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성모 Mar 20. 2018

아프리카, 개발협력, 경영학

세 키워드 간 연결고리를 찾다

그래도 나는 다른 또래 한국인들과 비교하면 아프리카와 좀 더 인연이 있는 편인 것 같다. 어릴 적 잠깐 들렀던 이집트에서 본 기자의 피라미드, 코 없는 스핑크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그곳에서 먹었던 해산물 요리는 기억이 생생하다. 이 경험이 없었다면 아프리카 이야기는 마냥 주변 이야기로만 여기며 관심을 갖지 못했을 것 같다.

나는 지금 아프리카에 관심이 있다. 모로코 여행을 다녀와서 여행 영상까지 만든 친구 덕분에, 물류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며 겪은 경험으로 "아프리카가 마지막 남은 기회라고 하더라"라고 말해주는 친구 덕분이다. 사실 이것 말고는 아프리카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루시(Lucy)가 발견된 대륙이라는 것, 에티오피아 커피가 유명하다는 것 등 작은 지식들 뿐이다. 


브런치에서 루소폰(Lusophone) 국가에 집중하여 글을 쓸 예정이다. 루소폰은 포르투갈어를 사용함을 의미하는 형용사로, 현재 종주국인 포르투갈을 비롯하여 총 9개국이 루소폰 국가이다. 아프리카에는 5개 국가, 앙골라, 모잠비크, 카보베르데, 상투메와프린시페, 기네비싸우가 있다. 비슷한 개념으로 영어권에서는 앵글로폰(Anglophone), 프랑스어권에서는 프랑코폰(Francophone), 스페인어권에서는 히스파노폰(Hispanophone)이 있다.


사실 나는 개발협력은 원조가 전부인줄만 알고 있던 사람이다. 지금도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정도의 지식 수준이 전부이다. 그래도 이야기를 해 보자면, 내 삶에서 '개발'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도서관에서였다. 우리 대학 도서관의 7번 서가에 가면 만화책이 있는데, 그 근처 어딘가에 건축 관련 분야 서적들이 꽂혀 있다. 마침 건축 디자인에 흥미를 느끼던 시기여서 가는 김에 자주 들여다보곤 했는데, 그 중 발견한 책이 토레 다비드: 수직형 무허가 거주 공동체라는 책이었다. 베네수엘라의 수도인 까라까스(Caracas) 중심부에서 진행되던 고층 건물 공사가 재정 문제로 중단되자 시내에 살던 무주택자들이 이를 무단점유하였다. Urban-Think Tank(U-TT)라는 연구자들이 그들의 삶을 연구, 원조한 것을 기록하여 책과 다큐멘터리를 냈다. 책을 읽고 난 후 한참 뒤인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비슷한 수많은 건물 무단점유 상태를 보고 난 후에야 책 내용을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러곤 도시문제 해결에 지식이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일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개발이라는 단어는 삶의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Torre David를 점유하여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출처: Urban-Think Tank


필자는 포르투갈어 전공자이지만 경영학도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및 개발협력은 경영학에도 연결고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경영학이 흔히 취업의 학문으로 여겨지곤 하지만, 사실 경영학은 명백하게 창업의 학문이다. 실제로 배우는 내용을 들여다보면 치밀하게 짜여진 시스템 안에서 기업의 생존과 소멸을 결정하는 요소들에 대한 연구를 다루고 있다. 

경영학과 수업인 전략경영 수업 내용을 보면 모든 기업에는 '전략'이 있다. 전략에는 여러 단계의 과정이 있으나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처음 두 단계인 비전(Vision)과 미션(Mission)이다. 왜냐하면 이 단계에서 전략 실행 이후 결과적으로 어떤 모습이고 싶은지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기업의 최종 목적이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이냐는 것이다. 놀랍게도 경영학에서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Ralph C. Davis 교수는1958년 논문인 A Philosophy of Management 에서 기업의 목적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2. This philosophy emphasizes the prior obligation of private enterprises and their owners and employees to contribute significantly to a standard of living that is being augmented continuously through time. It is based, therefore, on the concept that the primary objectives of the business organization are those economic values that are needed or desired by its customers. This is, accordingly, a philosophy of economic service by private enterprise to the public interest.


이외에도 여러가지 내용이 있지만, 핵심 내용을 요약하면 기업의 이윤 추구는 대중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비전과 미션은 이를 전제로 설정되어야 한다고 볼 수 있겠다.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전략을 선택했을 때 성공했던 사례를 다루는 다른 논문도 있다. Marc Pfitzer 교수의 2013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논문인 Innovating for Shared Value를 참고(https://hbr.org/2013/09/innovating-for-shared-value)하면 다우케미컬, 네슬레, 인텔, 보다폰 등 유명 기업들의 사회적 가치추구가 이윤창출과 시너지된 사례를 볼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기회가 될 때 별도로 다룰 수 있도록 하겠다. 


나의 선입견일지는 모르지만, 아프리카에는 인간의 생리적인 욕구 및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만한 사항에 대한 미해결 문제가 많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사례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직접적으로 아프리카와 관련된 TED 강연인데, 내가 생각하는 바와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https://youtu.be/c64M1tZyWPM

Myriam Sidibe: The simple power of handwashing, 출처: YouTube TED 채널

강연에서 알 수 있듯이, 비누로 손 씻는 행위의 파급력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수많은 질병과 죽음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비누가 충분히 보급되어 있음에도 손을 씻지 않는 것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미리엄은 대기업과 유명 브랜드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기업, 유명 브랜드라면 사회적 규범과 아주 뿌리깊은 습관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마케터(Marketer)들이 하는 일은 오직 소비자들이 한 제품에서 다른 제품으로 갈아타게 하는 일이에요. 사실 그들은 과학과 사실을 설득력있는 메세지로 변화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어요. 상상해보세요. 기업들이 온 힘을 모아서 '비누로 손을 씻으라'는 메세지를 놀랍게 만들어 낸다면, 그들이 이윤을 내고자 하는 목적이 건강에도 좋은 결과를 내게 됩니다.


이 경우에도 사회적 가치와 기업의 이윤이 일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이론이 반드시 현실과 일치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많은 경우에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아프리카 54개국의 개성을 따지자면 한국과 중국을 비교하는 것처럼 다를 것이다. 11억이라는 인구 수에서 발현되는 민족다양성 안에 숨어있을 다양한 니즈를 생각하면 아프리카는 기회의 땅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다르게 생각하는 힘일 것이다. 사람 사는 곳이기에 많은 부분이 닮았고, 꼭 필요한 것은 상당 부분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제약된 환경 하에 있기에 더욱 뛰어난, 남들과 다른 생각이 필요한 것이다. 앞으로 공부하는 과정에서 내가 가지고 있던 지식과 새롭게 배울 지식들의 연결고리를 찾고, 나아가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생각들을 많이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