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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명한 Aug 25. 2020

개인적 죄책감으로 가슴에 묻을 책

[책] 아동학대에 관한 뒤늦은 기록


https://www.aladin.co.kr/m/mproduct.aspx?ItemId=179603162


끝까지 진실을 알아내지 못한 사건이 있었다. 그저 자백을 얻지 못한 사건이라 해야 하나. 아니, 그 죽음은 정말 사고였을지도 모른다.


모른다.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나지만 그 아이의 이름은 잊히지 않는다. 아이가 죽었는데 그 부모가 의심될 때만큼 난감한 순간이 있을까. 그 부모를 유가족으로 대해야 하나, 피의자로 대해야 하나. 아이는 정말 쉽게 죽는다. 아이는 정말 쉽게 죽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렇게 놓친 사건들까지 고려하면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자 수는 책 표지에 적힌 263명을 훨씬 상회할 것이다.


이 책은 학대로 사망한 수많은 아이들과 그 가족들을 이야기한다. 학대 생존자를, 보조적 공범이었던 어머니를 찾아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기자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경찰인 나로서는 조마조마했다).


아이들이 더 이상 아프지 않길 바라는 진심이 구구절절 와 닿았다. 사망한 아동들의 사례를 다루면서 통계치를 제시하여 학대의 전형성을 설명하고, 학대당하는 형제를 지켜봐야 했던 생존자들의 얘기까지 전하여 피해에 대한 인식을 주변부까지 확장하면서도, 가해 부모를 악마화하지 않고 사회적 맥락을 짚으며 개선을 논한다.


서울 양천 16개월 입양아 사망 사건으로 인해 아동학대와 관련된 제도가 얼마나 허술한지 모두가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도 다른 연구들에서도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왔음에도 여태 시정되지 않았다.


이미 사망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책의 이름은 ‘아동학대에 관한 뒤늦은 기록’이다. 그러나 이는 ‘뒤늦은’ 기록이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톺아 나가야 하는 기록이다. 한 아이를 살릴 수도 있었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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