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수료증

Kimbab Certificate

by 이강련



방 두 개, 거실 하나, 화장실 하나 집이었던 뉴질랜드 첫 집, 피네로 플레이스에서 여자는 캠벨어학원 인턴을 하며 김밥 수료증 퍼레이드를 벌였었다.


그 첫 단추는 당시 인턴이었던 독일 여인 크리스티나가 끼웠는데, 여자가 어학원에 자주 싸가서 나눠 먹었던 김밥을 보고 자기도 가르쳐 주면 안 되냐고 물었었다. 왜 안 되겠냐고 여자는 반색을 했고, 주말에 같이 오고 싶다던 프랑스 여학생 티바이티도 같이 여자의 그 피네로 플레이스 집에 와서 재료를 같이 준비하고 신명 나게 김밥을 말아서 썰어 먹었다. 레시피를 메모해 가며 학구적으로 배웠던 크리스티나가 여자에게 써티피킷을 해달라고 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김밥 수료증 1호 크리스티나, 2호 티바이티


2012년 당시만 해도 다들 한국의 김밥을 스시라고 부르고 있었다. 지금도 물론 스시집이 많고 스시 가게의 90% 이상을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 가정식 김밥과 스시는 외양이나 개념도 달라서 여자가 싸는 걸 도저히 스시라고 스스로 부를 수가 없었다. 해서 여자는 어학원 사람들에게 우리는 이걸 한국에서 김밥이라 부르고, 김은 seaweed, 밥은 rice 란 뜻이고 주로 익힌 고기 및 채소를 다양하게 속 재료로 넣는다고 알려줬었다. 그러면 다들 아무도 그런 말을 해 준 적이 없었다며 처음 듣는다고 놀라곤 했었다.


그래서 처음 크리스티나와 티바이티에게는 한글로는 김밥 수료증이라 쓰고 영어로는 코리안 스시 수료증이라고 써주었는데 그다음부터는 김밥 수료증 Certificate of Kinbab, Kimbab Certificate으로 써주었다.


이 어학원에는 드미 오페어( 프랑스어로 드미는 반 half, 오페어는 유모 란 뜻으로, 뉴질랜드 현지인 집에서 무료 숙식을 제공받으며, 오전에는 어학원에서 공부하고 오후에 아이 돌보며 주급을 받고, 주인과의 계약에 따라 일하는 시간을 조정하며 주말에는 다른 알바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들이 상급반에 주로 있어서 이렇게 아이들을 여자 집에 데리고 와서 김밥을 말기도 했었다.







상급반 샘 리셸과 스쿨 매니저 카렌

새로 부임한 스쿨 매니저 필과 그의 아내 빅토리아





여자가 김밥 수료증을 손으로 써주고 사인하는 모습을 스페인 여인 마리아가 찍어줬다.



스쿨매니저 카렌의 가든파티에 가서 여자는 김밥을 같이 만들고 수료증을 줬다.



어학원 인턴으로서 여자는 주말 액티비티로 당일, 일박, 혹은 이박 여행을 기획하고 진행을 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여자의 집에서 김밥 수료증을 액티비티로 진행하기도 했었다. 여자는 이 년여 동안 육십여 명에게 김밥 수료증을 주었다.


여자는 당시 왜 아무도 한국 김밥을 김밥으로 부르지 않나 이상하게 여기며 혼자 그렇게 김밥이라 부르고 김밥 수료증 행사도 이어갔는데, 십삼 년이 지난 지금은 자연스럽게 다들 김밥이라 부르는 것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학생들과 코로만델 일박 여행을 기획하고 진행 중이었을 때, 코로만델 오하나 농장 Ohana Farm에서의 여자.


주말여행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녔어서 여자의 개인 경비는 지원이 되었더라도 매주 아이들 여행 경비는 또 따로 든 셈이라(할인을 받았을지라도), 참 많은 돈을 쓰고 살았구나, 하고 여자는 생각한다. 그래도 저리 살아서 지금이 있을 거라고 여자는 위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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