유통점에 우리 컨텐츠가 수익이 나든 안나든 입점해야 한다면? 임원들 간의 권력관계나 CEO의 의지에 따라 계열사 간 공급과 가격을 원가 수준에서만 진행해야 한다면? 최적구조의 비지니스 구조는 성립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계열사는 어떻게 등을 지게 된 것일까요?



1. 고객의 소비는 시간사용 중심으로 변화

GDP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서, 대부분 소비자의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습니다. 물건을 '사는', 서비스를 '받는'것이 목적이 아닌, '어디서 나의 시간을 사용 하느냐'의 문제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요즘 아이 있는 집에 주말 시간은 '어디갈까?'이지 '무엇을 사지?'는 아닙니다. 보통 한 군데 들리면 거기서 대부분의 시간을 다 보내고 싶어하는 것이 익숙해진 소비패턴입니다. 그러다보니 고객의 선택은 컨텐츠에서 플랫폼으로 온/오프라인 모두가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컨텐츠나 특정 플랫폼만이 계열사 내에서 고객 인지가 되었다면, 나머지 하나가 일방적으로 여기만 사용하고, 나머지 경쟁사의 플랫폼이나 컨텐츠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한쪽이 너무 어려워지는 형편이 됩니다. 그러다보면 채널과 컨텐츠 전략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보다는 '눈치보기'로 흐를 가능성이 커집니다.


2. 수직 밸류체인의 일방적 통합

우리가 판매하는 제품을 우리가 만든다면, 그것도 모든 생산 인프라를 다 갖추고 처음부터 시작하는 수준이라면, 우리 것만 고집하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우리 생산처도 많은 생산처 중에 하나로 시작하는 게 맞을까요? 판매하는 법인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시장 경쟁력이 있는 경쟁자 생산 시설까지 포함하여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괜한 원가와 낮은 품질을 품을 이유가 없죠. 하지만, 이해에 따라 수직 밸류체인이 KPI가 되고, 반드시 얼마 이상 사용해야 한다면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전보다 높아진 원가구조와 상품 확보 문제, 품질 문제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한쪽 이야기만 들어보고 이 중에서 결정하는 일이 생기면, 잘 나갔던 컨텐츠도 무너지고 전체적인 계열사의 수익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투자일까요, 욕심일까요?


3. 알아보지 않고 관행대로 입찰

이렇게 구매와 판매가 특정 회사만 써야 하는 상황이 오다보니 내부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더 이상 최선의 대안을 찾지 않습니다. 어차피 경영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외부의 우수한 업체를 찾을 시간을 쓸 필요가 없는 것이죠. 관행대로 입찰하고, 전임자가 거래한 대로 일을 진행합니다. 조직은 긴장감이 떨어지고 점점 외부 시장에 대해 알아보지 않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기존에 잘하던 채널과 컨텐츠를 찾는 핵심적인 과업도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하게 되죠. 그렇게 커다란 초식공룡이 문화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회사는 부정과 비리가 더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관행은 결국 업무 상 배임을 저지를 수 있는 확률이 커지게 됩니다. 더 비싼 원가, 비싼 채널 비용은 그것의 결과물입니다.



최고 경영진에서는 계열사 간의 종속 관계의 문제점을, 이제 시작하는 창업가라면 앞으로 사업을 늘릴 때 조직 간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비지니스적으로 풀지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입니다. '당위적'이라는 말이 점점 무색해지고 있는 비지니스 환경입니다. 잘 보고 되는 것을 밀어줄 수 있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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