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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May 11. 2016

도시의 속도

가짜 경험을 사고 파는 위안

언젠가 시골에 사시는 아버님께서 서울로 올라오신 적이 있었다. 시골에 비해 서울은 차 운전하기가 너무 힘드시다고 절레절레 하시던 모습. 그러고보니 운전면허 따기까지 도로에서 60킬로 이상 밟아본 적이 별로 없던 것 같다. 차가 막혀서. 그냥 차가 막혀서 차를 모는 것보다 옆 차선 차 눈치 보는 거에 시간을 다 보냈다.


아파트에선 늘 아이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그만 뛰어라'고 한다. 아이는 몇 겹의 패드 위에서 마치 운동장 처럼 뛰고선 모래 장난감으로 실내에서 오후를 즐긴다. 팽팽 돌아가는 공기 청정기. 보다보면 몇 십년 전 내가 어린이때 그 때랑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게 맞나보다.. 생각이 든다.


방송에서는 미디어에서는 가짜를 판다. 진짜 자연은 보이는 족족 파괴하면서 유사 경험을 제안한다. 리조트도 공기도 물도 장난감도 모두 '자연'이 아닌 '자연비슷한 것'을 판다. 몇 시간을 달려가야지만 만날 수 있는 자연, 여기에 또 기름값과 기차비가 든다. 자연을 누릴 수 있는 것도 있는 그대로를 만날 수 있는 것도 모두 돈 있는 사람들의 것이다. 그래서 자연은 프리미엄 마케팅의 대상이 된다. 인간이라면 대부분 누리고 싶어하지만 함부로 가질 수 없는 것. 도시 안에 사람들을 꽁꽁 묶어두고 기업들은 돈을 쓰라 한다.


도시는 무자비하게 광고로 사람들을 자연으로 추억하게 하고 이것을 공유하게 하고 우리는 서로 그 '제품'을 나눈다. 자연을 가공하는 것이 싫은 게 아니다. 그것이 제품이 되면서 진짜를 잃는 것. 그것을 파는 사람이 그것의 중심에 있다는데서 비단 속 단검의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파는 사람은 이마저도 돈 버는 데 써 먹는다. 우리는 적게 파괴하고 만든다. 쓰는 사람들도 플라스틱 카드로 그것을 누리는데 사실 별 신경쓰지 않는다. 그래서 동경의 대상은 아득히 지나간 간이역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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