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글을 쓰는 게 어려운 분들을 위한 체크리스트
이 주제를 이렇게 연속으로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요.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말하고 글 쓰는 것이라는 정말 기본적인 능력이 중요하다는 생각과 이걸 알려주는 역할은 거의 없다는 생각을 동시에 갖습니다. 보고서 쓰기 위해서 국어 문법 책을 따로 볼 수도 없고 직접적으로 이걸 이야기하면 서로 좋을 일 없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글을 하나씩 남기는 편이 더 나을 거 같아요. 코드 한 줄 만드는 것만큼 문장 하나 쓰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지난 시간에는 주술 관계에 대해 나누어보았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두 번째 내용으로 '~의'와 '~되어' 등의 표현을 반복해서 쓰는 것을 나누어 봅니다.
'~의'와 '~되어' 등의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하나요?
'~의', '~적', '~되어', '~보입니다' 등의 표현은 신중하고 격이 있는 표현을 쓰고 싶을 때 많이 쓰는, 사실상의 수식어입니다. 회사 보고서에서 이걸 한 번 쓰면 반복해서 쓰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뭔가를 넣어야 할 자리에 마땅한 조사 등이 생각나지 않아서 그냥 두루 쓰기 좋은 말들처럼 쓰이죠. 저도 그렇습니다. C레벨, 외부 기관, 특히 정부 관련 기관, 컨설팅과 관련된 보고서를 쓸 때 이런 표현들이 의식을 거치지 않고 반복해서 나열되는 걸 느낍니다.
'22년 1분기 실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의 변화는 전 분기에 주요 채널에서 판매되어진 상품의 후속적인 A/S 비용으로 인한 일시적인 영업 이익 손실이 발생되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뭔가 어마어마한 내용을 쓰고 싶어서 한자에서 온 표현, 영어 표현 방식을 한글 보고서에 담았지만 읽는 사람은 너무 늘어진 표현으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짧은 문장이 낫죠. 말하고 싶은 것은 지난 분기 팔린 상품 A/S 비용이 이번 1분기에 영향을 준 것인데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하나씩 잡아보겠습니다.
먼저 문장 처음에 '~의'가 너무 많이 있습니다. '실적의', '부분의' 이런 표현의 반복으로 여기까지가 주어인지 말하고자 하는 대상을 찾다가 주어 파악이 어려워집니다. '~의'가 반복해서 자주 쓰이면 문장 내에서 구절을 끊어서 읽기가 힘듭니다.
'22년 1분기 실적에서 가장 중요하게 변한 부분은
정답이란 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읽는 사람이 짧은 시간에 정확하게 알아듣는 데 도움이 되면 정답에 가깝겠죠. '~의'가 들어가는 표현을 다른 표현으로 바꾸어 주어의 범위를 추리면 조금 더 읽기 쉬워집니다.
피동태로 쓰이는 표현도 능동으로 바꾸어 쓰는 게 더 좋게 보이기도 합니다. 위 문장에서는 '판매되어진' 보다는 '판매한'이 더 적은 글자 수로 명확한 의미를 담아냅니다.
'~적' 역시 한자 표현으로 '~의'처럼 많이 쓰이면 읽을 때 문맥 파악을 망칩니다. '후속적인 A/S 비용'이라는 표현보다는 그냥 'A/S 비용'이라고 써도 이상하지 않기에 이왕이면 불필요한 부분은 덜 쓰는 게 낫습니다.
'~보입니다'는 담담하게 제삼자 관점에서 팩트를 나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정확한 현실 인식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 회사 보고서에서 마치 관망하거나 정확성이 결여된 모호한 느낌으로 읽는 사람에게 비치기도 합니다. '보입니다', '예상됩니다', '추정합니다'는 분명 쓰임새가 따로 있습니다. 정말 그런 결과가 나왔을 때는 '~입니다'로 쓰면 됩니다.
'22년 1분기 실적에서 가장 중요하게 변한 부분은 전 분기 주요 채널에서 판매한 상품의 A/S 비용으로 인한 일시적 영업 이익 손실이 발생한 점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보는 사람에 따라 '영업 이익 손실' 같은 표현을 추가로 더 고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ㅇ도로만 고쳐도 처음보다는 서로 명확한 의미를 주고받는데 더 나아 보입니다.
물론 회사는 글쓰기 대회를 하는 곳이 아닙니다. 그런 회사는 오히려 더 나쁜 곳이겠죠. 하지만 조금 더 나은, 프로페셔널한 글쓰기를 위해서는 글을 쓰고 다시 한번 보면서 스스로 수정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잘 되지는 않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