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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찬우 Jul 16. 2021

먹기 위해 산다 #1

100세보다는 행복

친구1: 어디가?

친구2: 사냥 가지. 토끼 잡아서 애들이 좋아하는 토끼고기 바비큐 해 먹으려고.

친구1: 오, 좋겠다. 그나저나 요즘 토끼 잡기가 어렵지 않아?

친구2: 어렵지. 그래도 이 총만 있으면 한방이야.

친구1: 그냥 시장에서 사는 건 어때? 요즘 가격도 엄청 싸던데.

친구2: 시장? 음.. 시장에서 파는 건 도대체 믿을 수가 있어야지.

친구1: 그래? 그럼 내가 어제 잡아 놓은 토끼 있는데 줄까? 지금 털만 벗겨놨는데.

친구2: 아, 그래? 음.. 아냐. 힘들게 잡아 놓은 토끼를 그냥 받을 수는 없지.

친구1: 아냐, 어제 할 일이 없어 심심해서 잡아 놓은 거야. 사실 우리 집에는 토끼고기 먹는 사람도 없어서 그냥 버릴 판이야. 가져가.

친구2: 음.. 나도 심심한데..

숨어 있던 토끼: 심심하면 그냥 집에서 TV나 보지..




누군가로부터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을 받게 되면 우리는 각자 어떤 대답을 내놓게 될까? 생각보다 그 답을 찾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확실한 것 하나는 그 답이 꽤나 다양한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한 끝에 우리는 자신이 가장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것에 대한 답을 할 것이고, 그것들은 모두 이미 각자만의 고유한 가치관이 되어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공통점은 있다.


신념, 사상, 공존, 공정, 평등, 분배, 보호, 정직, 용기, 배려, 관용, 공감, 정의, 여성의 권리, 남성의 권리, 인류애, 생명, 사랑, 우정, 가족, 우정, 인간관계, 돈, 성공, 권력, 도전, 노력, 인내, 인기, 인정, 건강, 외모, 몸매, 음식, 자기 성찰, 사유, 지혜, 탐구심, 진실 등등의 인류 보편적 가치들이 아마도 그 후보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왜 중요할까?


이미 충분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답을 했는데, 갑자기 왜 중요하게 여기냐고 물으면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고 대답했던 어린 장금이처럼 딱히 뭐라고 설명하기가 난감할지도 모르겠다. 가족이 왜 중요하냐고? 공정이 왜 중요하냐고? 돈이 왜 중요하냐고? 건강이 왜 중요하냐고?


지금 시비 거는 것이냐? 그런 것들이 왜 중요한지를 딱히 꼭 설명을 해줘야 할까? 그럼에도 집착이 심한 누군가가 집요하게 왜 중요하게 생각하냐고 반복적으로 묻는다면 조용히 시키기 위해서라도 대충 답을 해주긴 해줘야 할 것 같다. 왜 중요할까?


가족이 중요한 이유는, 그들이 나와는 어느 정도 '운명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내가 좋은 일이 가족에게도 좋고, 가족에게 일어난 좋은 일이 나에게도 어느 정도는 좋다. 특히 부부의 경우엔 그 정도가 심한데, 다른 관계와는 달리 통장을 공유하기 때문에 사실상 한 몸과 같을 정도이다. 좋은 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쁜 일에는 더욱더 큰 일을 해준다. 나에게 일어난 나쁜 일은 가족에게도 나쁜 일이기 때문에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나를 도와주려고 한다. 나 역시도 가족에게 일어난 나쁜 일은 최대한 그것에 대해서 책임을 지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러니까 가족은 나의 행복에 있어서 가장 좋은 도우미이고, 불행에 있어서는 최후의 안전판이 되어 준다. 그러니 가족이 중요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공정이 왜 중요한 이유는, '평등한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단지 못생겼다고 억울하거나, 가난하게 태어났다고 억울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그런 것들로 인해서 차별을 받을 때 억울한 것이다. 예쁘다는 이유로 더 나은 대접을 받거나, 좋은 차를 타고 왔다는 이유로 더 서비스를 잘해주는 일만 없다면 그 누구도 억울함을 느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다. 타고나지 못한 것들로 인해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당연히 주어진 권리조차 뺏기거나, 타고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한 방식으로 무엇인가를 얻는 것을 목격하는 일은 수 없이 많이 일어난다. 그때 비로소 커다란 불만이 생겨나고 자신이 그렇게 태어난 것이 그토록 억울해지는 것이다.


공정은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 준다. 공정한 사회일수록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든지 상관없이 누군가 능력이 있다면 그것을 최대한 살려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다.


결국 공정함은 사회 구성원들의 불만과 억울함을 막아주고, 미래의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 되어 준다. 또한 그 모든 결실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되돌아가 결국 사람들을 최대한 행복하게 해 준다.


돈이 중요한 이유는, 돈이 있어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 그러니까 먹을 음식, 잘 수 있는 집, 몸을 가릴 옷을 구할 수 있기에 우리가 살 수 있다. 또한 각종 편의나 즐거움을 위해 세탁기나 스마트폰과 같은 다양한 제품을 사거나, 여행을 하거나, 공연을 볼 기회 등도 살 수도 있다. 이렇게 돈은 우리를 살 수 있게 해 주고, 우리가 살 수 있게도 해준다.



많은 사람들이 돈이 많다고 꼭 행복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돈이 정말로 많아 본 적이 없어서 한 얘기일 수도 있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돈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은 점점 더 많이 늘어나고 있으며, 요즘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없다고 할 정도이다. 이런 식으로 미래로 가면 죽음조차도 돈으로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돈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무한대가 될 수도 있다.


건강이 중요한 이유는, 정말로 딱히 설명할 필요가 없긴 하지만, 굳지나 설명을 해야 한다면 건강해야 '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표현 중에서 오래 사는 것보다는 건강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한데, 아프면서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살다가 좀 일찍 가는 편이 훨씬 더 낫다고들 여긴다.


이런 식으로 따지고 들어가 보면 다른 가치들도 역시나 각자만의 이유들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지금까지 한 설명 중에서 공통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단어가 하나 있다는 점이다. 아마 눈치가 빠른 분들은 이미 그것에 대해서 알고 있을 것이다. 혹시나 발견하지 못한 분들은 다시 읽어보시면 금세 눈에 띌 것이다.


바로 ‘행복’이란 단어이다.


그렇다. 결국 우리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그 모든 가치들의 최종 종착지는 바로 행복이다. 그것들은 모두 행복을 가는 다양한 통로인 것이다. 단지 그들 중에서 각자마다 자신의 구미에 맞게끔 선택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행복만이 삶에서 유일한 가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표현에 반감을 느끼는 분들도 꽤나 있을 것이다. 삶은 행복만이 다는 아니지 않나? 과거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고 독립운동을 하다가 죽은 분들이나, 전쟁 때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은 분들이나, 아프리카의 이름 모를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분들도 있는데, 어떻게 행복만이 유일한 가치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뭔가 납득이 되지 않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좋은 반론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행복에 대해서 같이 알아보자. 도대체 행복이 무엇이길래 삶에서 유일한 가치라고 '어설픈'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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