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ónde estoy en este mapa?
10/05/martes
5월 10일 화요일
desde Arzúa hasta O Pedrouzo
아르주아에서 오 페드로우소까지
여행한 지 37일, 걸은 지 34일
사실 내가 오늘 어떻게 걸었는지 기억이 별로 없다. 사람이란 존재는 자연적으로 고통을 잊으려는 습성이 있다던데 내가 이를 너무나도 잘 실천한 것 같다. 한 걸음을 떼면 그 전 걸음에 대한 기억은 흘려보냈다. 일기를 쓰는 지금으로썬 어리석다 할 내 몸의 자동기능. 하지만 그 기능이 없었다면 그간의 34일은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걷는 동안 안간힘을 써가며 사진을 찍었던 것인데…… 안타깝게도 카메라 셔터마저 오늘은 데이 오프였다. 잠시 쉬길 바라는 모양이다. 그럼 침대로 가볼까.
- 엉엉.
내가 알베르게에 도착했을 당시, 한 여자가 문 앞에 놓인 붉은 의자에 두 다리를 올려놓고 팔로는 그 두 다리를 감싸 안은 채 쭈그려 앉아 있었다. 그리고 손에는 휴대전화를 붙들고 있었는데, 수화기 너머 사람에게 따지는가 싶다가도 이내 절망적인 표정으로 매달리듯 울음을 터뜨려 냈었다. 그런데 지금껏 울고 있으니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꺼이꺼이 우는 그녀에게 쉽게 다가가진 못했다. 순례길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그 길 위에서 느끼는 개인의 감정도 복잡 미묘하며 섬세하니 간섭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나 눈물의 의미는 감히 지레짐작하면 안 되는 것이라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한 할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 여자에게로 다가갔다. 각자 침대에서 휴식을 취하는 듯싶었으나 역시나 아니었나 보다.
- 왜 울고 있어요?
- 그게요……
할머니는 충분이 여자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 정말 특별했다고요.
- 힘들었겠어요.
- 저 혼자서는 못하겠어요. 그냥 집에 돌아갈까 봐요. 끅.
훌쩍임 가운데서 알아낸 말의 요지는 이러했다. 여자는 순례길을 걸으며 한 남자를 만났었다. 둘은 친구가 되었고, 산티아고가 얼마 남지 않은 이 곳까지 오랜 시간을 함께 걸으며 서로를 많이 의지했었다. 그런데 그게 여자만의 생각이었을까? 어느 날 일언반구도 없이 남자는 여자의 곁을 떠났다. 여자는 남자가 자신을 버리고 떠났다는 사실에 힘들어했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다고 했다.
- 실례가 안된다면 몇 살인지 알려줄 수 있나요?
- 서른. 서른 살이에요.
할머니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 여기까지 왔잖아요. 당신은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말을 이어나갔다.
- 여기 다 혼자예요. 그리고 같이 있죠. 너무 무서워하지 말아요. 나랑 친구 할까요? 아, 뭐 좀 먹었어요? 따뜻한 차 한 잔 할까요?
- 나이 서른에 철이 너무 없는 거 아냐?
나는 조금 안정을 되찾은 뒤 침대에서 일어서는 여자를 보며 투덜투덜 군소리를 해댔다. 가슴에 담아둔 의미와 감정을 함부로 지레짐작하지 말자던 생각도 이미 자동 삭제된 후였나 보다. 아직 개구리도 안됐으면서 벌써 올챙이 적 기억을 잊어버린 나는 아무래도 삭제 기능을 보완해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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