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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May 18. 2016

Make Break Make

전략은 돌고 돌고 돌고

몇 해 전 카드사 광고 카피죠. "Make Break Make". 회사 일이 대부분 이런 것이 많지만 중요한 일이 이런 식으로 가면 하는 사람 힘 빠지는 것을 떠나서 기업의 존속 자체가 위기를 맞게 됩니다. 도돌이표를 찍거나 알맹이 없는 "그 다음" 전략이 나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어떤 화장품 업체가 20대 초반 기초 화장품을 메인으로 한 브랜드를 내놓았는데 잘 안되었다고 한다면 어떤 식의 피드백이 나오는 게 정상일까요? 당연히 우리 제품의 특성이 타겟 고객에게 어떻게 인지되고 인지 괴리의 큰 기능 요소 및 이미지가 우리가 왜 준비하지 못했는지, 그것을 가늠하는 우리의 기술 상태 혹은 인적 구조와 조직 문화까지 다루어야 좋은 전략 피드백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내면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내부에서 상위 부서에 보고하는 것이 눈치가 보여 단순히 "타겟을 잘 못 잡았다. 30대 초반에 적합했다"라고 한다면, 그래서 그 기업의 무능한 경영진이 그게 맞는 말인가보다 싶어서 같은 제품과 유통망으로 30대를 타겟으로 프로모션을 했다면 그것은 성공할까요?


분명 성공할 확률이 매우 낮을 것입니다. 30대 초반 고객에게 기적적으로 운이 맞아 가격이든 어떤 요소든 상품적 차별화 요소와 관련 없이 성공했다고 해도 그것은 브랜드로서 영속할 수 있는 전제가 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면 이후 다시 이렇게 전략 피드백을 할 수 있겠죠. "30대 초반이 타겟이 아니었다. 20대 초반이 맞았다" 혹은 30대에서 성공했다고 해도 예전에 실패한 것이 생각나 "20대 초반까지 확산해야 한다"라고 피드백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더 큰 실패의 전조일 것입니다.



전략의 폭탄 돌리기


시간이 흐르면서 폭탄 돌리기가 만연하는 것이 기업의 생리입니다. 창업주가 무한 책임을 지는 스타트업과 달리 일정 규모 이상이 되는 기업은 조직으로 나뉘어지고 중간 관리자들이 교체 되는 빈도에 따라 역사적 교훈에서 얻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기억하는 빈도가 매우 낮습니다. 웃기게도 예전 사람이 한 말을 다음 풋내기가 와서 또 하고, 반복되는 실수와 몇 년전에 한 고민의 반복으로 기업의 속도는 주기적으로 몇 년전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물론 이것을 모두 본 몇 안되는 사람은 한직에 있거나 정치적 입지(예전에 참여했지만 실패한 것을 숨기기 위해 모르쇠로 일관)때문에 전혀 의견을 낼 수 없죠. 이런 기업은 전략이 생기고 허물어지고 다시 재반복되는 연속적인 일을 거치며 외부 환경의 변화와 관계없이 이 뫼비우스의 띠를 달리게 됩니다. 아래 실무진은 몇 년 하면 나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시장의 기회를 우리의 '역량'으로 치환하기


이런 기업들이 실패하는 주요 이유 중의 하나는 '역량'에 대한 반성 없이 단순히 마케팅적 관점의 기초인 'STP', '4P'만 들먹이는 데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변화를 구구절절 써 놓은 신문을 보고서 형태로 기업 내에서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에 있을 것입니다. 무언가 시도하는 것은 좋습니다. 언제든 그것은 없는 것보다 백번 낫습니다. 하지만 안되었을 때 그 이유를 '실패=인사고과 최악'으로 돌아가는 기업이라면 솔직한 역량에서 찾지 않고 세련된 표현의 핑계로 모든 것을 겸손한 포장지로 마무리 해 버립니다. '역량'이 약하면 그것을 하기 위한 어떤 투자, 어떤 부족함이 있었는지 새로운 시도에 대한 인사적 절벽을 없애고 솔직히 나눌 수 있는 기업 문화가 선결되어야 합니다. 아니면 모든 논의는 새로운 시도만 끊임 없이 되풀이 될 것입니다.



과거의 시도와 결과를 열람하는 시스템


다른 하나는 미리 면죄부가 될 수 있는 인사 이동의 정신없음을 시스템으로 줄이는 것입니다. 사람이 빈번하게 바뀔 수 있습니다. 특히 소비재처럼 소비자의 취향이 단시간에 바뀌고 이에 따른 필요한 기술이나 디자인 등 역량을 가진 적합한 인물이 자주 바뀌는 산업은 그렇게 하는 게 맞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실수를 시간이 지난 후에 모든 신임 리더들이 한 눈에 얼마든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을 단순히 파일 형태나 암묵지로 모든 것을 다 안다고 가정하고 체계적으로 내용이 정리되지 않은 것을 방조하는 게 아닌 회사 서버 등 누적하여 누구나 볼 수 있는 방법을 통해 제공되어야 합니다. 적어도 사람과 실적이 한 눈에 누적으로라도 보이게 하든지, 브랜드의 시도와 결과가 시간 단위로 텍스트화되어 알 수 있는 수준이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는 흘러가고 인간의 실수는 반복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업의 논의 대상이 과거로부터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는 패턴을 찾고 '역량'에 초점을 맞추어 시장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면 결국 모든 주제는 책상 머리에서 보고서 잘 쓰는 것에 그칠 뿐입니다. 이런 조직은 실력있는 실무자가 조직을 리딩하지 못하고 단순히 이 공백 사이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말 뿐인 인사들이 활보하고 그들의 카르텔에 반하는 실력있는 사람들을 내몰 뿐입니다. 물론 경영진은 눈과 입이 다 막히고 옆에서 알려주는 말에 오랜 기간 현혹되어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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