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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Apr 28. 2016

마음의 스위치를 켜두자

한 번 뿐인 인생에서의 직장생활

직장생활은 필연적으로 감정 노동입니다. 조직 사회에서 모두가 마음이 잘 맞고 모든 안건에 대해 한 마음일 수 없고, 그렇다면 정말 조직의 다양성이 무너진 것으로 위기 상황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직 생활은 일이 힘든 게 아니라 사람이 힘들다, 퇴사의 결정적인 이유는 '그 일'이 아닌 '그 놈'인 것입니다. 이것은 동서고금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아무리 위대한 기업, 일하고 싶은 기업이라고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 하는 기업에도 그만두는 사람은 있습니다. 물론 대리인으로서 그냥 월급 받으며 행복하게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직장 안에서 감정의 스위치를 꺼두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그러워 보이는 사람이라고 해도 진짜 성격일 수 있고, 잘 다듬은 명함 같은 모습일 수 있죠. 일 자체가 고객을 직접 응대 하거나 바이어를 직접 상대하는 일 같은 종류는 더 합니다. 이것은 표정 관리, 감정의 스위치를 끄는 것이 밥벌이와 직결될 정도로 중요합니다. 하긴 어느 일이 안 그렇겠습니까. 그래서 직장 내에서는 '스마트'해 보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실제 직장 안과 밖의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은 맘이 편한 분도 있을지 모르지만 직장 안에서의 모습과 직장 밖에서의 모습이 다른 사람도 많습니다. 직장 내에서 운신의 폭이 크지 않은 신입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직장 안에서 마음의 스위치를 꺼둠으로서 얻는 것은 많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당장의 영업적 손실이 없는 것을 포함하여 스스로 고통 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퇴근할 때 마음의 스크래치를 얼마 받지 않고 쿨한 모습으로 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부작용도 있습니다. 그래도 꼰대가 아니라면 좀 낫지만 경우가 심해질수록 고통을 타인에게 전가하거나 거래처에 전가하는 등 자신만 상처 받지 않을 일로 구도를 쉽게 고민없이 바꿔 버립니다. 더 심하면 윤리적으로 해서 될 일인지 싶은 것들도 윗 사람의 혹은 주주의 니즈가 그렇다면 손발이 되어 쉽게 밀어버립니다. 직장 내에서는 인정받는 사람, 돌아보면 이래서 될 사람인가 하는 그런 모습으로 변해가게 됩니다.



반면 직장 내에서 마음의 스위치를 켜두는 사람은 괴롭습니다. 그것이 '진정성'이라 불리는 단어라면 진정성이고 '애사심'이라면 애사심이고 '윤리성'이라면 윤리성인 그것은 뭐라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지만, '미생'의 오과장처럼, '송곳'의 이수인처럼 '어딘가 걸리적 거리고', '말이 많고', '만만치 않은' 모습으로 회사 사안 전반적으로 많은 관심과 발언을 하게 됩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것은 아예 없습니다. 이것은 '오버 스펙'을 갖추어 일을 하는 소위 '또라이'하고는 다릅니다. 이 사람은 옆 사람의 삶에 관심이 있고 구호가 아닌 진정 상생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러기에 호락호락하지 않고 윗 사람(꼰대) 눈에 나 버리는, 그래서 정을 맞는 모난 돌입니다.



저는 직장 생활 전반적으로 마음의 스위치를 꺼두는 것의 맛을 일찍 알았습니다. 처음에 좀 피곤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보고 머리 아플 것이 없다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많아졌습니다. 일은 속도가 붙지만 방향이 맞는지는 오랜 시간이 지난 이후 알게 되었습니다. 보다 문화적으로 보다 윤리적으로 보다 팀워크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면 간단히 버튼을 누르고 통화를 하는 식으로 '정리'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지금 직장의 모습은 매우 메마르고 쉽지 않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게라도 한 몫을 한 것이니까요. 그래서 다소 후회가 남습니다. 그 때 도시락을 싸들고 말리러 다녔다면 힘은 없지만 계란으로 바위를 쳤다면... 그래도 달라질 확률은 높진 않았지만 한 편으로 그런 의기가 없던 것이 마음에 좀 남습니다.



대리급 이하 많은 젊은 직원들이 나는 지금의 회사 문화를 바꾸고 꼰대를 닮지 않겠다고 매 순간 굳은 다짐을 합니다. 하지만 지금 안하던 의기가 의사결정권자가 되어 갑자기 '붕정만리'처럼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꼰대로 동화되어 가는 속도가 문제와 사고를 쌓아서 체화 시키는 속도보다 빠르고 달콤합니다. 지금 그것을 숨디고 윗 자리로 올라가는 동안 회사는 더 멀리 사람 냄새 없는 회사로 갈 것입니다. '사람 냄새'는 스마트함의 반댓말이 아니라 '스마트함'의 그 자체 - '기업 문화'입니다. 지금껏 꺼둔 마음의 스위치를 맘 맞는 사람과 함께 켜고 여기저기를 휘저으면 혹시 날지 않던 그 새가 날 수 있을지도 모르죠. '직장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만 꼭 없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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