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앞으로의 분위기다
좋은 회사, 오래 다닐 회사에 대한 논의는 예전부터 계속되어 왔습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나 어느덧 오랜 기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저나 사람들은 어떤 회사가 다니기 좋은 회사인지 탐색합니다. 약 15년 내외의 사회생활을 하면서 저는 회사의 미래와 분위기는 '부채와 성장 전망의 밸런스'에 있다고 잠정적으로 결론 내리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화려함이나 탄탄한 안정성은 연속된다고 보장되지 않고 현재의 부채 상태와 향후 사업 전망이 어디로 더 균형이 기울어져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채
부채는 회사의 성장을 위해 필요합니다. 실제 미국 주요 기술 기업 중 적지 않은 기업이 많은 부채를 가지고 있습니다. Tesla 등 상당 수의 기업은 최근 재무 구조를 개선해서 부채비율을 상당 부분 낮추었지만, '24년 9월 기준으로 Apple의 부채비율은 187% 수준이고, Eli Lilly는 219% 수준으로 업계 평균보다 높은 부채를 갖고 있습니다. 사실 이전에는 나스닥 주요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더 높았고 최근 더 낮은진 경향들이 있는데요. 부채는 기업의 투자와 성장에 도움을 주는 필요한 요인입니다. 기대되는 이익이 높다면 현재의 다소 높은 부채 수준은 큰 어려움은 아닙니다.
성장
중요한 것은 부채를 만들어서 무엇을 하느냐일 것입니다. 성장을 위한 기술 개발, 공장 증설, 기업 합병에 쓰고 실제 좋은 결과를 만들면 부채 증가는 큰 도움이 되지만 아예 다른 채무를 돌려 막는데 쓰거나 성장 전망이 보이지 않는 투자 활동을 했다면 부채는 독이 되겠죠. 시장과 회사의 유능한 직원들은 이미 이 결정의 결과를 예상할 수 있지만 자기 확증에 도취된 임직원은 부채를 통한 투자 활동이 모두 좋은 결과로 나올 거라 스프레드 시트 위에서 만족하고 맙니다.
'부채 > 성장성' 초기
일단 기대 성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초기에는 별일 없습니다. 기존에 하던 대로 새로 투자한 사업에 밤낮없이 일하면서 회사의 성공이자 나의 성공이 거기 있다고 출발합니다. 이게 나쁜 것이 아니지만 문제는 좋은 회사의 덕목인 다양한 의견과 창의성을 교조화 된 성공 논리가 가로막는 지점에 있습니다. 현재 회사 방향에 누가 건강한 비판을 한다면 그건 그 행동이 아닌 '나'의 실체를 비판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임직원으로 인해 눈멀고 귀 멀어 시장의 동향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오류에 빠집니다.
'부채 > 성장성' 중기
유능한 직원들은 떠나죠. 여기서 부채가 적다면 별 문제가 안됩니다. 어차피 짊어진 짐이 별로 없으니 덮고 다시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부채는 많은 비용을 계속 지불하게끔 만듭니다. 초기 성장을 못 본 임원들은 이미 돈 먹는 하마가 된 벌인 사업들에 출구를 찾아 나섭니다. 하지만 자신의 결정을 바로 뒤집을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은 많이 없고 그 결정이 대주주로부터 발생한 것이라면 더 그러하겠죠. 믿음은 비용을 낳고 회사는 먼저 줄이기 쉬운 비용을 줄입니다. 복리후생, 임금 상승률, 그리고 이 상황을 이유로 평소 저 성과자라고 찍어둔 사람들을 조직에서 내 보내는 활동도 하게 됩니다. 회사 분위기는 이미 알만하죠. 채용마저 동결해 버렸으니 살아남기 위해 많은 보고서를 쓰는 시간이 더 빡빡해지고 일을 벌이기보다는 일의 핑계와 수습에 에너지를 다 쓴 유능한 직원은 떠납니다. 아직 남은 유능한 직원이 갈리면서 버티고 과거의 영광을 생각하며 적당히 다니는 많은 직원들이 오묘한 분위기를 만들며 회사는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부채 > 성장성' 말기
팔리는 사업을 팝니다.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팔릴만한 사업을 파는 게 가장 임팩트가 크고 수요가 있기에 좋은 사업을 팝니다. 오랜 기간 시장에서는 이런 사례가 무수히 있었습니다. 안 좋은 사업은 접고 팔리는 사업은 팔고 일부 사업만 미래 사업으로 가져갑니다. 우리는 좋든 싫든 이별하게 되고 이름만 같은 새로운 회사를 다닐 수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회사는 효율을 먼저 생각하고 몸집 줄이기에 나서게 됩니다. 남아 있는 사람도 이제는 새로운 회사를 다니는 분위기가 되고 채용과 이직 시장에서 과거의 명성을 잃어버린 이 회사에는 올 수 있는 낮은 퍼포먼스의 사람들이 자리를 대체하고 그 사람이 임원이나 관리자라면 조직은 과거 그 사람이 과거 회사를 망치거나 보신했던 수준의 업무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과거의 이름에 회사 내부를 모르는 이직자들은 적지 않은 혼란을 맞게 되고요.
그러니까 '부채 <= 성장성'
지금 다니는 회사든 앞으로 이직할 회사든 그러니까 적어도 성장성이 부채 수준보다 같거나 높은 지를 보는 게 중요합니다. 성장성이 낮고 부채가 적으면 경우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그냥 다니기 좋은 회사, 주니어는 별로 배울 게 없는 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고, 부채 수준대비 성장성이 높다면 성공이라는 포트폴리오와 내 시간과 에너지를 맞바꾸는 보상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제는 부채는 확인할 수 있는 정보인데, 성장성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물론 부채비율이나 추세를 확인하지 않는 사람도 많지만요. 성장성은 회사가 지금 하는 다음 스텝에 대한 전망과 내부적으로 갖고 있는 핵심 기술, 인재의 수준과 경제적 해자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이걸 스터디하는 게 취업 스터디고 이직 스터디이지 면접은 아무 회사나 붙으면 안 되는 것이니 이것부터 보아야 하는 것이죠. 기업 홍보팀에서 뿌리는 기사를 보고 '좋은 기업이겠거니' 하는 생각은 나 역시 좀비 기업처럼 눈멀고 귀 먼 상태에서 고르는 것이 되니까요. 내 전재산을 어느 회사 주식에 투자할 것이냐와 비슷한 질문을 한다면 선택지 중 좋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채가 많으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 많습니다. 특히 금리가 낮은 시기에 사업이 성공하지 못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상태에 도달하지 못하면 금리 인상기일 때는 더 어려움에 처합니다. 회사를 알아보거나 앞으로의 회사 전망이 궁금한 분들은 다른 기준들도 있겠지만 제가 제안드린 방법도 한 번 봐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