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을 드러내는 것 이상의 구조 변환이 필요하다
흔히 경영진이 바뀌면은 이전과 다른 변화를 맞을 때가 많습니다. 특히 경영 전략 자체의 변화를 기대하면서 경영진을 교체한 경우라면 조직과 인사, 주요 전략부터 커뮤니케이션 방식까지 많은 영역들이 바뀌어야만 하는 상황을 맞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경영진은 전임자의 부실이나 잘못된 의사결정에 대한 번복 및 수정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을 회계적으로 처리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Big Bath'입니다. 목욕 크게 한 번 하고 가자는 건데, 위키백과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Big Bath in accounting is an earnings management technique whereby a one-time charge is taken against income in order to reduce assets, which results in lower expenses in the future. The write-off removes or reduces the asset from the financial books and results in lower net income for that year. The objective is to ‘take one big bath’ in a single year so future years will show increased net income.
즉, 부실 자산을 처리해서 향후 세션에서 받을 이익 감소 요인을 지금 당장 얼마간의 손실로 받아버리고 뒷 일 걱정하지 말고 가자는 거죠. 쉽게 말하면 카드 할부 긁은 것을 한 방에 갚고 가자는 건데, 자산 감소가 일부 일어나게 됩니다. 좋은 일이죠. 향후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제거해서 지금은 좀 힘들지만 건강한 구조를 만들자는 것은 분면 반겨야 할 의사결정입니다. 아무 것도 안하고 묵묵히 떠안고 가는 것보단 백배 낫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볼 게 있습니다. 단순히 부실을 제거하는 것으로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걸까요? 전임자는 항상 '나쁜 놈'이 되고 자신은 혁신을 주도하는 '착한 놈'이라고 말하면 과거 전임자들은 정말 나쁘거나 바보라서 그런 부실 자산을 잔뜩 만들어 놓은 걸까요? 아닙니다. 일부 모럴 해저드가 있을 수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 해당 자신을 확보하는 시기에 시장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실책이 이면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단순히 새로운 경영진이 부실 자산을 드러내고 '과거로부터의 청산'에 대해 생색내는 수준으로 그치면 곤란합니다. 새로운 경영진도 같은 프레임, 같은 플랫폼에서 또 다른 부실 자산을 만들 확률이 있으니까요.
따라서 새로운 경영진은 전체적인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미리 고민해서 Big Bath의 로드맵을 정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원가 구조, 채널 구조, 인건비 구조 등 수익을 낼 수 없게 만들어진 사업의 구조 변환은 단순히 지금 있는 것들을 뜯어 고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타겟과 시스템으로의 변환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가치있는 곳에 비용을 더 쏟아부으려면 고객이 덜 가치있게 느끼는 부분의 원가를 줄여버려야 합니다. 이미 경쟁사에 그런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쫒고 글로벌에서 앞선 레벨의 사례가 있다면 미리 새로운 구조를 준비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레고 조각을 떼고 붙이면서 일을 두 번 하는 자산 처리가 아닌 전체적으로 언제 이것을 함께 떼고 그것은 새로 하는 것과 어떻게 재활용 및 시너지가 날 것인지 자산의 용도를 재정의/분류 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Big Bath의 과정조차도 전략적 차원에서 공격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수동적으로 있는 것의 가부만 결정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반드시 기록해야 합니다. 자산을 취득/폐기하는 기준은 기업의 실력입니다. 큰 비용이 드는 내용이므로 어떤 기준으로 누가 왜 이런 의사결정을 했는지 의사결정이 한 번에 되지 않는 경우에는 어떤 과정을 통해 이런 결정을 했는지가 남아 있고 그 속에서 반성과 활용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영진은 중기적인 시장의 변화를 보고 단기적인 시기 내에서는 이 의사결정 기록의 내용을 반드시 참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왕이면 기회가 있는 영역을 찾는 방향으로 말이죠.
또한 Big Bath는 반드시 자금 흐름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동반해야 합니다. 위약금이나 보상금이 걸린 자산의 처리의 경우에는 지금 어려워서 바꾼 경영진이 무리한 현금흐름으로 기업을 의도치 않게 몰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NPV만큼이나 NCF를 불황의 의사결정 기준으로 부실 자산을 처리해야 합니다. 성장 동력에 들어갈 자산을 무리한 Big Bath로 줄어들게 하여 미래 성장 동력을 준비하는 기간을 결코 늦추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다만 기업간 관계성이 녹아있는 채널망에 대한 Big Bath는 네트웍상 향후 어떤 파트너와 함께 갈 것인지 판단하여 과감한 의사결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보통 방치하면 방치가 되어 고객에게 주는 이미지가 고정되고 퇴보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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