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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Apr 22. 2016

겸손함이 최대의 무기

직장생활 기본기

직장에서 빨리, 공격적으로 먼저 하는 것이 늦게, 신중하게 천천히 하는 것보다 좋은 선택이라는 것은 은연 중에 강요 받아 왔습니다. 신입사원 면접부터 토론식 면접에서는 먼저 이야기 하고 상대의 논리를 받아쳐서 고객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틀리지 않는다고 스터디 할 때부터 배워왔죠. 이것은 신입사원 때 더 심해집니다. 옆 부서에 동기 신입들과 심심치 않게 비교 당하면서 신입 교육을 통해서도 은근히 우열이 매겨지고 어쩌면 사회생활 최고의 동료인 동기가 사실 가장 친해지기 어려운 대상으로 남는 경우가 되니까요. 어쩌면 '협업'보다는 '경쟁'을 먼저 배운 셈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쟁은 실무를 어느 정도 할 줄 아면서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이었나'라고 반문하게 됩니다. 물론 경쟁 제일주의만을 표방하고 밀어붙이는, 회사가 전쟁터라고만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일을 실제 하면 할수록 조직은 유기체로 서로 돕지 않으면 아무 결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외부 업체와 일을 할 때면 더 말할 것도 없죠. 경쟁만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게 조직 생활입니다. 본인만 나중에 외로워지는 것을 알면서도 패권주의를 놓치면 정작 실력도 딱히 없기에 직장 내에서 꼰대로 박히면서까지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경쟁을 조장하는 문화는, 틈을 보이지 않는 문화, 약점이 없어야 하는 사람으로 귀결되고 직장 문화는 상당히 경직되게 됩니다. 모르는 게 있어도 물어보지 않고, 아랫사람과 웃으며 토론하는 것은 무능한 상사이고, 외부 협업 부서는 일단 누르지 않으면 파워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빡세지 않으면 성과가 안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면 직장 생활은 피곤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나오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우둔해 보이지만 겸손함이 최고의 무기입니다.


겸손하지 않은 리더는 일이 되게 만들기보다 자신의 우월함을 늘 증명하려 합니다. 이것은 조직적으로 피곤한 일입니다. 일에 대해 함께 토론하지 않고 일을 과거 방식으로 누르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대로 안할 수도 없죠. 이것은 '패거리 문화'가 되어 리더의 신조를 따라하지 않으면 안되는, 울며 겨자먹기의 쇠락의 문화를 만듭니다.


겸손하지 않은 리더는 말단 직원의 어려움을 모릅니다. 우리 내부의 프로세스의 문제점을 모르는 리더는 말 뿐인 정치인입니다. 일이 되게 만들어야지 안되는 것 자체만을 쪼으고 윽박지르는 리더는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역할입니다. 말단 직원이나 정직한 직원이 하는 이야기를 토대로 회사의 시스템을 하나씩 바꾸어 가는 것이 축적된 조직이 정확도와 신속함을 겸비할 수 있습니다.


겸손하지 않은 리더는 조직 외부에 적을 만들어 팀을 어렵게 만듭니다. 그 팀이 밉지는 않지만 그 리더가 미워서 팀이 곤란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직장 내 부서에서 어떤 지원도 쉽지 않고 외부에서도 적절한 협상이 되지 않는 것이죠. 들으려고 하지 않고 힘으로 누르고 이겨야 잘 한 거라는 패권주의는 조직으로 일하는 방식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겸손함은 무엇일까요?
말 못하고 우유부단하고 웃기만 하면 겸손한 것일까요?


겸손한 리더는 만나기 전에 상대의 입장과 할 말을 미리 시뮬레이션 합니다. '역지사지'는 너무나 추상적인 말입니다. 실제 나타나는 것은 미팅 때 상대방이 할 말을 상황을 미리 되어본 후에 몇 가지로 정리하고 반대로 그들의 니즈에 맞게 적절한 대안 몇 가지를 준비해서 실제 미팅에서 제시해 줄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상대의 니즈에도 맞고 우리 조직에도 주도성을 가져올 수 있는 경험상 가장 좋은 겸손함입니다.


겸손한 리더는 반대부터 하지 않습니다. 비지니스에 정답은 없기에 웃어버릴 수 있는 수준의 이야기도 듣습니다. 아이디어라고 생각되는 것을 본인 기준으로 거르지 않고 모든 창의성을 열어두는 것은 경청을 넘어선 조직이 고객과 가까워지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말을 함부로 끊는 리더는 다양성이 강화된 현대 B2C  마켓에 적합한 조직을 만들 수 없습니다.


겸손한 리더는 의사결정이 빠릅니다. 고객이 기다리는 데 의사결정이 느릴 수 없습니다. 고객의 불편함을 내부고객이든 외부고객이든 많이 듣기에 늘 의사결정할 것이 널려 있고 늦게 처리할 수가 없습니다. 들을 때는 직원들 옆에서 관계사 옆에서 일을 방해할 정도로 듣고 결정할 시기에는 아예 만나주지 않는 리더는 정치인입니다. 인기만 잠깐 얻는 것이죠. 겸손한 리더는 압재하지도 않고 듣고 대안을 제안하여 그것을 밀어붙이는 사람입니다. '불치하문'이지만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것이죠.


겸손한 리더는 직원의 장래 커리어를 걱정합니다. 직원을 '도구'로 쓰지 않는 것이죠. 상대방의 마음을 잡는 것 중 제일은 정말 상대방이 얻을 수 있는 실제적인 것으로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직원들은 누가 걱정해주는 '척'만 하고 이용만 하고, 누가 진심으로 팀웍을 넘어선 멘토 수준으로 도와주는 지 신입만 아니면 알고 있습니다. 리더가 직접 인사과를 찾아가고 상위 리더에게 아랫 직원의 공로를 언급하는 등의 진심이 있는 행동이 직원을 내 사람으로 만들고 하나되는 팀웍을 만들 수 있습니다.



회사가 저마다 지식의 경연장이 아닙니다. 보통 나이가 들수록 중년에 '인정의 욕구'가 강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정받으려는 상사의 그릇된 욕구 표출이 회사를 지식의 경연장, 실행은 안되고 담론만 무성한 공간, 정치인들이 활보할 공간을 만듭니다. 겸손하다고 스스로 믿고 싶지만 실제 겸손한 리더가 갖춘 모습들이 본인에게 있는지 돌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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