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을 바로 잡고 조직 문화를 바꾸는 원석을 걸러라
직장 다니면서 가장 마음이 답답할 때는 바른 말이라고 생각되는 나 혹은 동료들이 한 말이나 생각이 회사에서 안 좋게 받아들일 때 인 것 같습니다. 소위 '불만분자', '반골' 등으로 찍힐 때는 더 할 말이 없을 정도입니다. 누가 들어도 맞는 말인 거 같은 직원들의 말이 관리자가 들었을 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역공의 대상이 되는 문화. 대부분의 직장에서 겪는 현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직원들의 불만이 모두 잘못되고 나쁜 것일까요? 직원들이 불만이 만들어내는 가치와 진정한 '불만분자'는 누구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불만이 알려진다는 것은 이미 문제가 커진 이후일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 직원들은 여러가지를 불만합니다. 크게는 회사의 방향이나 철학부터 사업을 하는 방법이나 직장 상사의 무능함과 태도, 일하는 데 있어서 복잡한 방법, 작게는 사무실의 청결과 복사기의 고장 등등 회사는 어떻게 보면 하루종일 불만이 만들어지는 장소입니다. 하지만 많은 불만들이 혼잣말로 남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두들 불만이 너무 많은 이미지의 직원이 되면 회사생활이 어려워진다고 기존 한국 기업의 문화에서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게 있죠. 그래서 대부분의 불만은 전달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둘의 불만이 아니고 모두가 공동으로 겪은 일에 대한 불만 등에 대해서는 식사 자리에서나 화장실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서로 공유하는 수준의 불만이 되죠. 하지만 여기까지도 경영진이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만이 많으면 삐져나갈 수 밖에 없는데 가끔 회사 익명 게시판이나 소리가 밖으로 흘러나가거나 불의의 상황으로 경영진이 들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려면 이미 조직에서 곪을 때로 곪은 경우가 많습니다.
불만도 도움이 되는 게 있습니다
새어나오는 불만을 단순히 '직원의 잘못된 태도' 정도로 여기고 무시하고 오히려 그 직원을 찍어 누르는 계기로 삼는 게 맞는 걸까요? 직원들의 불만에는 안 좋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경험상으로 직원들이 말하는 여러 불만 중에 일을 하는 데 장애가 되거나 특별히 그것이 사람에 대한 경우라면 가볍게 흘릴 내용은 아닙니다. 또 여러 부서 사이에 일을 추진하는데 막히는 부분에서 나오는 불만도 좋은 불만에 해당됩니다. 현재 만든 상품의 품질에 대한 불만도 새겨들어야 할 불만입니다. 이런 불만들은 대부분 '필요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할 때 일어납니다. 일이 되는 최소한의 동력, 만든 상품이 팔릴 최소한의 상품성 등 이런 류의 불만은 비지니스가 되는 데 꼭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려주는 계기가 됩니다. 그것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공짜로 알려주는 공중에 떠다니는 정보들이죠. 안 쓰면 사라지는 그런 종류인 겁니다. 이같이 최소한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 하는 불만은 아주 생산적인 종류의 불만입니다. 하지만 정말 도움이 안되는 불만도 있습니다. 이미 합의된 처우나 일을 진행하는데 허들을 넘길 수 있는 것 이상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 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무한한 듯 사람이나 돈을 달라고 하는 것, 혁신하기로 한 사안에 대해 해보지도 않고 가지는 불만, 스스로 약속한 기한이나 내용에 대해 기한이 거의 다 될 때쯤 가지는 불만 등 이른바 '충분 조건'을 향한 불만은 지금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 생각과 맞지 않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회사가 들어주어야 하는 사안이 되어야 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죠.
나쁜 불만은 그 자체보다 이것의 전염과 효과에 문제가 있습니다
엄연히 생각하자면 불만 자체가 좋고 나쁜 것은 아닙니다. 나쁜 불만은 불만의 내용 자체가 아니라 불만적인 태도가 야기시키는 전염성에 있습니다. 옆 직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여 일의 성취와 자신이 달성할 목표에 대한 공헌의식보다 일에 묻어가고 조직에 엎혀가는 사람들이 여기 합류하고 그것이 세력이 되고 기존에 별 생각이 없던 직원까지 전염시키는 과정이 조직에는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조직은 아무 추진력을 낼 수 없습니다. 어떤 결정도 실제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한다고 해도 특정 부분만 하여 전체적인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듯 나쁜 불만보다는 나쁜 불만을 가리고 그것이 퍼져 나가지 않게 하고 퍼진 불만에 대해 어떻게 상대할까가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런 부류가 진정한 '불만 분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 불만이 개인에 그치고 단순히 회사를 위한 개인의 걱정과 생각 정도라면 이것은 억누르거나 벌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의 불만이 좋기만 할 수는 없으니까요. 다만 이것이 상습적이고 대안과 연결되지 않을 때, 또 아무 일이나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사람이 할 때는 조직 내에서 함께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하는 부분입니다.
좋은 불만이 묻히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좋은 불만은 가장 최상위 조직에 아무 필터 없이 전달되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보통 좋은 불만의 경우 불만을 갖고 있는 바로 윗사람에게 전달되어서는 문제가 해결이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문제라면 바로 위 상사와의 1:1만의 문제이면 해결할 수 있겠으나, 타 부서와의 협력이 들어간 분제라면 바로 윗상사보다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에 이것이 바로 전달되는 편이 해결에 낫습니다. 또 사람의 문제라면은 바로 윗사람에게 터 놓을 수 없는 내용이거나 이것을 통해 '내부자'가 곤경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단위의 스킬 문제로 처리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좋은 불만은 옛날의 '신문고'처럼 조직의 누구든 그것이 즉시 전달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좋은 불만은 익명으로 구체적인 사례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전달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좋은 불만만 접수되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각종 불만이 올라오기에 나쁜 불만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은 기명의 방법으로는 즉각 불만을 전달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암행어사' 같은 게 없고 감사실이 있다고 해도 제 역할을 못한다면 이것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기업 문화에 맞는 방법으로 찾아야 합니다. 물론 그것에 대해 처리하는 과정과 결과가 직원들과 자주 공유될 수 있다면 좋은 기업일 것입니다.
불만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요즘 기업들은 내부자의 불만을 비지니스 구조를 바꾸는 좋은 정보로 생각하는 인식이 그래도 많이 갖추어진 거 같습니다. 그래서 내부자 고발 게시판이나 제안 제도 등 여러가지 시스템을 만들어서 이것을 해결해 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진짜 직원들이 서로 터 놓고 말하는 것이 이것에 올라오지 않거나, 이런 시스템 자체가 저조한 이용율로 유명무실해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런 경우 보통 진정한 해결의지가 없고 이런 시스템만 만들었을 확률이 큽니다. 직원은 관리자와 같은 사람이기에 '이 사람이 내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었는지', '이야기를 할만한 사람인지 그냥 꼰대인지' 다 압니다. 리더가 단순한 도구에만 이것의 기능을 맡기고 혹은 힘없는 조직에 이것을 대체하기를 원한다면 직원 누구도 불만 자체를 이야기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나쁜 불만을 이야기해서 찍히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기업의 그 다음 단계입니다. 안 좋은 다음 단계, 그냥 무관심, 방치죠. 이런 경우 대부분의 문제는 리더의 진정성에 있습니다. 이 사람을 바꾸어서 직원들이 다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리더를 교체하는 것이 차라리 더 빠른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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