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ampbell Institute
뉴질랜드 도착 후 빌린 집에 들어가기 2-3주 전 머물렀던 캐스케이드 모텔에서 맞은 첫 월요일부터 여자의 아이들은 영어 학원에 다녔다. 아이들이 그냥 집에 있는 걸 보지 못하는 불안증을 한국에서부터 그대로 가져온 탓이었다.
생각해 보면 영화 보기도 그렇고 뭐든 나이 제한에 민감하지 않았던 여자의 버릇이 뉴질랜드 온 후론 그 개념을 잡아갔던 것 같다. 등급 확인을 안 하고 갔다가 여자의 아이들이 영화관에서 쫓겨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18세 이하, 16세 이하 등의 나이 제한이 어학원에도 있어서, 당시 여자도 작은 아이를 다니게 하려고 같이 등록을 했었다. 어학원마다 NZQA(뉴질랜드 교육 품질 평가원 정도)에서 매년 사립 교육시설에 대한 평가를 해서 카테고리를 매기는데, 카테고리 1 이 가장 높은 평가이다. 해서 사립 교육시설마다 NZQA 카테고리 1 임을 홍보하는데, 홍보하지 않는 시설들은 카테고리 1이 아닐 확률이 높다. 아이들과 여자가 등록했던 캠벨 인스티튜트도 NZQA카테고리 1로 뉴질랜드 어학원 중 역사가 오래된 어학원 중 하나였다. 웰링턴에 본사가 있고 오클랜드에는 동쪽에 작은 오클랜드 캠퍼스를 두고 있었다. 여자와 아이들이 다니기 시작했을 때는 창업주였던 오너 부부가 아들에게 물려주는 시기였다.
시간이 또 그렇게 흘러 모텔에서 나와 빌린 집에 들어간 후 여자의 아이들은 1월 말이 되면서 고등학교와 초등학교에 들어갔고, 여자는 어학원에 석 달만 더 다닐 욕심을 냈다. 남편에게 삼 개월만 더 투자를 해달라고 했다. 2012년 당시, 두 아이들 국제학생비가 일 년에 오천만 원 정도 들었고, 방 두 개 집 주세(뉴질랜드는 주 당 집세를 낸다)가 당시 싼 집으로 골라 삼백 육십 불이었고, 생활비에 전기세, 물세, 수도세가 따로 들어가서 여기에다 여자가 공부하겠다고 돈을 쓰는 건 사실 사치였었다. 월-금, 아침 9시-오후 3시까지, 어학원비가 일주일에 사백불 정도였어서 다른 어학원에 비해 비싼 편이었다. 하지만 영어로 영어를 배울 기회와 그곳의 자유로운 분위기, 따뜻한 환대와 처음 접하는 뉴질랜드 교육 방식에 여자는 매료되었다. 책상이 빨간색이었고, 사람 이름을 빨간색으로 쓰고, 채점할 때 맞다, 클리다의 표시가 한국과 정반대인 것, 뭐 그 당시 그 어떤 것도 여자에게 신기하지 않았을까만, 여자에겐 모두 뇌가 리부팅되는 신선 함이었다.
여자가 남편에게 제안했던 삼 개월이 가기 전, 당시 인턴을 하던 칠레 청년이 그만두면서 여자는 스쿨 매니저에게 그 일을 여자가 해도 될까 물었었다. 당시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백인 여인이었던 스쿨매니저는 그러라고 했고, 오전 수업을 무료로 듣고 오후에 일하기를 제안했다. 일이란 것도 어학원 학생들 서류 정리, 학생들 케어, 주말 액티비티 기획, 진행 및 매니저가 원하는 자잘한 도움들이어서, 한국 떠나올 당시 논술수업을 하면서 했던 서류 작업들과 언어만 달라졌을 뿐, 일의 특성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십삼 년 지나오며 여자가 뉴질랜드에서 근무했던 여러 곳을 생각해 보면 한국인은 그 특성상 부지런하고 책임감이 강해 어느 업장에서도 환영받을 수 있는데, 다만 언어 소통 능력이 변수일뿐이다. 여자는 그 때나 지금이나 스스로 영어가 유창하다 여기지 않는다. 다만, 어휘를 비교적 좀 많이 알고 있고, 나이가 있어 닥친 상황에 대한 감으로 그냥저냥 일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자는 이 어학원에서 일 년 11개월을 인턴으로 일하면서 한국에서 46년 간 들었던 칭찬의 두서너 배를 들었고, 그동안 들었어야 했던 고맙단 말을 못 듣고 살아왔음을 깨달았다. 거기에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보면서 여자는 뉴질랜드란 나라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욕심을 내었다.
뉴질랜드는 12월 25일 크리스마스가 연중 큰 명절로(한국의 설날, 추석만큼) 보통 이삼주 휴가(여기선 holiday라고 한다, 미국은 vacation)를 갖는데 여기는 12월이 한 여름이라, 그야말로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즐긴다. 그래서 다들 루돌프 머리띠, 산타 모자 등을 장착하고 있다.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들. 코클베이의 윈드로스 하우스 레스토랑에서 가진 캠벨어학원 크리스마스 스텝 런치.
뉴질랜드에선 크리스마스 전인 12월 첫째 주나 둘째 주 금요일 점심에 보통 크리스마스 스텝 런치 시간을 갖는데 한국으로 치면 직원 송년회쯤 된다. 해서 뉴질랜드는 12월 중반쯤 되면 도시가 텅 빈 느낌이 든다. 다들 문 닫고 휴가를 가니까. 오죽하면 12월에 오클랜드에 남아있는 사람은 아시안들이라는 말도 있다. 해서 여자가 아이들 학교 시험 등을 마치길 기다려 12월 12일에 도착했을 때 정말 거리가 텅 비어 있었다. 그러다 일월 말이 되어 개학을 하니 아이들이 학교 간다고 거리를 가득 메워서 또 깜짝 놀랐었다.
인턴을 하면서 여자는 캠벨어학원 페이스북 매니저를
하고 있어서 각종 행사들을 어학원 페이스북에 포스팅했었다. 저 영어를 아무도 안 건드리고 그대로 포스팅하게 뒀다니, 부끄러움은 그 여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