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변화의 진실을 말할 수 없다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MBA는 갈 일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배우는 내용 자체의 깊이가 그렇게 다르진 않을테니. 더 궁금한 영역이 있다면 해당 분야 자격증이나 공모전, 실제로 창업을 하면 되니까. 그러나 한가지 궁금한 것은 있었다. '케이스 스터디'. 학부를 다닐 때는 그렇게 많지 않은 사례 연구로 더 많은 케이스를 보면 그것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대부분의 MBA들은 케이스 스터디로 공부하는 것 같다 (안다녀 봤으니). 학부 때 마케팅 수업 첫 시간에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지금 배우려고 하는 것 자체는 모두 옛날 것이다. 우리가 한주 한주 지날수록 우리는 점점 과거의 것을 배우게 된다. 현장은 책보다 빠르며, 그러므로 여러분은 늘 책 말고도 현실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 말이 몸으로 이해되기까지는 몇 년이 걸렸고 고객이 변하는 속도에 비해 뒤쳐지는 회사 사무실 한 가운데서 그 말씀이 문득 생각이 났다.
우리는 대부분 어릴 때부터 위인전기를 많이 읽었다. 예수, 공자부터 강감찬, 김구,,, 워싱턴, 링컨까지. 이 책을 왜 읽는 혹은 읽히는 것일까. "배우라고". 읽고 어릴 때부터 위대한 일을 하신 분들을 보고 그들의 신념을 배우고 걸어간 길을 배우라고. 몇 백년, 몇 천년 전의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감동을 느낀다. 어떤 특정한 포인트부터 이 사람의 철학 자체를 간명하게 느끼기도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많은 위인(법인)전기를 본다. 몇 십년 전 위대했지만 지금은 없는 기업부터, 제조업의 왕이었던 그들의 히스토리, 그 속에 있는 위대한 리더의 경영철학. 많은 기업들이 성공의 원리를 토요타, 월마트부터 GE, 애플에 이르기까지 신입사원 때부터 읽히고 외우고 적용하게끔 한다. 경영철학과 전략만이 아니다. 상품 자체도 배낀다. 국내에 있는 제조된 물건 중에 '오리지널'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있을까? 해외 출장을 가면 먼저 나온 그것을 찾고 사와서 따라하는 것을 성공의 담보로 여기기도 한다. 위대한 기업의 여정은 주변 기업들에게 아낌 없이 주는 나무와 같다. 경영철학, 조직구조부터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까지 준다. 그렇게 벤치마킹해서 성공한 기업이 많다. 아직 소득수준이 낮고 높은 기술의 상품을 접해본 적이 적은 시장에서는 그렇게 잘 되는 것을 그 나라 국민들이 신뢰할만한 마케팅 포인트와 다양한 유통망으로 재계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http://elect114.co.kr/planinfo/1310.htm
- 벤치마크는 특정분야에서 우수한 대상을 찾아 성과 차이를 확인하고, 그 차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대상의 뛰어난 운영방식을 배우면서 자기혁신을 추구하는 기법
벤치마킹으로 성공한 조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새로운 산업의 방향이 열리면서부터다. 모바일의 개념이 사물 컴퓨터, 자동화 공장, 맞춤형 제조, 다양성을 가진 사회적 수익모델의 탄생 등을 만나면서 벤치마킹을 하는 것만으로는 이런 변화를 맞출 수가 없고, 이런 조직은 점점 넛크랫커가 되는 운명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http://techholic.co.kr/archives/20556
- 샤오미도 벤치마킹으로 여기까지 왔다
- 이제 우리가 하기는 어려워진 것인가
벤치마킹으로 살아온 조직은 어떤 위기 신호를 받고 있을까?
벤치마킹으로 성장한 조직의 문제는 어디서 생긴 것일까?
이 회사는 모든 것을 남 이야기로 한다. '누가 그거해서 잘 되었다더라' '어디서 그게 좋은데 우리도 하자' 등등 정보에 밝고 남 잘된 이야기를 가지고 한다는 열정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의 토양에서 그것을 소화시키지는 않을 때 그것은 문제가 된다. 우리가 책에서 보고 성공신화의 주인공으로 여긴 기업이 했다면은 그냥 한다. 그리고 아주 표면적인 것을 따라한다. 그게 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게 성공은 거두었는지, 하면서 뭐가 문제였는지에 대해서는 꼼꼼하게 챙기는 디테일이 약하다. 그러다보니 회의만 가면, '어디에서 한 이것을 하겠습니다'...라고 이야기 하지만 정작 그게 뭔지 이야기는 깊이 못한다. 그런데 든는 사람들도 잘 모르면서도 그 후광효과에 한 번 해보라고 한다. 그러면 몇 개월 뒤 몇 십억이 날라간다. 모르면 알 때까지 파헤져야 하는데, 벤치마킹을 했던 과거의 자랑이 강압적인 조직문화, 안일한 리더와 그런 걸 보고자란 실무자들로 눅눅해질 때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아무 것도 아닌 실행이 되어 버린다.
해외에서 잘 하던 사업을 받아서 우리가 진행할 때 이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없이 돈이 된다고 시작해 버리면, 원래 하던 사업이 흔들릴 때 우리도 영향을 받게 된다. 미리 고민한 흔적이 적으므로 기존에 이 길을 걸어간 사업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데, 그 사업이 흔들리면 그 때는 이미 내리막길에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만약, 어떤 의류 회사가 다양한 모티브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 모티브가 되는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한다면 특별한 고민없이는 몇년 뒤 함께 불어닥치는 글로벌 흐름에 현지의 사업도 함께 도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이 본사였던 식음료 브랜드의 국내 사업 함께 철수, 한 때 잘나갔던 글로벌 의류 브랜드를 카피한 국내 의류 브랜드들의 위기 등 고객의 변화에 민감한 소비재에서는 더 이상 나아갈 방향을 잃고 좌초되기 쉽다.
고객 조사를 통해 알게 된 변화와 대응 전략을 실행하려면, 기존의 철학을 넘어서는데 몇십 배, 몇백 배의 노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과거 벤치마킹을 통해 회사에 수익을 안겨준 방식을 다르게 한다는 것이 내가 있을 때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상사의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지면서 이것은 엄청난 공성전이 된다. 난공불락의 요새.이 요새를 차지하기 위해 엄청난 보고서와 설득에 흘러가는 시간과 노력이 더 일이 되어 버린다. 하다가 나가거나, 앞으론 이런 말을 안하거나, 오히려 찍혀버리거나 하는 위험을 지나면 잘 될 수도 있다. 물론 상사 이름으로 잘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경영은 계란후라이 만드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잘 만들기 위해서는 프라이팬과 필요한 재료를 알고, 어떻게 불을 이용하는지를 아는 것이 경영의 이론과 기존의 성공원리를 학습하는 것이라면, 실제 불을 켜고 프라이팬 위에서 계란이 익어가는 것을 보면서 프라이팬을 불에서 위치를 조정하거나 어느 타이밍에 불을 꺼야 하는지 판단하고 실행하는 것은 롤링하면서야 알 수 있는 경영의 실제인 것이다. 놓여진 상황에 따라 나오는 계란후라이가 다르듯이 이론과 기존 성공원리로는 놓여진 상황을 충분히 넘어설 수 없다. 한 번 깨진 계란은 다시 주워 넣을 수 없기에 계속 쳐다보고 조정해 나가야 한다. 이것은 정답이란 것이 없다. 목표만 있을 뿐.
그렇다면 벤치마킹의 함정을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진짜 벤치마킹을 잘 해야 한다. 단순히 오리지널 기업의 공장 위치, 유통망 전개 방법, 신상품 유형을 따라하는 것은 이류도 아니다. 이 회사가 부딪히는 사회가 어떤 변화를 겪고 있고, 이것 때문에 이 시장의 고객은 어떤 생활의 변화가 있었고, 제품이 고객에게 주는 메세지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아는 방법을 벤치마킹 해야 한다. 단순히 기술만 따라하고 이미지만 따라하는 것은 비용대비 이익을 담보할 수 없다.
일단 이론보다 고객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해보자. 아랫직원들이 가져온 내용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고객이 맞다면 일단 그것을 해보는 쪽으로 몰아가고 하는 중에 철저히 고객을 통해 그것을 쓰러뜨려보자. 고민을 많이하고 고객에게 그런 변화가 맞다면 그것은 힘있게 기존의 경험과 이론이 되는 원리들을 떨쳐낼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현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돈을 쓰기 위해 미리 준비해 두는 데 있다. 하겠다고 하면 쓸 자원까지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축구에서 감독이 원하지 않는데 단장이나 구단주가 데려온 선수가 있다. 이 선수는 출전시간을 보장 받을까? 별로. 선수는 감독이 명단을 짜고 피드백을 한다. 가끔 기존 성공원리를 깨는 변화에 조직은 변화를 주도할 A급 인재를 쓰는 것이 아닌 어중간하고 갈 곳 없는 사람을 모아 신사업팀을 꾸린다. 그리고 그 팀이 매주 무엇을 하는지 매주 많은 보고서로 컨펌을 받고 지침을 받아 크게크게 고쳐야 한다. 이런 조직에서는 고객 변화를 받아 먹고사는 기업이라 볼 수 없다. 기업가 정신이 살아있는 기업이라면 전권을 가진 팀을 최고의 인재로 세웠을 것이다.
우리 나라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벤치마킹으로 성공했고, 이제 동남아와 아프리카에서 경제적인 모습을 벤치마킹 하고자 노력한다. 그런데 이런 우리나라는 최근 경제적인 위기를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 나라 자체의 문화가 이런 함정에 걸린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모두 생각할 정도의 여유가 필요하다.
http://news.joins.com/article/4003596
- '토요타웨이'도 뒤돌아보는 중이다.
- 우리는 아직도 토요타웨이를 읽히고 있지만은 않은가.
http://news.donga.com/3/all/20100618/29220029/1
- 역시 우리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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