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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narSun Aug 27. 2023

거북목과 키스의 상관관계

상관관계(correlation)가 있다는 것은 A란 변수가 증가할 때 B란 변수가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A란 변수가 감소할 때 B라는 변수가 감소할 때도 상관관계가 있다고 표현한다. 상관관계는 인과관계(causation)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인과관계란 A 변수가 B 변수의 원인이 되고, B 변수는 A 변수의 결과가 되는 관계를 의미한다. 


예를 들자면, 니콜라스 케이지가 출연할수록 수영장에서 익사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상관관계를 보여준 표가 있다. 둘 간의 인과관계가 없다. 니콜라스의 출연을 막으면 익사자의 수를 줄일 수 있을까? 표 아래 웹페이지 주소로 들어가 보면 그럴듯해 보이는 상관관계들을 더 볼 수 있다. 



Source: https://tylervigen.com/spurious-correlations




화제를 전환해 보겠다. 지난봄, 거북목 증후군이 재발하여 병원엘 갔다. 늘 책에 코 박던 꼬맹이였기에 그 이후로 쭉 거북이 목인 채로 살아왔던 터였다. 그나마 운동을 좋아해서 자세를 교정했음에도, 미네르바 과제를 하는데 8시간 이상 모니터 앞에 있다 보니 거북목이 다시 도진 것이다. 경추 몇 번이었더라. 여하튼, 물리치료사가 목의 위치를 점검하는데 원래 있어야 할 위치보다 조금 앞서 나와 있다고 했다. 나는 사람들과 있을 때 다른 이들보다 다소 앞선 얼굴로 인해 상대적으로 커 보일 수 있으니 유의해야겠다는 상념에 잠시 빠졌다. 그러다가 문득 그때의 일이 생각났다. 소개팅이었다.






지인의 소개로 한 남성을 만났다. 남성은 그 지인이 나와 꼭 잘되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고 하였다. 남성은 그 지인의 형이었다. 이후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속상한 일이 있어서 술을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막걸리 몇 잔에 취기가 올라 자리를 정리하고 카페에 가서 커피를 한잔 하기로 했다. 앉은자리가 불편해 고쳐 앉으려고 몸을 달싹거렸다. 그런데 갑자기 남성이 키스를 하는 것이었다. 공중장소에서 급작스런 키스에 당혹스러워 얼굴로부터 정중히 물러섰다. 귀가를 해야겠다며 일어섰다. 


다음날 남성은 모닝전화를 하였다. 


민법상 기산일은 사건 다음날을 1일로 정해. 

어제 우리가 첫 키스를 했으니 오늘부터 1일이야.


변호사답게 프러포즈한다는 생각에 풉 웃고 말았다. 


갑자기 키스는 왜 한 거예요?

시그널을 줬잖아.

시그널?! 내가요?


키스의 ㅋ자도 생각지 못했는데 먼 시그널일까. 아무리 복기해 봐도 마땅치 않았다.






이럴 수가. 그 비밀이 8년이 지난 오늘날에서야 풀렸다. 

거북목

몸을 고쳐 앉던 중 거북이 목이 쏙~ 하고 나와 있던 것이다. 

그렇네. 내가 잘못했네. 정확히는 키스할 듯 쏙 나와버린 내 목이 잘못했네.


마무리를 하자면 거북목과 키스가 상관관계인지 인과관계인지는 잘 모르겠다. 

거북목이 키스를 부르는 시그널이었음을 나타내는 인과관계였는지, 아님 괜스레 핑계 삼아 키스했던 것인지는 나는 모르겠다. 

사실 사이언티픽한 관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않는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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