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의도만큼 사용 고객의 편의에 대한 고민
최근에는 펀딩 받기 어느 때보다 좋은 환경이 조성된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만 있다면 다소의 비용만 주면 주변에 생산 인프라와 전문가들을 비교적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한 스타트업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사업 아이디어에 드는 비용에 대해 어떻게 할 거냐라고 물어보자 "펀딩하면 되죠"라고 쉽게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면서 펀딩 환경이 쉬워진건지 그냥 그 대표의 호기로운 생각인지 모를만큼 이제는 그렇게 쉽게 추진할 수 있는 생각을 갖게 된 세상인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에 기업들이 들어가지 않은 시장에 대해 스타트업의 발빠른 진입 사례가 여기저기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영역의 하나가 '사회적 기업'입니다. 사회적 기업 서비스 자체가 손이 많이 가고 부가가치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서비스와 재화에 많이 맞추어져 있어서 고용 창출이 좋은 편이고 대기업이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업종이 많습니다. 특히 고용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들을 중심으로 생산한다든지, 생산과정에서 친환경적인 소재와 공정을 통해 같은 제품이라도 그 과정을 스토리텔링하면서 마케팅을 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입니다. 이런 점은 기존에 대기업들이 '이윤'이라는 목적으로 다소 외면했던 생산과정에 대한 윤리적 가치를 더한다는 의미에서 진일보한 한 걸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은 독자적으로 성장하는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기도 하지만 대기업과의 협업, 스타트업들과의 생태계를 만들면서 부족한 영역 - 특히 고객 확장성 - 에 대해 보완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저도 사회적 기업의 대표들을 종종 만날 기회가 있습니다. 대부분 선한 인상으로 자신이 만드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진 분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아이템들이 최근 많은 스타트업의 등장으로 겹치는 것이 너무 많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사업으로서의 영속성에 대해 의문이 드는 기업도 적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이건 대기업도 마찬가지긴 하지만요) 그런데 사업상 협업을 제안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의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다보면 뭔가 하나 빠진 것 같은 게 항상 있습니다. 바로 '사용자의 편의성'이죠. 단순히 돈이나 물건을 기부하거나 친환경으로 만든 무언가를 샀다거나 어려운 이웃이 만든 것을 소비할 때의 '뿌듯함'을 넘어선 실제 그 서비스와 제품으로 얻을 수 있는 실제적인 가치인 것이죠.
좋은 일을 한다는 마음과 실제 눈 앞의 효용
흔히 사회적 기업에서 다루는 아이템은 고객에게 두 가지 관점에서 효용을 줍니다. 하나는 '공정무역', '친환경제품', '소외계층생산' 등 제품이 만들어진 과정에 대한 멤버쉽으로서의 동조를 얻는 것이며, 하나는 제품이 주는 차별성으로 인한 실 사용간 새로운 경험인 것입니다. 둘 다 매우 비지니스적인 내용입니다. 단순히 기부를 받는 국제구호기구도 기부자를 위한 지불 이후의 마케팅을 통해 확신을 강화시키는 마케팅을 하는데 서비스와 제품을 구매하는 사회적 기업 고객에게는 그 이상의 효용이 주어지지 않아야 할까요?
사회적 기업 대부분이 '가치소비'에 대한 고객 마케팅을 SNS를 통한 영상 제작과 블로그 운영 등에 맞추고 있습니다. 하는 방법은 대동소이합니다. 대부분 공유하기 쉬운 간단한 길이의 영상을 만들어 캠페인과 연계시키고 자세한 내용은 웹사이트나 블로그에 연동하여 오프라인 제품과 매장까지 이런 메세지가 동일한 캠페인 형태로 특정 행사와 연계하여 진행됩니다. 그렇다면 도구가 더 이상 차별화 대상 자체가 될 수 없습니다. 더 확실한 '고객 정의'가 우선되어야 하는 내용입니다. 실제 많은 스타트업의 사업 모델이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는 그 모델이 주는 고객의 광의성으로 인한 확장의 용이함에도 있겠지만, 구체적인 고객을 정하지 않아 사업 모델 자체도 단순화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 계층을 위한 맞춤 '가치소비'에 해당되는 서비스와 불특정 다수에게 주는 기업광고와 같은 메세지는 포지셔닝을 만드는데 큰 차이가 있습니다. 단순히 '필요없는 물건을 기부받자'라는 사업이 있다면은 '누구에게' '어떤 물건을' '어떤 방식으로 받아서' '어떻게 효용되는 가치(물질적인 것이든 누적되는 서비스라든지)'로 할 것인지 보다 명확하게 바꾼다면 상대적으로 모든 캠페인의 방향이 뚜렷하고 필요 없는 에너지가 덜 들게 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기업이 도처에 생기는 시기에 자신만의 고객을 유지시키고 그것을 기반으로 유사 서비스를 통해 '선한 의지'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경험은 더욱 후순위에서 다루어지는 고객 효용입니다. 실제 고객의 편의성에 대해서는 몇 년째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한 일을 하기 위해 고객이 느끼는 불편이나 '이것 때문에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제거해 주는 것은 대부분 상대적으로 그것이 해결된 업체가 나타날 때까지 손을 떼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속적으로 기부자, 후원자, 고객 혹은 생산자, 원료공급자를 만나 불편한 내용에 대해 계속해서 바꿔 나가는 소비재 사업 오너의 마인드를 고객 효용을 다루지 않는다면 고객은 조만간 또다른 스타트업으로 떠날 것입니다. 오프라인에서 많은 고객을 모으지 못한 서비스는 온라인을 통해 기존 고객들까지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네트워킹을 할 수 있습니다. 기부가 불편한 지리적 문제가 있다면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만 많고 이런 이미지가 약한 기업과 연계할 수 있습니다. 제품 자체의 디자인 등이 진부화 된 친환경 소재와 공정을 하는 기업은 디자인의 영역에 대해서 네트워킹하여 이것을 토대로 이런 부류의 제품군에서 독자적인 포지션을 갖출 수 있습니다. 결국 이런 제품과 서비스의 진전은 앞서 다룬 선한 의지에 대한 마케팅 캠페인과 함께 고객에게 전달되어 '좋은 일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좋은 일을 하는 데 지속적으로 서비스가 좋아지고 있다'라는 것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냥 브로커는 아닌가요
선한 의지로 시작한 스타트업이 선한 의지의 프로토 타입에서 모델에 대한 구상이 정체되어 이것 하나만 해 보겠다고 기존의 모델을 부정하는 사례는 본 적이 많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모델을 진행하다가 바꾸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은 고객을 정의하고 만나볼수록 서비스의 모습은 바뀔 수 밖에 없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부분은 이런 서비스가 바뀌는 와중에 정작 이 스타트업이 가진 핵심 역량이 없음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죠.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단순히 '브로커'에 지나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마케팅 캠페인을 잘 구상하여 미디어를 통해 알린다든지 특정 생산 공정에서 '바른 가치'를 해낼 인프라나 원천 기술이 있는지 살펴보다가 스스로 없다면 향후 영속적인 비교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 기업이 가져야 하는 것, 투자하거나 JV 등을 통해 얻어야 하는 역량은 무엇인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곧 우리가 쓴 공장에 다른 선한의도의 기업이 들어오고 우리가 썼던 친환경 소재는 흔한 것이 되어버리며, 대기업은 물량공세로 더 많은 미디어를 통해 훌륭한 영상과 사은품적인 고객 효용 제공을 통해 포지션을 먹어버릴 것입니다. 그러기에 지금의 빡빡한 자금사정에 안주해서는 안되고 취해야 할 핵심 역량에 대해 정리해보고 이것을 어떻게 적은 비용으로 차별적 독점을 이뤄 낼 것인지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절실한 만큼 스텝이 가볍지 않다면 고민만 하게 될테니까요.
작가의 다른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