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ter May 02. 2016

싸다는 게 유효한 전략일까

가격의 문제가 아닌 비용의 문제, 비용이 아닌 변화의 문제

경영학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배우는 것 중 하나가 마이클 포터의 '경쟁우위 전략'입니다. 80년대에 나온 내용이니 이미 30년 이상이 지났습니다. 당시 코스트 리더십 전략, 차별화 전략, 집중 전략으로 기본적인 전략에 대해 설명한 내용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전략으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이후 많은 기업들의 전략이 광범위한 이 세 가지 유형으로 어느 정도 설명이 되었으니 말이죠. 하지만 이것을 오용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이 전략으로 파생되는 효과 자체를 전략으로 착각하는 경우죠. 대표적인 것이 '저가 전략'입니다. 가격이 싸면 고객이 아무래도 더 사지 않겠냐는 것이죠. 이것은 코스트 리더십 전략을 오용한 것으로 오랜기간 동안 많은 사업이 무너지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습니다. 애초에 '싸다는 것' 자체가 전략이라 보기에 영속적이지 않으니까요.



싸다는 것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싸다는 것은 분명 좋은 것입니다. 동일한 품질의 제품인데 가격이 보다 낮으면 그것을 사겠죠. 하지만 쌀과 물조차 모든 것이 동일하지 않은 지금입니다. 다만 하나의 고객 층을 누릴 수는 있겠죠. 상대적으로 저부가가치를 가지지만 가격이 낮아 한계효용이 한계비용을 넘어서는 수준의 고객 세그먼트 말이죠. 하지만 이런 수요가 있는 시장조차 더 세분화되어 차별화, 어떻게 말하면 세부 커스터마이징 되고 있습니다. 흔한 이야기지만, 같은 종류의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이 부족하지 않고 소비자가 보유하고 있는 것도 이미 부족하지 않기에 세계 경제가 평균적 소득수준이 상승할수록 이미 역사 속에서 존재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고객이 사야 할 이유가 설명되지 않으면 과거처럼 단순히 싼 맛에 사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이 장기 불황에도 비싼 아이템이 이른바 '가치 소비'에 의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는 점은 이것의 단편적인 현상입니다. 분명 모든 생산 수단이 과거보다 풍족해져서 혁신의 원천이 도처에 널린 세상에서 하나의 제품과 서비스가 이 다음의 제품과 서비스에 시장을 잃어버리는 주기가 계속해서 단축되고 있죠. 심지어 혁신적이라는 인공지능과 전기차에 대한 공급조차 아주 많은 기업과 개인에서 연구되고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진입장벽'이라 생각되는 것은 이제 정부의 규제 외엔 별로 없어보이기까지 합니다.



코스트 리더십은 싸기만 한 게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과 브랜드에서는 '싸다는 것'이 일종의 신념을 넘어 신앙 수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불황이라는 것이 거시적 이유이고, 사실 역량이 없고 연구가 없고 투자가 없는 것이 실제적 이유입니다. 실제적 이유는 처음엔 알지만 곧 거시적 이유를 신념 수준 이상으로 삼아 실제적 이유를 잊어버리게 되고 핑계를 믿어버리게 되는거죠. 소위 경험이 많다는 사람일수록 이 신념의 아우라에 오랜 기간동안 사로잡혀 혁신을 저항하거나 엄청나게 느린 속도로 안 하는 것과 다름없는 반응을 보입니다. 정작 싼 것을 연호할 때 활용해야 하는 코스트 리더십은 역량 확보를 그 사이 하지도 못했습니다. 억지로 해서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수준으로 낮추어 놓았죠. 가격과 품질은 개별로 존재하지 않는데 말이죠.



과거의 유물에 사로잡힌 '싸다교' 신자들


이것은 시장의 심리에 자신만의 경험, 소위 80~90년대 소비심리 수준에 그쳐있는 경영진의 영아적 고객관에 근거합니다. 통신과 인프라의 수요-공급 변화에 따른 차별화 전략의 힘에 대해 진정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죠. 하이어라키가 강한 조직일수록 경영진의 드라이브로 실무자들의 다른 세대의 고객으로서 진정한 고객층의 니즈가 묵살 당합니다. 실상 고객이 싸다고 좋아하는 것들도 차별화 전략으로 검증이 끝난 '그 상품'을 싸게 사는 것을 원하는 것이지, 품질이 엔트리 레벨에 머물러 있는 것을 마냥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말 싼 것은 필수적인 기능과 디자인만 있는 것이죠. 이것도 노키아의 초저가 피처폰 성공처럼 분명히 끝이 있고 변화의 흐름을 타야만 합니다.


차별화 전략은 시장 점유율의 확대에 목적이 있지 않습니다. 자기만의 매니아를 형성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다른 점을 연구를 통해 만들어야 하고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경제 성장기에 있었던 과거의 경영진은 지상 최대의 목적이 '시장 점유율'의 확대에 있기에 원래 있던 브랜딩조차 흐릿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차별화를 단순히 '남과 똑같이 유행을 쫒는다'와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일 때 차별화도 코스트 리딩도 할 수 없습니다. 투자를 통해 '특허'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영속할 수 있는 투자의 순환고리도 고유한 역량의 분야에서 생기지 않습니다.   



작게 들어가서 빠르게 알려지기


우리 기업, 브랜드의 역량이 코스트 리딩을 한다고 해도(규모의 경제, 숙련도, 생산수직화, 선행 프로세스, 지리적 우수성, 기업 네트워킹) 리딩한 비용을 통해 어떤 가치 전달로 고객과 만날지 늘 생각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기업을 하나로 묶는 '고객 가치'가 먼저 모두의 가슴에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차별화의 원천입니다. 무형의 컨텐츠에서 유형의 가치 전달 개체가 탄생합니다. '싸게 만들 수 있다'는 '싸게 팔아야 한다'와 반드시 동의어는 아니라는 것을 알고 컨텐츠 기술과 이것을 실현하게 하는 기업 내부 프로세스를 단순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에 맞는 사람들로 기업이 가득하고 시도하는 것에 대해 실제 고객층이 고민해서 만든 것이라면 고유한 매니아들부터 자신의 자리를 오롯이 확보해야 합니다. 그 매니아를 의도하고 매니아가 실제 선호하는지를 추적해 나가야죠. '싸게 팔아야 한다'는 과거의 아우라는 이 매니아를 자주 만나면서 기업 내에서 급속하게 사라질 것입니다. 전에 없던 구체적인 고객을 찾았을 때, 브랜드와 기업은 수요층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영속할 수 있는 기반을 갖게 되는 것이죠. 단지 큰 뿌리와 작은 크기의 뿌리만이 있을 뿐입니다. 큰 뿌리면서 브랜딩이 희석되지 않으려면 그 중에서도 차지할 수 있는 부분부터 들어가야 합니다. 결국 처음부터 크게 먹으려는 시도 자체는 과거 코스트 리딩 전략의 산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작게 들어가서 빠르게 알려지는 것일테니까요.





작가의 다른 콘텐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