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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Jun 16. 2016

대단히 거창하고 모호한 용어

서로 뜻을 모르고 다르게 해석한다

재미있는 것 중 하나는 정말 부자는 생각보다 검소하다는 것입니다. 검소하고 소박한 씀씀이에 의외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남들을 잘 의식하지 않죠. 몇 가지만 빼구요. 하지만 갑자기 돈이 생기면 검소하기가 어렵습니다. 누리고 싶어하거든요. 실속보다는 겉치레의 유혹이 많아질 수 밖에 없죠. 국내 벤처 업체 중에서 외부 투자를 받아서 당장 실적이 그럴싸하지 않아도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대표가 구설수에 오르는 것은 생경한 기사는 아닐 것입니다. 가난한 스타트업도 투자 받으면 사무실부터 넓히죠.



'겉멋'이 들면 안되는 경영 문화


조직도 겉멋이 들면 우스꽝스런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대표적인 게 '겉멋'입니다. 필요도 없는 고스펙의 노트북을 원하는 아이들처럼 사람을 뽑고 조직을 운영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안되는 오버스펙들이 넘치게 됩니다. 이것은 사람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본질은 문화 속에 있는 것입니다. 무리한 판관비 지출이나 의례의식이 들어간 커뮤니케이션 방법 등 망해가는 회사일수록 퇴보한 왕가처럼 실은 아무 가치없지만 '가오'를 찾습니다. 그 중 '언어'에서 벌어지는 겉치레는 우습다는 수준을 넘어 기업 문화에 스며들어가 와해시키고 팀을 무너뜨리는 원인이 됩니다.



특히 모호한 표현이나 외래어의 잘못된 사용, 지나치게 개념화된 단어들은 이런 것들을 부채질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안건에 대해 누군가가 '스위트 하지 않다', '엣지가 없다', '너무 쎄다' 이런 식의 표현은 사실 직장에서 자주 소모되는 단어들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말하는 사람이나 이것을 듣는 사람이나 모두 구체적인, 아니 핵심적인 것을 모른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알아도 두 사람의 생각이 달라서 구체적인 디테일이나 방법론은 저만치에 떨어져 있는데도 단어에 대한 합의로만 다르게 일한 다음 다시 만나서 둘 다 불편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보통 실제를 잘 모르는 경영진에서 탄생한 이런 언어는 중간관리자의 모방을 거쳐 실무자까지 흡수하여 전체적인 기업 문화를 불명확하고 서로 대립하고 정보의 흐름이 오염되는 일을 맞습니다. 오죽하면 한 단어에 대한 뜻을 서로 확인하는데만 몇 개월이 걸리는 웃지못할 사례가 실제 있습니다.



디테일과 실무와 멀어진 조직 용어


이런 일이 벌어지는 데는 어떤 일에 대해 논의할 경영진이 디테일을 알고 싶어하지 않거나 실무를 모르는 게 원인이 됩니다. 숫자와 팩트, 기술이나 역량을 토대로 - 주어로, 목적어로 - 이야기 하지 않고 자신의 기분이나 최근에 그냥 주변에서 떠도는 표현을 가져와서 말하죠. 기본적으로 배려가 없는 것입니다. 서로에 대한 배려, 조직 생활에 대한 기본적인 룰을 깨뜨리는 것이죠. 그게 심해지면 서로 대화하려하지 않습니다. 안 그래도 업무상 만나면 서로 좋은 소리 할 게 없는 사람들끼리 이런 단어들을 맞추어보고 정확한 서로의 뜻을 알기 위해 그 단어가 아니라 그것이 나오게 된 배경의 스토리에 대해 서로 공유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것은 유행이 됩니다. 회사 내에서 소위 잘 나가는 경영진이 쓰는 단어라는 이유로 눈치게임이 발달된 이 회사에서 은연 중에 그런 화법이나 단어는 퍼져 나가게 됩니다. 돌아보면 그 누구도 실체를 모르는, 실체 자체가 없는 말들만 조직에서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말이 실제의 존재를 넘어섭니다. 이러니까 보고서가 만연하고 회의가 루즈한 것입니다. 더 올라가면 최고 경영진이 이런 경영자를 분별 못하고 하려하지 않고 이런 것을 좋아한다는 근원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흉내내기만을 좋아하죠.



모호한 표현을 서로 물어보고 공식적인 대화나 문서에서 퇴출시켜야 합니다. 서로 주제를 나눌 때 의견보다 배경을 더 나누고, 단순한 숫자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숫자가 나오게 된 배경을 나누어야 합니다. 그리고 느낌이나 감정 등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심미안적인 부분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것을 현실로 치환하면 무엇과 가장 비슷한지 그 느낌이라도 주변과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속도가 경영의 주제가 된지 오래되었지만 외려 이렇게 하는 편이 돌아보면 가장 빠르게 일할 수 있는 것이지 확인하지 않으면 오히려 가까운 길을 더 돌아갈 뿐입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중간에서 이 문화를 끊어야 합니다. 자신의 조직에서는 이렇지 않도록 리더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새로운 전략이나 계획에서 그렇게 되어야 하고 상사와의 대화를 통해 전사적으로 바꾸어 나가야 합니다. 물론 이런 악취미를 가진 경영진은 없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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