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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찬우 Jun 23. 2021

단지 예쁘다는 이유로 사도 된다 #1

아기 물고기와 바다



"아빠, 바다는 어디에 있는 거예요? 도대체 어떻게 바다에 갈 수 있죠?"

아기 물고기가 물었다. 

"음.. 나도 잘 모르겠구나. 혹시 모르니 촌장 할아버지에게 물어보거라.”

아빠의 대답에 아기 물고기는 촌장 할아버지를 찾아갔다.

"할아버지. 바다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죠? 그리고 어떻게 하면 바다에 갈 수 있죠?"

질문을 들은 촌장 할아버지는 잠시 지긋한 미소를 지은 채 아기 물고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대답했다.

"바다는 말이야.. 지금 네가 있는 이 물 속이란다. 이곳을 바로 바다라고 부르지."




삶은 늘 변칙적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그 진실에 대해서 잘 알기에 최대한 미래를 제대로 예측해보려고 애쓴다. 이미 알고 있는 지식, 지금껏 살아온 경험, 신뢰할만한 누군가의 조언, 가끔 느껴지는 본능적인 육감 등을 이용해서 미래를 미리 알려고 노력해본다. 하지만 삶이 가진 변칙성은 너무도 강력해서 자신의 미래를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현실 세상에서는 보통 개인의 노력보다 운에 더 크게 작용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오래전부터 운칠기삼이란 사자성어도 존재해 왔다.


다행히 행운이 자주 찾아온다면 좋겠지만, 운 나쁘게 몇 차례의 불운을 연속적으로 마주하게 되면 자신이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는 몇 갑절 무거워지고 만다. 그럼에도 버텨보려고 애쓰지만 쉽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자신이 그리 행복하지 못하다고 느낀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그리 연약한 존재가 아니다.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행복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노력들이 늘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면 우리는 흔히 자신이 행복하기 힘든 이유를 특정 조건들이 부족하거나 문제가 있어서라고 생각하곤 한다. 우리들 대부분은 부족한 돈, 힘든 인간관계, 불안한 직장, 갑자기 찾아온 병, 원치 않은 주변 상황, 어쩔 수 없는 좌절, 자신에 대한 불만족, 화목하지 못한 가족, 잘 맞지 않는 시댁, 원하는 대로 자라지 않는 아이 등의 문제를 불행의 원인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나마 젊은 시절엔 살아온 나날보다 살아갈 나날들이 훨씬 더 많기에 현재에 느끼고 있는 문제점들이 덜 심각하다. 아직 많이 남아 있는 미래라는 장밋빛 희망이 있기에 그렇다. 그러니 열심히 노력해 그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고 나면 멋진 미래가 기다려줄 것이라고 믿을 수 있다. 하지만 삶의 중반부쯤에 들어설 때쯤이 되면 그렇게 녹록한 상황이 아니다.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이 비슷해지는 시기에 오면 자신의 삶에서 많은 것들이 사실상 고정되어 있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다.


슬픈 일이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지금 행복하기 힘든 조건들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젊은 시절처럼 내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에 기대어 살기가 쉽지가 않다. 물론 그럼에도 지금까지 계속 노력해왔듯이 그렇게 계속 노력을 하긴 할 것이다. 하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는 이미 알고 있다. 사실상 삶의 많은 것들이 고정되었고, 그것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존재할 것임을 말이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만약에 정말로 그것으로 끝이라면 너무 슬픈 일이다. 혹시나 다른 방법은 없을까? 나를 불행하게 하는 원인들을 해결하는 방법 말고 조금 다른 식의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정말로 다행히 그 방법이 있다. 그리고 실천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도 않다. 그저 다른 의미로 조금 어려울 뿐이다.


그것은 바로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지금과는 전혀 다른 각도로 바라보는 방법이다. 고정관념을 깨야 하는 일이기에 처음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단순하다. 


우리 모두는 지금껏 자신이 바닷속에서 살고 있음을 모른 채 바다를 찾아 헤매는 아기 물고기처럼 살아왔다는 사실만 깨달으면 된다. 그 사실 하나만 알면 된다. 우리가 이미 바닷속에 살고 있었다. 그곳이 바로 우리가 그리 가고 싶었던 목적지이다. 우리는 사실 어딘가를 새롭게 갈 필요가 없다. 이미 도착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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