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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Feb 22. 2016

잘하는 것을 잘 아는 기업

문어발이 문제가 아니다, 내가 누군지 모르는 게 문제다

코카콜라는 한국 시장에서 직접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판매도 하지 않습니다. 다만 마케팅만 할 뿐이죠. 판매는 LG생활건강에서 합니다. 다들 알다시피 애플은 폭스콘을 통해 아이폰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R&D와 마케팅에 집중하는 편이죠. '헬로키티'로 유명한 일본의 산리오는 일본에서 운영하는 직영점에 오리지널 상품 비중을 90%까지 진열하고 있지만 공장은 갖고있지 않습니다. 모두 외부 공장에 생산을 맡깁니다.


기업은 모두 첫 단계의 티핑 포인트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잘해서 이 정도 규모를 갖추게 되었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이 독자적인 컨텐츠라면 컨텐츠 개발을 중심으로 조직을 갖추고 자원을 집중할 것입니다. 기존에 잘 팔리지 않았던 상품을 새로운 유통 채널을 통해 티핑시킨 기업이라면 영업망을 짜는데 우수한 자원들을 우선순위로 배치했을 겁니다. 엄청난 경쟁시장에 있는 아이템을 저원가 구조로 가격 경쟁력을 통해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여전히 생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입니다.


내가 누구인가?


이 질문은 개인이든 법인이든 아주 중요한 것입니다. 나의 정체성이 곧 나를 아는 것이고, 무엇을 잘 하는지 무엇을 못하는지를 아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기 때문입니다. 인생을 살면 그것을 인정하는 게 너무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을 알게 됩니다. 찾게 되면 집중을 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 나갑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혁신'이란 단어에 집중하는 기업일수록 시장의 변화나 고객 조사의 결과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려고 속도를 내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할 수 있느냐, 이것은 누가 잘하는가, 나는 이런 시장에서 어떤 비교우위로 기여할 수 있는가를 아는 것에서부터 사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즉, '고객니즈'와 '핵심역량'이 만나는 곳에 사업의 기회가 있는 것입니다. 둘 중 하나만 있는 경우 직원들이 외면하는 공상이 될 확률이 큽니다.


코끼리 코에 얼룩말 다리


우리 회사는 제조회사일까요, 마케팅기업일까요, 유통기반일까요? 한국의 많은 기업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바로 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돈 되는 것이라면 '아이템' 단위로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이죠. 신발을 만드는 회사라면 그냥 '신발' 회사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잘하는지, 그 중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른다는 증거는 모든 것을 다 하려다 사업의 한 고리를 망쳐서 전체가 어그러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형 SPA사업은 지금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출신이 어디인지 명확히 알고 무엇을 못하는지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8seconds, TOP10, SPAO와 같은 기업들은 모두 출신 역량이 다른 회사에서 만든 브랜드입니다. 모두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들이죠. 품질과 가격을 맞추는 것은 그들이 잘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못하는 것도 있습니다. 부동산 투자 역량이 낮고 수익이 나는 직영점 구조를 전체적으로 만드는 데 약한 부분이 있죠. 못하는 것이라면 이에 맞게 네트워킹을 하든지, 역량이 있는 인재를 많이 확보하든지 대안을 가지고 움직여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대응을 하는 기업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모두 수익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잘 하는 것만 하고 못하는 것은 다른 방법으로 진행할 일을 왜 모두 하려고 할까요? SPA가 모두 하는 직영구조라는 시장의 변화가 우리 조직까지 담보된 성공 원리라고 덮어버린 걸까요? 아니면 철저한 인재 확보와 전략 수립이 안된 걸까요?


시멘트 회사가 축산업을 하는 사업 다각화?


우리 나라에는 몇 가지 믿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대기업이 하면 어떻게는 다 잘 될거다'. 그 동안 유통망을 독점하고 치킨게임을 감수하고서라도 초반에 싼 가격으로 경쟁자를 말라 죽인 후에 유유히 남아서 남은 파이를 챙기던 기억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글로벌화되고 기존 대기업의 미덕이었던 채널에 대한 독점이 고객입장에서는 이제는 유일한 대안이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실패가 성공보다 더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http://www.businesspo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97

- 전선 업체가 부동산을 하고, 시멘트 회사가 축산업을 하면 잘 되겠습니까

- 그러나 중소 제약사라도 신약 개발에 몰두하여 성공한 회사도 있습니다!


http://news.mk.co.kr/v2/economy/view.php?sc=50000021&cm=%5B%BF%EC%C3%F8%B8%DE%B4%BA%5D%20%C1%D6%BF%E4%20%B1%E2%BB%E7&year=2015&no=399052&relatedcode=

- 동아원그룹은 안정적인 제분 사업으로 기반을 다져온 회사죠

- 수입차, 부동산 등 경영자의 취향에 따른 사업 다각화로,,, 전체적인 구조조정에 직면해버렸습니다


이 회사에는 많은 인재들이 있었겠지만, 결국 결정은 한 명이 한 것이겠죠. 우리가 하고 있는 산업을 자세히 분석해보면, 그것은 단순히 나온 결과물의 우위라기보다는, 결과물을 그렇게 만들게 된 특정한 밸류체인, 조직, 문화, 경영이념의 차이에서 나오는 것이겠죠. 그러나 그 고민이 적기 때문에 핵심 역량과 관계없는 사업에서 둔한 조직의 결과물을 맛보고 말았습니다.


밥캣과 모토로라


두산은 '사람이 미래다'라는 캠페인과 달리, 사람을 가차없이 내 보내야 할 만큼 전반적인 사정이 나빠졌습니다. 밥캣 인수 이후 재무 건전성과 실적에 대해 주목하는 분이 많은데요, M&A 할 때 그런 것을 감안하고서라도 전체가 성장할 자신이 있지 않았을까요? 경공업에서 출발한 두산이 컨설팅 업체의 조언에 따라 외형적으로는 성공적인 중공업 기업이 되었으나, 이후의 패러다임도 역시 외연 확장으로 인한 규모의 경제 - 시장의 기회에 사이즈로 선점이라는 기존의 방법으로 양적 접근을 하다 직원까지 내보내야 하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http://news.joins.com/article/19347949

- 밥캣을 먹는 것은 좋았으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바로 찾아옵니다

- 많은 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는데,,, 그 때로 돌아간다면 왜 밥캣을 인수해야만 했을까요?


구글은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하드웨어 사업을 넓히는 시도를 합니다. 중심에는 모토로라의 특허 보유가 있었는데요,,에릭슈미트의 압박감이 문제였을까요? 뚜렷한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것을 다루는 기사들에서도 분명한 사업의 시너지 효과보다는 단순한 추측성 기사들 뿐입니다.


http://kr.wsj.com/posts/2013/10/23/구글이-모토로라를-인수한-진짜-이유는/

- 하드웨어 산업은 구글이 잘 하는 것이 아니고, 하드웨어 업체와의 관계만 악화 시킵니다,, 결국 팔았죠

- 특허를 보고 모토로라를 산 구글.. 결국 손해와 함께 특허만 남았네요.


아무리 큰 기업이라고 해도 지금의 모습을 만든 기업의 핵심 역량을 잊어버리면 더 큰 손해로 기업의 존속이 흔들리는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장과 접착기술이라는 핵심역량에서 사업을 확대시킨 3M, 방문 판매의 강점을 학습지에서 렌탈 사업으로 확대시켰던 웅진(이것까지만 해도 좋았음) 등 사업 아이템 이상의 발견한 핵심 역량을 사업 확장의 근거로 삼은 기업들은 성공을 맛보았습니다.


자신을 너무 지키기만 해도 뒤쳐지는 게 비지니스


노키아는 이미 유명 사례라 굳이 긴 설명 없어도 어떤 내용인지 많이 아실 겁니다. 지나친 경직성이 만든 스마트폰 시장으로 진입 실패가 만든 노키아의 기업 문화는 MBA의 고전적인 아티클입니다. 그들은 피쳐폰 시장에서 저가 전략으로 글로벌한 성공을 거두었지만, 자신의 핵심 역량에만 매달려 시장의 변화가 이처럼 클줄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http://www.iamday.net/apps/article/talk/189/view.iamday

- 노키아는 애플이 제시한 터치형 플랫폼과 운영체제에 기반한 다양한 서비스를 애플보다 3년이나 빨리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 내부의 개발자들이 이런 부분들을 제시했지만 너무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개발 단가등의 이유로 빛을 보지 못하게 됩니다


핵심 하나를 잘하는 기업, 시대를 앞서갈 수 있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잘 하는 것을 기반으로 시장 변화를 미리 읽고 확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내 기업인 '크루셜텍'은 광학 트랙패드를 만드는 업체에서 지문 보안 기술로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템으로 성장해 나가는 기업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회사가 가지고 있는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시대가 원할 모바일 니즈를 미리 알고 몇 년 빠르게 개발에 들어가는 것이 핵심 역량입니다. 자신이 무엇을 잘 하는지 아는 것이 이 기업 성공의 시작이었고, 그것에 안주하지 않고 시장에 맞게 기술을 끊임없이 변화시킨 것이 성장의 비결입니다.


http://sbscnbc.sbs.co.kr/read.jsp?pmArticleId=10000763051

- 크루셜텍 대표의 성공 스토리 동영상입니다. 45분 정도 되는데, 주말에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 결국 자신을 아는 것부터 잘할 수 있는 것을 미리하는 게 답입니다


베인앤컴퍼니의 스타 컨설턴트인 '크리스 주크'는 '핵심에 집중하라' 등 변하지 않는 성공하는 전략으로 핵심을 바탕으로 근처의 영역부터 확장하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전략이란 무엇인가' 등 그의 대표 저서에서는 몇 년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핵심에 집중하고 그것을 일관성 있게 끝까지 실행하는 것을 최고의 전략으로 꼽습니다.


http://bookiyagi.tistory.com/18

- 지속적으로 잘 하는 것을 하는 기업이 성장이 더 높다는 것을 검증하였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레고가 어떻게 부활했느지 잘 아실겁니다. 레고는 자신을 누구라고 다시 정의했을까요? 아래 두 기사는 레고가 망해갈 때와 레고가 다시 부활했을 때의 두 시점에서 나온 기사입니다. 오늘 우리가 회사에서 하는 결정이 한 머리에 안 잡힌다면, 우리가 과연 우리를 알고 있느지부터 물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아래 기사들을 보시면서 첫번째 기사가 오늘 우리 회사의 모습은 아닐지 생각해보아야겠습니다.


http://news.joins.com/article/311044

- 사업 다각화는 시장의 니즈 + 핵심 역량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 시장에 이런 게 유행한다고 막 할 수 없습니다


http://www.e-journal.co.kr/rb/?c=3/53&uid=316

- 레고는 자신의 강점을 스스로 정리했습니다

- 사업이 다각화 되더라도 자신을 아는 채 확장하는 것은 위기가 오더라도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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